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질감 느껴져서 의지 된다''…'최정 동생' 아니고 '이주형의 형' 아닌, 최항과 이주찬의 이름으로 홀로서기
입력 : 2024.04.0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최항과 이주찬 /롯데 자이언츠 제공[OSEN=조형래 기자] “뭔가 더 자주 보게 되더라구요.”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최항(30)과 이주찬(26)은 야구인 형제를 두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형제가 자신보다 더 주목받고 더 많은 족적을 남기고 있다는 것까지 닮았다. 

최항의 형은 SSG 랜더스의 최정(37)이다. 최정은 프로야구 역사에서 손꼽힐만한 홈런 타자다. 2005년 SK의 1차지명으로 입단한 뒤 통산 463홈런을 기록 중인데, ‘국민타자’ 이승엽의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인 467개에 4개 차이로 다가섰다. 프로야구 역사의 꼭지점으로 올라서기 직전일 정도로 대단한 커리어를 썼다. 

최정이 한국 최고의 거포로 거듭나고 있던 시간에 7살 터울 동생 최항은 2012년 신인드래프트 8라운드로 SK의 지명을 받고 형의 팀에서 프로에 입문했다. 최정의 재능에 가려질 수밖에 없었던 최항은 주전보다는 백업으로 나서는 시간이 많았고 조명도 덜 받았다. 최항이라는 야구선수 그 자체보다는 최정의 동생이라는 사실이 더 부각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 최항은 지난해 열린 2차드래프트에서 롯데의 선택을 받고 데뷔 후 처음으로 형과 떨어지게 됐다.

최정과 최항 /OSEN DB[OSEN=부산, 이석우 기자] 롯데 자이언츠 최항  / foto0307@osen.co.kr

이주찬은 반대다. 이주찬의 동생은 현재 키움의 이주형(23)이다. 이주형은 경남고를 졸업하고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3순위로 입단했다. LG에서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했던 이주형은 지난해 키움으로 트레이드 된 이후 잠재력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해 후반기 키움에서 69경기 타율 3할2푼6리(215타수 70안타) 6홈런 36타점 OPS .897로 맹활약 했다. 올해 이주형은 부상으로 시즌 시작이 늦었지만 타율 5할2푼4리(21타수 11안타) 1타점 6득점 OPS 1.279의 특급 성적을 기록하며 ‘이정후의 후계자’로 떠올랐다. 

반면 이주찬은 이주형과 마찬가지로 경남고를 졸업했지만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했고 동의대로 진학해 졸업한 뒤에도 드래프트에서 낙방했다. 결국 2021년 육성선수로 롯데에 입단해 겨우 프로의 문턱을 밟았다. 이주찬은 이후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쳤고 지난해 복귀해 퓨처스리그에서 42경기 타율 3할1리(113타수 34안타) 3홈런 18타점 5도루 OPS .843의 준수한 기록을 남긴 뒤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김태형 감독의 눈에 들었고 스프링캠프를 거쳐서 개막엔트리까지 승선했다.

[OSEN=부산, 이석우 기자] 롯데 자이언츠 이주찬  2024.03.30 / foto0307@osen.co.kr[OSEN=대구, 이석우 기자] 키움 히어로즈 이주형  2024.04.04 / foto0307@osen.co.kr더 잘나가는 형제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던 이들은 이제 롯데에서 함께 홀로서기에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개막 이후 침체됐던 선수단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최항은 지난달 29일, 사직 NC전에서 결승타를 때려냈다. 개막 4연패에 빠지면서 첫 승이 간절했던 팀에 첫 승을 안긴 주인공이었다. 노진혁 박승욱 김민성 등 우선순위의 내야수들이 방망이가 침묵하자 최항에게 기회가 왔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 7일 사직 두산전에서도 5-6으로 재역전을 당한 8회 1사 3루에서 동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10경기 타율 2할8푼6리(28타수 8안타) 2타점 OPS .676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수비에서도 우려를 불식하고 실책을 범하지 않았다. 최항은 7일 경기가 끝나고 “제 앞에서 극적인 상황이 자주 온다. 어떤 상황에 언제 나에게 걸릴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준비하고 있다. 제가 뭔가 더 기여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라도 해서 후련한 것 같다”라고 했다. 

