[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이 8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와 방문 경기에서 미소와 함께 내야수들을 다독이고 있다. 가운데는 김하성.

김하성이 8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와 방문 경기에서 아쉬워하고 있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다. 메이저리그(ML) 골드글러브 수상자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한 경기 2실책으로 직접적인 패배의 원흉이 됐다.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그런 김하성을 감쌌다.

샌디에이고는 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2-3으로 역전패했다.

이로써 샌디에이고는 샌프란시스코 원정을 1승 2패로 마치며 5승 7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2위에 머물렀다. 반면 4연패에서 이번 시리즈에 돌입했던 샌프란시스코는 위닝시리즈로 4승 6패로 마무리,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며 3위를 기록했다.

샌디에이고는 잰더 보가츠(2루수)-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우익수)-제이크 크로넨워스(1루수)-매니 마차도(지명타자)-김하성(유격수)-주릭슨 프로파(좌익수)-타일러 웨이드(3루수)-잭슨 메릴(중견수)-카일 히가시오카(포수)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선발 투수는 맷 왈드론.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중견수)-라몬테 웨이드 주니어(1루수)-호르헤 솔레어(지명타자)-마이클 콘포토(좌익수)-맷 채프먼(3루수)-타이로 에스트라다(2루수)-마이크 야스트렘스키(우익수)-패트릭 베일리(포수)-닉 아메드(유격수)로 맞섰다. 선발은 로건 웹.

이날 경기는 김하성이 내줬다고 이야기해도 무방하지 않은 경기였다. 결정적인 순간 치명적인 실책이 터졌다. 샌디에이고가 2-0으로 앞선 6회 말 선두타자 이정후가 맷 왈드론의 4구째 싱커를 공략해 유격수 김하성 앞으로 타구를 보냈다. 김하성은 이 타구를 잡고 1루를 향해 뿌렸으나, 송구가 1루수 크로넨워스의 키보다 한참 위로 향했다. 이정후는 1루에서 세이프.

이는 실점으로 이어졌다. 웨이드 주니어가 우전 안타, 콘포토가 볼넷으로 출루해 만루가 됐고 채프먼의 땅볼 타구 때 샌프란시스코가 1점을 만회했다. 이번에도 김하성 앞으로 타구가 향했고 김하성은 대시로 공을 잡아 2루로 빠르게 송구했고 주자를 잡았으나, 3루에 있던 이정후가 득점하는 것은 막지 못했다.

김하성이 8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와 방문 경기에서 6회말 송구 실책으로 이정후의 출루를 허용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김하성이 8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와 방문 경기에서 2루에 도달한 이정후와 만났다.

더욱 치명적인 실책이 샌디에이고가 2-1로 앞선 8회 말 터졌다. 주자 없는 1사에서 윌머 플로레스가 대타로 나와 바뀐 투수 죠니 브리토에게 좌전 안타를 뽑아냈다. 플로레스는 대주자 타일러 피츠제럴드로 교체됐고, 솔레어가 우전 안타로 1사 1, 3루를 만들었다. 콘포토가 친 공이 1루수 크로넨워스에게 향했다.

크로넨워스는 1루를 찍어 먼저 아웃카운트를 올린 뒤 병살을 위해 2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간 김하성에게 공을 던졌다. 김하성은 2루를 향해 달려오는 솔레어를 태그하면서 3루를 견제하려 했다. 그러나 태그하려던 글러브가 솔레어와 부딪히며 공이 빠졌다. 그사이 피츠제럴드가 홈을 밟고 솔레어도 3루로 향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이후 채프먼이 우전 안타로 3루에 있던 솔레어를 불러들이면서 3-2 역전에 성공했다. 9회 초에도 샌디에이고 타자들이 이 점수를 만회하지 못하면서 김하성의 실책은 패배로 직결되는 최악의 선택으로 남았다.

