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난감하고 불쾌해 할만 하다. 구단 내부의 이슈가 아닌 외부의 이슈 때문에 프로야구 NC 다이노스는 홍역을 치르고 있다.
NC는 지난 29일 때아닌 연고 이전 논란에 휘말렸다. 허구연 KBO 총재와 국민의힘 소속 최형두 의원(경남 창원마산합포)이 나눈 대화가 공개됐다. 이 대화에서 허구연 총재는 NC의 홈구장인 창원NC파크의 열악한 접근성을 언급했다. 최형두 의원은 자신의 SNS에 허구연 총재와의 대화를 공개하면서 “수도권 성남시, 울산광역시 같은 곳에서는 프로야구팀 유치하려고 열성인데 지금처럼 NC마산구장 관객접근이 어려우면 구단측으로서는 위약금을 물고서라도 조건 좋은 도시로 연고구장을 옮길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라고 전했다. KBO 수장이 지역 정치인에게, 최악의 경우 연고이전까지 이뤄질 수 있다는 ‘엄포’를 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었다.
사실 NC의 연고지 창원 지역의 접근성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신구장 건립 과정부터 파행이 이어지면서 신구장 위치선정 타당성 용역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창원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 부지가 아닌 2위의 현재 부지에 창원NC파크가 지어졌다. 과거의 영광이 사라지고 활력을 잃은 ‘죽어가는 도시’에 가까운 지역이었다.
반면, 창원종합운동장 보고경기장 부지는 유동인구가 많은 창원 도심지와 가깝다. 현재 창원 LG 세이커스도 종합운동장 내의 실내체육관을 홈구장으로 쓰고 있다. 당장 신구장 건립부터 파행이 됐고 접근성도 떨어지니 흥행은 언감생심이었다. 대중교통편은 버스 단 3대가 전부다. 이 역시 창원 지역에서 야구를 보기 위해서는 환승이 필수적이다. 차량 이동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인데 주차난과 교통체증은 피할 수 없다.
최형두 의원은 이에 “시청과 논의중인 도시철도 노선도를 보여주며 허총재에게 대책을 설명했습니다. 허 총재는 즉시 구단 관계자에게도 함께 보여주며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 바로 사진에서 보는 창원과 마산구장을 잇는 도시철도입니다. 도시철도 1호선 계획도 창원중앙역에서 도청 시청을 거쳐 중앙로, 창원산단, 봉암대교, 수출자유지역옆 해안도로, NC마산구장, 마산역으로 이어지는 노선입니다”라면서 창원NC파크의 접근성 문제가 곧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창원 도시철도 구축 계획은 지난 1월,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받았고 상반기에 우선 착공 노선 확정, 하반기 국비 확보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기획재정부에 신청할 계획이다. 빠르면 2029년 착공해 2031년 준공되어 개통되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허구연 총재의 발언은 NC를 난감하게 했고 불쾌하게 했다. KBO는 “창원과 NC팬 들을 위해 교통 인프라 개선이 절실하고,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도였다”라고 해명했다.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허구연 총재는 언제나 야구장과 인근 환경과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창원은 접근 인프라가 가장 열악한 지역이었기에 극단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표현 자체가 과격해고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이진만 NC 대표이사는 “지난 26일 롯데와의 3연전 첫날, 허구연 총재님과 국회의원께서 오셔서 직관을 하시고 이런저런 말씀을 나누셨다. 그때 구단 관계자가 없는 사이에 그런 발언을 하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이제 SNS에 올라간 것 같다”라고 연고이전 관련 발언이 나온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나 국회에서 도시철도 등 교통 인프라 개선을 위해 힘써주시는 것은 구단 입장에서 당연히 감사하다. 창원 시민 전체에 큰 혜택이 될 것이다. 그런 부분을 감사하다고 말씀 드렸다”라면서도 “하지만 총재님이 최 의원에게 연고이전 관련 발언을 하신 것은 추후에 알았다. 사실 총재님께서 하신 말씀이 새롭지는 않다. 하지만 총재님의 사견일 뿐이다. 우리는 떠나는 것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 인프라가 없으면 창원에서 힘드니까 떠날 것이다는 얘기를 전혀 한 적이 없다. 연고이전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우리 구단은 창단 이래 어떻게든 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려고 여러 노력을 하고 있고 봉사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녹아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떠날 거면 우리가 이런 활동들을 왜 하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우리의 과제는 필드 위에서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우리 지역의 팬들에게 보답하는 게 가장 큰 과제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현재 NC는 19승11패로 리그 2위에 올라 있다. 지난 주말 롯데와의 낙동강 더비 3연전도 스윕을 했다. 27~28일에는 이틀 연속 매진을 달성하기도 했다. 구단은 현재 상황이 고무적인데 때아닌 연고 이전설로 난감해졌다. 가장 우려하는 것은 선수들의 동요다.
이 대표이사는 “올해 처음으로 평균관중 1만명에 육박해 간다. 저희 팬들도 늘어나고 롯데와의 3연전 많은 팬들께서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2위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라며 “그런데 이런 분위기에서 저희가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분위기를 해치면서 연고이전을 생각할 이유도 없다. 저희 생각도 아니고 이런 얘기를 저희와 커뮤니케이션 없이 하셔서 이슈가 된 게 저희는 편하지 않다. 구단이 더 당황했다. 젊은 선수들도 기사를 본다. 야구에 더 신경써야 하는데 동요될까봐 걱정이다. 팬들도 불쾌해 하실 것이다”라면서 현재 상황이 더 이상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허구연 총재의 발언은 충분히 이해하고 이전부터 인지하고 있던 대화 내용이지만 국회의원의 입을 빌려서 이슈화 되는 것에 난감해 하고 있다.
NC 야구단이 야구 외적인 문제로 이슈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약 한 달 전인 3월20일, 모기업인 엔씨소프트가 김택진 대표와 박병무 대표의 공동 대표 체제로 전환된 이후 온라인 설명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NC 야구단 운영과 관련된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박병무 대표는 “지난해부터 신중히 검토해왔지만 신규 게임 마케팅, 콘텐츠 기업으로서의 시너지 등 긍정적 측면을 바라보기로 했다”라면서 “매각보다는 비용 효율적인 운영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답했다. 야구단 매각과 관련한 루머를 부인했지만 모기업 최고위 책임자의 입에서 나온 야구단 운영과 관련한 발언은 구단 구성원들을 동요시키기에 충분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4분기 매출 4377억원, 영업이익 3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2022년 4분기) 대비 20%, 영업이익은 92%나 감소했다. 최악의 실적 부진 속에 주주들은 야구단 운영과 관련해서 불만을 끊임없이 내놓았고 이에 대한 대답을 한 것이다.
하지만 매각설에 대해서도 이 대표이사는 “본사에서 실적과 사업 개선 활동을 하면서 야구단 운영의 효율화는 당연히 할 수 있는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얘기들이 매각설로 확대 해석이 되면서 동요할 수 있다”라면서 사실과 다른 매각설이 구단을 흔드는 요인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결국 NC는 올해 최고의 성과를 내는 과정에서 본인들의 의도와는 달리, 외부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휘청거릴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NC는 작금의 상황들이 많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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