이주찬은 최항보다 기회를 덜 받았다. 그래도 이주찬의 수비 능력을 눈여겨 본 김태형 감독은 현재 경기 후반 대수비 자원으로 투입하고 있다. 그러다 지난 7일 사직 두산전, 이주찬에게 타석에서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왔다. 6-6으로 맞선 연장 10회말 2사 2루, 박승욱의 대타로 등장해 두산 좌완 김호준을 상대로 좌선상 끝내기 안타를 때려내면서 팀의 극적인 7-6 승리를 이끌었다. 올해 데뷔 첫 안타를 때려냈고 두 번째 안타가 끝내기 안타였다. 롯데는 이주찬의 끝내기 안타 덕분에 시즌 첫 2연승과 위닝시리즈를 완성했다. 개막 이후 침체됐던 분위기를 비로소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OSEN=부산, 이석우 기자] 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와 두산의 시즌 첫 3연전 승부는 1-1로 위닝 시리즈를 위한 마지막 승부가 펼쳐졌다.롯데 자이언츠 최항이 8회말 2사 3루 동점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4.04.07 / foto0307@osen.co.kr[OSEN=부산, 이석우 기자] 롯데 자이언츠 이주찬 2024.04.07 / foto0307@osen.co.kr

최항과 이주찬 모두 야구인 형제에게 가려져 있었지만 다른 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비로소 뽐내고 있다. 서로에게 동질감이 더 느껴질 수밖에 없다. 최항은 “(이)주찬이는 우직하다. 야구를 대하는 태도가 좋고 항상 기대감이 있는 선수다. 옆에서 봤을 때 긍정적이고 배울 점도 많다”라면서 “서로 야구인 형제가 있다는 점에서 뭔가 동질감이 느껴지고 더 자주보게 되더라. 서로 더 챙겨주고 서로 대화도 많이 나눈다. 제가 처음 롯데에 왔을 때 주찬이가 말도 많이 걸어주고 해서 많이 친하다. 서로에게 의지가 된다”라면서 이주찬과 친밀한 관계라는 것을 보여줬다.

최항과 이주찬 모두 좀 더 잘나가는 형제에 질투를 느끼지 않았다. 형제 간에 우애가 돈독하다. 최항은 2차드래프트 직후 “형이 저보다 더 많이 좋아해줬다. 롯데에서 하던대로 잘 해보라고 신신당부를 하더라. 응원도 하고 걱정 아닌 걱정도 하는 것 같더라”라면서 동생의 새출발을 격려했다. 

이주찬도 “어릴 때부터 동생(이주형)은 타격 공부를 많이 해서 지식이 많다. 제가 타격을 더 많이 물어본다. 마냥 어릴 때는 그게 필요하다가 생각 못했는데 이제 깨달았다”라며 “동생은 자기 것을 갖고 있고 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이제는 동생이 더 경험이 많다. 동생을 만나면 거의 야구 얘기만 한다. 그래도 다른 형제들보다는 친한 것 같다. 대화가 잘 통한다”라면서 우애를 과시한 바 있다. 아울러 7일 경기 끝내기 안타 이후에는 동생을 향해 “동생이 너무 잘쳐서 기분이 좋다”라면서도 “형이 그래도 밥은 아니다”라면서 이제 동생에게도 자랑스러운 형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현재 최항과 이주찬은 롯데 내야진의 구성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이들이 활약하면서 롯데도 반등세로 돌아섰다. 누구의 동생 혹은 형이 아닌, 최항과 이주찬이라는 자신들의 이름을 모두에게 각인시켜줄 수 있을까.[OSEN=부산, 이석우 기자] 롯데 자이언츠 이주찬 2024.04.07 / foto0307@osen.co.kr[OSEN=고척, 이대선 기자] 5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키움은 하영민, 한화는 류현진을 5일 선발 투수로 내세운다.5회말 1사 만루에서 키움 이주형이 땅볼을 치고 있다. 2024.04.05 /sunday@osen.co.kr/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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