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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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24일 수원 KT전에서 3회말 선두타자 조용호를 상대로 3구째 공이 볼로 선언되자 놀라고 있다. /사진=티빙 중계화면 갈무리 |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투수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이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에 관해 불만을 터트린 것에 관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이례적으로 데이터까지 공개했다.
KBO는 26일 "류현진의 지난 24일 수원 KT전 특정 투구 및 23일 한화 문동주의 수원 KT전 특정 투구에 대한 ABS 판정 데이터에 관해 많은 문의가 있어서, ABS 운영사 스포츠투아이가 제공한 투구 추적 판정 데이터를 공유한다"고 밝혔다.
KBO가 이렇게 한 선수의 불신 때문에 공식적으로 데이터를 전격 공유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KBO 관계자는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류현진이 취재진을 통해 이야기를 한 부분에 관해 저희 내부에서도 검토한 바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구단과 선수는 물론, 팬들을 위해서도 오해 없이 명확하게 알려드리기 위해 투구 추적 판정 데이터를 공유하게 됐다"고 말했다. 스트라이크 볼 판정은 야구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ABS에 대한 오해가 점점 커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KBO가 적극적으로 소통한 것으로 풀이된다.
류현진은 지난 24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7피안타 2볼넷 4탈삼진 7실점(5자책)으로 흔들리며 100승 달성에 실패한 채 패전의 멍에를 썼다. 팀의 1-7 패배와 함께 류현진 역시 올 시즌 3번째 패배를 떠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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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kt-한화전이 2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한화 선발 류현진이 3회 투구를 마친 후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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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kt-한화전이 2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한화 선발 류현진이 3회말 kt 병살 처리에 대한 비디오 판독을 기다리고 있다. 결과는 세이프로 다시 마운드로 올라갔다. /사진=김진경 기자 |
류현진은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투수다. 특히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던 시절에도 좀처럼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 등의 포커페이스로 유명했다. 그러나 24일 KT전은 유독 달랐다. 마운드에서 많은 표정을 보여줬는데, 그건 바로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을 내리는 ABS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인 25일 류현진은 취재진 앞에서 ABS에 관한 불평을 드러냈다. 경기마다 ABS에 따른 스트라이크 존이 다르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좌타자 바깥쪽 공을 스트라이크로 잘 잡아주는 수원 구장의 ABS존을 23일 한화 선발 문동주의 투구 때 확인한 뒤 투구 계획을 세웠는데 자신이 등판한 날의 존은 달라졌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류현진은 1회와 2회를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넘긴 뒤 3회말 3실점 하면서 흔들렸다. 시작점은 KT 선두타자 조용호와 승부였다. 초구 바깥쪽 낮은 볼(135km 속구)에 이어 2구째 바깥쪽 공(130km 커터)도 빠졌다. 여기까지는 볼로 충분히 보일 만했다. 그러나 3구째 가운데 낮은 코스로 찌른 속구(140km)가 보더라인에서 살짝 벗어나며 볼이 됐다. 류현진은 충격을 받은 듯 놀라면서 살짝 고개를 저은 뒤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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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가 공개한 24일 수원 한화-KT전의 3회 말 조용호 타석의 그래픽. 3구째 볼(빨간색 원)에 대해 KBO는 "ABS 중간 존 하단을 0.15cm위로 통과했으나, ABS 끝면 존 하단을 0.78cm 차이로 통과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KBO 제공 |
하지만 실제로 KBO가 제공한 그래픽에 따르면 아주 미세한 차이로 스트라이크 존에서 살짝 빠져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해 KBO는 "3회말 KT 조용호의 타석 3구째는 ABS 중간 존 하단을 0.15 cm 위로 통과했으나, ABS 끝면 존 하단을 0.78cm 차이로 통과하지 못해서 볼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4구째. 이번엔 몸쪽 공(135km 속구)이 또 살짝 보더라인에 걸치지 않으면서 볼넷이 됐다. 1회와 2회를 산뜻하게 출발했던 류현진이 3회 선두타자에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건 '제구의 신' 류현진에게 있어 퍽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계속해서 후속 안치영이 초구 볼에 이어 2구째 페이크 번트 앤드 슬래시를 시도했으나, 2루에서 선행 주자가 잡혔다. 1사 1루 상황. 다음 타자는 김상수. 초구 낮은 볼(127km 체인지업) 이후 2구째. 체인지업(128km)을 바깥쪽 낮은 코스로 절묘하게 뿌렸으나 역시 볼이 됐다. 류현진은 입술을 죽 내밀며 눈웃음을 지은 채 아쉬움을 표현했다. 3구째는 명백하게 낮은 볼(140km 속구). 그리고 4구째. 이번엔 138km 속구가 바깥쪽 높은 코스로 구석을 찌르는 듯했으나, 또 스트라이크 콜은 울리지 않았다. 결국 또 볼넷이 됐다.
