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27경기 만에 20승 고지를 밟았다. 구단 역사상 최소 경기 20승 선점으로 개막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벌써 독주 체제를 시작했다.
KIA는 지난 25일 고척 키움전에서 13-2 대승을 거두며 주중 3연전을 싹쓸이했다. 시즌 20승7패(승률 .741)가 된 KIA는 리그에서 가장 먼저 20승을 돌파했다. 2위 NC(16승11패 승률 .593)와 격차를 4경기로 벌리며 독주 체제를 갖췄다.
불과 27경기 만에 20승을 선점했다. 전신 해태 시절 포함 타이거즈 사상 최초 기록이다. 1993년과 2017년 모두 28경기 만에 20승을 선점하며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에 성공한 바 있다. 올해도 비슷한 흐름으로 시즌이 전개되고 있다.
역대 최소 경기 20승은 25경기로 2000년 현대, 2008년 SK, 2010년 SK가 3차례 기록한 바 있다. 세 팀 모두 통합 우승에 성공했다. 이어 2011년 SK, 2020년 NC가 26경기 만에 20승을 달성했다. NC는 그해 창단 첫 통합 우승을 해냈다. 그 다음이 2003년 삼성, 2022년 SSG의 27경기로 올해 KIA가 타이를 이뤘다. 2022년 SSG는 역대 최초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 우승을 했다.
개막 27경기 이하로 20승을 선점한 7개 팀 중 5개 팀이 그해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초반부터 독주 체제를 갖추면서 시즌을 주도한 뒤 그대로 대권 가도를 달렸다. 올해 KIA도 같은 그래프를 그릴 가능성이 높다.
KIA의 지금 성적은 주축 선수들의 부상 악재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시즌 전부터 간판 타자인 외야수 나성범(햄스트링)이 이탈하더니 개막 후에도 투수 임기영(옆구리), 이의리(팔꿈치), 내야수 황대인(햄스트링), 박찬호(허리), 박민(무릎), 윤도현(중수골) 등 투타 가리지 않고 부상자가 끊이지 않았다.
박찬호가 열흘 만에 복귀했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여전히 부상자 명단에 머물러 있다. 나성범뿐만 아니라 선발투수 이의리, 불펜 마당쇠 임기영 공백이 클 것으로 예상됐지만 투타에서 압도적 뎁스로 부상 공백을 메우고 있다. 베스트 전력이 아닌데도 팀 평균자책점(3.46), 타율(.291), OPS(.826) 모두 1위다.
외국인 투수 윌 크로우, 제임스 네일이 나란히 4승으로 8승을 합작하며 원투펀치로 자리잡은 가운데 세이브 1위(10개) 마무리 정해영을 필두로 불펜도 양적·질적으로 밀리지 않는다. 나성범이 빠진 타선에선 김도영이 폭풍 성장하면서 ‘제2의 이종범’ 수식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3월 슬럼프를 딛고 4월부터 달리기 시작한 김도영은 27경기 타율 3할3푼3리(111타수 37안타) 10홈런 24타점 26득점 11도루 OPS 1.058로 활약 중이다. 4월에만 10홈런-11도루로 KBO리그 최초 월간 10홈런-10도루 기록을 세웠다.
김도영과 함께 최원준(타율 .341 3홈런 16타점 OPS .944), 이우성(타율 .330 4홈런 212타점 OPS .910)이 커리어 하이 시즌 기세다. 방출 시장에서 데려온 서건창(타율 .347 1홈런 8타점 OPS .974)도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소금 같은 활약을 하고 있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폭넓게 선수를 기용하며 관리하는 이범호 감독의 유연함도 돋보인다. 불펜 필승조로 떠오른 좌완 곽도규, 주전급 포수로 거듭난 한준수, 전천후 백업 내야수 홍종표 등 새롭게 등장한 젊은 선수들의 존재감도 팀에 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완전체 전력이 아닌데도 독주하고 있으니 5월에 대한 기대감도 더 커진다. 5월초 복귀가 예상되는 나성범과 이의리까지 돌아오면 그야말로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단 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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