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우완 투수 이태양(34)이 2군에 내려갔다. 선발과 구원을 가리지 않고 전천후로 한화 마운드를 지탱한 FA 모범생이 잠시 쉬어간다. 불펜이 흔들리고 있는 한화로선 적잖은 전력 손실이다.
한화는 지난 12일 대전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우완 투수 한승주를 1군에 올리며 이태양을 제외했다. 지난 2022년 11월 한화와 4년 25억원에 FA 계약을 맺고 친정팀에 복귀한 뒤 처음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이태양은 올 시즌 7경기에서 1패를 안으며 평균자책점 6.14를 기록했다. 7⅓이닝을 던지며 사사구는 하나도 없었지만 홈런 2개 포함 안타 10개를 맞으며 6실점했다. 삼진도 2개밖에 잡지 못했다. 직구 평균 구속도 PTS 기준 지난해 139.1km에서 올해 137.6km로 떨어졌다.
이유가 있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이태양에 대해 “스프링캠프 때는 공이 괜찮았는데 이석증 이후 구위가 급격히 떨어졌다. 스피드 문제라기보다 공 자체가 힘이 없어졌다. 그러다 보니 변화구도 밋밋해지고, 하루이틀 만에 회복될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 태양이와 어제(11일) 미팅을 한 번 하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태양은 지난달 시범경기 기간 이석증에 시달렸다. 이석증이란 어지러움의 일종으로 반고리관에 붙어있는 이석이 이탈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귀 안쪽에 이석이 굴러다니면서 극심한 어지럼증을 유발한다. 이로 인해 이태양은 지난달 9일 시범경기 개막전에 던지고 난 뒤 9일을 쉬고 19일 마지막 날 투구를 끝으로 시즌을 맞이했다. 시즌에 맞춰 빌드업하다 제동이 걸렸고, 구위를 다시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뜻하지 않은 이석증이 가장 큰 원인이었지만 지난 몇 년간 선발과 구원 가리지 않고 마당쇠 역할을 한 영향도 없지 않아 보인다. 최원호 감독은 “SSG 랜더스에 있을 때부터 몇 년간 많이 던지기도 했다. 작년에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100이닝 넘게 던졌다”고 말했다.
이태양은 SSG 소속이었던 2021년 40경기(14선발) 103⅔이닝, 2022년 30경기(17선발) 112이닝을 던졌다. 이어 지난해 한화로 옮겨서도 50경기(12선발) 100⅓이닝을 책임졌다. 3년 연속으로 선발과 구원을 오가면서 100이닝을 넘게 소화했다.
3년간 총 120경기(43선발) 316이닝. 이 기간 KBO리그에서 120경기 이상 등판한 투수 48명 중 유일하게 300이닝을 넘겼다. 선발과 구원 모두 안정적으로 던질 수 있는 투수라 팀 사정에 따라 전천후로 투입됐다. 리드하거나 뒤지고 있는 상황 가리지 않고 멀티 이닝을 소화하기도 했다. 팀으로선 든든한 전력이었지만 고정된 보직 없이 움직이다 보니 몸에 데미지가 쌓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태양은 3년간 선발 11승 포함 16승16패7홀드 평균자책점 4.19로 안정된 투구를 했다. 2022년 SSG의 리그 최초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 우승에 기여하며 우승 반지를 손에 넣었고, 한화로 돌아와선 평균자책점을 3.23으로 낮추며 FA 모범생으로 거듭났다. 투수조장으로서 팀 분위기를 이끄는 역할도 했다.
올해는 이석증 여파까지 겹치면서 힘겨운 시즌이 되고 있지만 그동안 투구량을 감안하면 잠시 쉬어갈 때가 됐다. 최원호 감독도 무리하게 끌고 가지 않고 길게 보며 휴식을 주기로 했다. 이석증은 몇 주 지나면 자연 치료가 되지만 재발 가능성이 높아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태양이 엔트리 말소된 12일 KIA전에서 한화는 바로 그의 공백을 실감했다. 선발 펠릭스 페냐가 4이닝 3실점으로 조기 강판된 뒤 신인 황준서가 5회부터 2이닝 무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2-3으로 뒤진 7회부터 김규연(⅔이닝 1볼넷 1사구 1탈삼진 1실점), 박상원(⅓이닝 1피안타 2볼넷 3실점), 김서현(1⅓이닝 2피안타 4볼넷 1실점)이 제구 난조를 보이며 불펜 싸움에서 졌다. 이날 한화는 11사사구(볼넷 10개, 1사구)를 허용했는데 그 중 9개를 불펜에서 내줬다. 근소하게 뒤진 상황에도 나와 공격적인 승부로 역전 발판을 마련한 이태양의 공백이 드러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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