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원래 목표가 없었는데, 목표가 생겼습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손호영(30)은 LG에서 트레이드된 이후 제대로 꽃을 피우고 있다. 지난달 3월30일 150km를 던지는 잠수함 영건 우강훈과 1대1 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손호영은 이제 롯데에 없어서는 안될 내야수로 거듭났다.
앞으로 매 경기 모든 기록이 커리어하이다. 29경기 타율 3할2푼(100타수 32안타) 3홈런 18타점 6도루 OPS .862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로 지명을 받은 손호영은 입단 5년차에 만년 백업이 아닌 주전 멤버로서 역할을 해내고 있다.
특히 3할8푼7리(31타수 12안타)의 득점권 타율은 득점권 2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들 가운데 팀 내 1위다. 그리고 KBO 공식기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서 측정한 WPA(Wins Probability Added·승리 확률 기여도)는 1.01에 달했다. 팀 내 1위 수치다. 손호영의 활약이 얼마나 순도가 높았는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WPA는 통계적으로 팀이 승리할 확률을 얼마나 높였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플레이볼 시점 양 팀이 모두 승리할 확률 50%를 갖고 시작하기 때문에 WPA 0.5는 1승을 만들어낸 수치라고 해석하면 된다. 즉 손호영은 현재 트레이드 이후 롯데의 10승 중 2승을 홀로 책임졌다고 볼 수 있다.LG에서와 달리 매 경기 출장을 하면서 손호영은 소박한 목표가 생겼다. 지난 2일 사직 키움전에서 역전 3점포와 결승득점을 이끈 3루타를 친 뒤. 손호영은 “원래 목표가 없었는데, 이제 목표가 생겼다. 팀이 남은 모든 경기에 다 나가고 싶다”라면서 “머릿속으로 그려본 성적은 없다. 아직 풀타임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 걸 그려볼 수는 없을 것 같고 그냥 남은 경기 다 나가서 잘하고 싶다는 생각 밖에 없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손호영의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결국 건강해야 한다. 하지만 손호영은 그동안 ‘건강’과 거리가 멀었던 선수였다. LG 시절에도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기회를 잡으려고 할 때마다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LG 동료들은 손호영을 두고 ‘비눗방울’,’유리몸’ 등 달갑지 않은 수식어로 부르곤 했다.
이런 손호영은 ‘철인’을 꿈꿨다. 그런데 여전히 부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 2일 사직 키움전 3루 전력질주의 여파가 있었던 것일까. 3일 대구 삼성전에서 2회초 타석을 소화한 뒤 오른쪽 햄스트링에 불편함을 느껴서 교체됐다. 완전한 통증은 아니고 타이트한 정도지만 손호영의 부상 이력을 생각해 보호차원에서 일찌감치 교체됐다. 손호영 입장에서는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강도로 경기에 거듭 출장했다. 출장 시간 관리도 필요해진 시점이다.
당장 손호영의 이탈은 롯데에 초대형 악재다. 마땅히 대처할 선수가 없다. 당장 3일 경기에서 베테랑 정훈이 임시적으로 3루수로 나서 괜찮은 활약을 펼쳤지만 3루가 가능한 노진혁 한동희 등 2군에 있는 자원들이 빠르게 궤도를 되찾아 돌아오기를 바라야 한다. 그래야 손호영에게도 숨 돌릴 틈이 생길 전망이다.
롯데는 이제 손호영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지금의 활약을 더 꾸준하게 이어가려면 부상과 체력 관리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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