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창원, 한용섭 기자]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투수 이재학이 ABS 오심 조작 은폐 사건 이후 놀라운 반전을 만들어내고 있다. 충격적인 사태 이후 이재학은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를 기록하며 2승 평균자책점 0.64의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재학은 30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LG와 경기에 선발 투수로 등판해 7이닝을 던지며 5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이재학은 1회 2사 후 김현수에게 2루타를 허용했으나 오스틴을 루킹 삼진을 잡았다. 2회와 3회는 연속 삼자범퇴. 4회 선두타자 박해민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김현수를 1루수 땅볼 병살타로 처리했다.
5회 문보경의 안타, 김범석의 볼넷으로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위기에서 오지환과 박동원을 체인지업으로 연속 삼진을 잡아냈다. 2사 후 신민재를 중견수 뜬공으로 무실점을 이어갔다.
6회 삼자범퇴. 7회 선두타자 오스틴에게 중견수 키를 넘어가는 2루타를 맞았으나, 문보경의 우익수 뜬공 때 3루 태그업을 시도한 2루주자를 우익수-2루수의 중계 플레이로 태그 아웃시켰다.
이재학은 지난 4월 14일 대구 삼성전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심판진의 ABS 판정 조작 논란이 불거졌다. 상황은 NC가 1-0으로 앞선 3회말 수비 때 일어났다. 2사 1루, 삼성 이재현 타석 때 1스트라이크에서 투수 이재학의 2구째 직구가 ABS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는데, 심판은 볼을 선언했다. 이후 이재학이 볼 2개를 던지고 5구째 스트라이크를 던진 뒤 풀카운트가 되자 강인권 NC 감독이 덕아웃을 나와 심판에게 항의를 했다.
구단 덕아웃에 지급되는 ABS 판정을 확인할 수 있는 태블릿 PC에는 2구째 직구는 스트라이크로 찍혀 있었다. 2구가 스트라이크라면 3볼-2스트라이크가 아니라 2볼-3스트라이크로 삼진이 되어야 했다. 태블릿 PC에 ABS 판정이 찍히는 시간차가 있어서, 늦게 확인한 NC의 항의 타이밍이 늦었다.
4심 합의 후에 심판조 조장 이민호 심판위원은 “김지찬 선수가 도루를 할 때 투구한 공이 심판에게 음성 전달될 때는 볼로 전달이 됐다. 그렇지만 ABS 모니터 확인한 결과 스트라이크 판정이 됐다. NC 측에서 그걸 어필했지만 규정 상 그 투구가 다음 투구가 이뤄지기 전에 어필을 해서 정정이 돼야 한다. 어필 시효가 지나서 카운트대로 진행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4심 합의 과정에서 심판진의 충격적인 대화 내용이 중계방송으로 공개됐다. 이민호 심판은 문승훈 주심을 향해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들으세요. 아셨죠? 이거는 우리가 빠져나갈 거는 그거밖에 없는 거예요. 음성은 볼이야, 알았죠? 우리가 안 깨지려면 일단 그렇게 하셔야 돼요”라고 말했다. 심판들이 자신들의 실수(오심)를 덮기 위해 조작 은폐를 시도하는 정황이 고스란히 중계됐다.
이후 KBO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중징계를 결정했다. 이민호 심판위원은 가장 강력한 징계인 계약해지를 결정했다. 문승훈 심판위원은 규정이 정한 정직 최대 기간인 3개월 정직(무급), 정직이 종료되면 추가 인사 조치하기로 했다. 추평호 심판위원은 정직 최대 기간인 3개월 정직 징계를 결정했다.
당시 재개된 경기에서 이재학은 이재현을 볼넷으로 내보냈고, 2사 1,2루에서 구자욱에게 2루타, 맥키넌에게 적시타를 맞아 1-3 역전을 허용했다. 4회에는 이성규의 솔로 홈런, 김재상의 투런 홈런을 허용해 6점까지 내주고 교체됐다. 결국 NC는 5-12로 패배, 이재학은 패전 투수가 됐다.
이재학은 그 다음 등판이었던 지난 4월 24일 두산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5번째 선발 등판에서 첫 승을 기록했다. 그리고 30일 LG전에서는 7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추가했다.
더불어 2경기 연속 QS+를 기록했다. 이재학이 2연속 QS+를 기록한 것은 2018년 4월 4일 삼성전 7이닝 1실점, 4월 10일 KT전 7⅔이닝 2실점 이후 2212일 만에 기록이다.
이재학은 경기 후 “일단 연승을 이어갈 수 있어서 다행이다. 첫 주 출발을 잘해서 기분 좋습다”고 승리 소감을 말했다. 최근 2경기 연속 호투의 비결로 직구와 체인지업에 이은 3번째 구종 커터를 꼽았다.
이재학은 “시즌 초반에는 많이 던지지 못했다. 직구와 체인지업이 좋아서, 좋은 걸로 던지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그러다가 생각을 조금 전환해서 지난 경기부터 여러 가지 섞으려고 했다. (두산전에서) 세혁이 형이랑 말해서 좀 더 많이 가져간 게 결과가 잘 나오면서 좀 더 자신감이 쌓여서 오늘도 잘 써먹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투구 수 90구 중에서 직구 33개, 체인지업 44개, 커터 11개, 커브 2개를 던졌다. 이재학은 “지난 경기도 그렇고 커터를 좀 많이 쓰려고 마음 먹었다. 오늘은 던질 타이밍이 조금 덜 나와서, 그래도 세혁이 형이 적재적소에 또 커터랑 커브 사인을 내주면서 이전보다는 조금 다양하게 타자를 상대한 것 같다. LG 좌타자가 많아서 커터 비율이 조금 줄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대구에서 ABS 오심 논란을 겪은 이후 변화였다. 이재학은 당시 사건에 대해 “그냥 생각 자체를…. 왜 나한테 일어났을까라는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반대로 그냥 앞으로 더 좋은 운이 오려고, 더 좋은 기운이 오려고 이러는 것 같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을 했다. 다행히 또 두 경기를 공교롭게 잘 던졌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재학은 올 시즌 박세혁과 전담 배터리를 이루고 있다. 이재학은 “세혁이랑 많이 하고 있는데, 지금 너무 잘 이끌어줘서 고맙다”고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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