류현진이 앞서 조용호와 승부부터 안치영, 그리고 김상수와 승부까지 볼 9개를 던진 것이다. 순간, 류현진이 한화 더그아웃 쪽을 바라본 뒤 무언가 외치는 모습이 보였다. 얼마큼 빠졌는지 물어보며 스트라이크 존을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만약 사람 심판이었다면 스트라이크로 잡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보더라인에서 살짝 빠졌던 볼들. ABS는 그러나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지 않았기에 볼 판정을 내렸고, 류현진은 이를 못 믿겠다는 듯 확인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3일부터 양 팀 더그아웃에 ABS 판정 수신기를 배치했고, 이에 스트라이크·볼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류현진은 5회말 조용호를 상대로 비슷한 코스에 볼을 던졌는데, 이건 스트라이크 콜을 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KBO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이 공은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류현진이 생각했던 스트라이크 존과 ABS의 스트라이크 존의 차이가 났던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KBO는 "지난 23일 문동주가 투구한 4회말 KT 천성호 타석의 4구(스트라이크 판정), 24일 류현진이 투구한 1회말 KT 천성호 타석의 3구(볼 판정)는 그래픽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투구된 위치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1회말 3구째 볼은 스트라이크 존에서 빠졌지만, 4회말 4구째 공은 스트라이크 존에서 공 반 개 정도 걸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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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가 공개한 24일 수원 한화-KT전의 1회말 천성호 타석의 그래픽. /사진=KBO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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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가 공개한 23일 수원 한화-KT전의 4회말 천성호 타석의 그래픽. /사진=KBO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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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KBO가 발표한 ABS 관련 운영 개요 및 시행세칙에 따르면 스트라이크 존 설정은 '홈 플레이트 중간 면과 끝면 두 곳'에서 상하 높이 기준을 충족해야 스트라이크로 판정한다. KBO는 "2024시즌 적용될 ABS의 좌우 기준은 홈 플레이트 양 사이드를 2cm씩 확대해 적용한다. 이 같은 설정은 규칙상의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ABS의 정확한 판정으로 볼넷이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 존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현장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심판과 선수단이 인식하고 있는 기존의 스트라이크 존과 최대한 유사한 존을 구현하기 위한 조정"이라면서 "MLB 사무국이 마이너리그에서 ABS를 운영할 때 양 사이드 2.5cm씩 확대 운영한 사례 등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상·하단 기준은 홈 플레이트의 중간 면과 끝면 두 곳에서 공이 상하 높이 기준을 충족하여 통과해야 스트라이크로 판정된다. 포수 포구 위치, 방식 등에 상관없이 좌우, 상하 기준을 충족하여 통과했는지 여부에 따라 스트라이크가 판정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날 류현진의 투구 역시 KBO가 자료를 통해 증명한 대로 홈 플레이트 중간 면과 끝 면을 모두 통과했다고 판단하면 스트라이크 콜을, 둘 중 하나라도 통과하지 않으면 볼 콜을 각각 한 것이다.
스트라이크 존 상단은 지면 기준 선수 신장의 56.35%를 적용하며 하단은 선수 신장의 27.64%를 적용한다. 이에 신장 180cm 선수를 예로 들면 상단은 101.43cm, 하단은 49.75cm를 적용하게 되는 것이다. 타격 자세는 따로 고려하지 않는다. 타격 자세에 따라 스트라이크 존이 달라지면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스파이크의 높이 역시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신장은 맨발 기준으로 측정했다.
KBO 리그가 세계 최초로 도입한 ABS는 선수들과 야구팬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일관성 있는 판정과, 선수와 심판 간 감정싸움이 사라진 모습에 팬들은 크게 환영하고 있다. 이제 ABS 시대 이전으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KBO는 향후 구장별로 스트라이크 존이 다르다는 현장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현장 조사를 하는 중이다. 이 부분에 관한 정확한 내용도 곧 미디어를 통해 팬들에게 알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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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 운영 개요도. /그래픽=KBO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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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ABS 스트라이크 존 기준. /그래픽=KBO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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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ABS 스트라이크 존 기준. /그래픽=KBO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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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ABS 스트라이크 존 기준. /그래픽=KBO 제공 |
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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