샌디에이고 지역 매체 '샌디에이고 유니언-트리뷴'도 "샌프란시스코는 김하성의 시즌 첫 한 경기 2실책에 힘입어 샌디에이고에 3-2 승리를 거뒀다. 왈드론이 5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신인 메릴이 4타수 4안타를 기록하며 승리할 수 있었던 경기를 망쳐버렸다"고 혹평했다.

김하성 본인에게도 한 경기 2실책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김하성은 2021년 메이저리그에 발을 디딘 후 내야 백업으로 시작해 2022년 주전 유격수를 꿰차고 그해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 유격수 부문 최종 후보 3인에 들었다. 지난해에는 대형 FA 유격수 보가츠의 합류로 잠시 자리를 내주고 2루로 향했으나, 그곳에서도 뛰어난 수비를 보여준 덕분에 2023년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이는 한국인 메이저리거 중 최초로 아시아 메이저리거 내야수 중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경기 후 쉴트 감독이 "김하성답지 않은 실수"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쉴트 감독은 "우리는 훌륭한 수비진을 갖추고 있고 신뢰하는 선수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김하성은 분명히 2023년에 골드글러브를 받을 자격이 있는 선수였다. 그런 그도 가끔은 자신이 인간이라는 걸 증명해야 할 때가 있다. 수비에서는 김하성을 언제든 믿겠다"고 감쌌다.

김하성(오른쪽)이 8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와 방문 경기 8회말 호르헤 솔레어를 태그하려다 공을 놓치고 있다.

김하성(오른쪽)이 8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와 방문 경기 8회말 호르헤 솔레어를 태그하려다 공을 놓치고 있다.

김하성은 타석에서도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좌익수 뜬 공,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던 김하성은 샌디에이고가 1-0으로 앞선 6회 초 1사 1, 3루에서 좌전 1타점 적시타를 기록했다. 그러나 6회 말 실책으로 한 점을 내줬고 8회 초 마지막 타석에서 우익수 뜬 공으로 물러난 뒤 또 한 번 8회 말 치명적인 실책을 범했다.

경기 후 김하성의 인터뷰도 자책으로 가득했다. 샌디에이고 유니언-트리뷴에 따르면 김하성은 "오늘의 패배는 정말 실망스럽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앞으로 많은 경기가 남았기 때문에 다음 경기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8회 솔레어를 태그하던 중 공이 빠진 것에 대해 김하성은 "나도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을 잡았지만, 글러브에 잘 잡히지 않았고 태그를 하는 동안 공이 미끄러졌다"고 아쉬워했다. 앞선 6회 이정후의 땅볼 타구를 악송구한 것에 대해서는 더욱 자신을 채찍질했다. 김하성은 "내 실수였다. 그 송구는 온전히 내 잘못이었다"고 딱 잘라 말했다.

한편 이정후는 지독했던 무안타의 늪에서 탈출했다. 이날 상대한 선발 투수 왈드론은 메이저리그에 거의 유일한 너클볼 투수. 이정후는 1회 말 첫 타석에서 초구 포심 패스트볼을 지켜본 뒤 높았던 2구째를 골라냈다. 메이저리그에서 처음 접하는 너클볼도 곧잘 골라냈다. 3구째 시속 75.3마일(121.2㎞) 너클볼은 걷어내고 4구째 너클볼은 지켜봤다. 그러다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 아래로 향하는 시속 92.6마일(149㎞)의 포심 패스트볼을 통타해 중전 안타를 만들었다. 시속 102.8마일(165.4㎞)의 빠른 타구였다.

하지만 이후 타석에서는 유격수 땅볼, 김하성의 실책으로 인한 출루, 포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나며 무안타 행진을 끝내는 데 만족해야 했다. 4경기 만에 안타를 신고한 이정후는 시즌 타율을 0.200에서 0.205로 소폭 올렸다. 4타수 1안타를 기록한 김하성 역시 시즌 타율을 0.200에서 0.205로 끌어올렸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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