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왜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게만 이런 일이 생길까. 억울한 상황들의 연속이다. 하지만 준비 과정과 데이터는 머지 않아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정후는 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 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경기에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이로써 시즌 성적은 타율 2할4푼8리, 출루율 3할6리, 장타율 .322를 기록했다.
이정후는 지난 1일부터 동부 원정을 치르고 있다. 보스턴과 필라델피아로 이어지는 원정 7연전이다. 하지만 이번 동부 원정은 이정후에게 안 좋은 기억들만 안겨주고 있다.
1일 첫 경기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던 이정후였다. 홈런성 타구를 때려내고도 펜웨이파크의 기이한 구조와 바람에 삭제됐다. 9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해 저스틴 슬레이튼의 90.6마일 커터를 잡아당겨 우측 방면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34도의 발사각으로 100마일로 비행한 타구였지만 우익수 뜬공에 그쳤다. 비거리는 377피트이 타구는 메이저리그 30개 구장 중 26개 구장에서 홈런이 되는 타구였다. 펜웨이파크를 비롯해 카우프먼 스타디움(캔자스시티), 오클랜드 콜리세움(오클랜드), 내셔널스 파크(워싱턴)에서만 홈런이 안 됐다.
2일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5회초 커터 크로포드의 82마일 스위퍼를 때려냈는데 이 역시 우익수 뜬공이 됐다. 99.4마일의 타구 속도로 뻗어나갔지만 비거리 360피트의 우익수 뜬공이었다. 이 홈런은 30개 구장 중 14개 구장에서 홈런이 될 법한 타구였다. 이날 이정후는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3일 경기에서도 이정후는 첫 타석부터 고개를 숙였다. 조슈아 윈코스키의 초구 96.4마일의 싱커를 통타했다. 타구속도 103마일, 발사각 29도의 완벽한 ‘배럴 타구’였다. 기대 타율은 8할에 달했다. 하지만 중견수 뜬공에 그쳤다. 400피트를 비행한 타구는 담장을 넘지 못했다. 30개 구장 중 10개 구장에서 홈런이 될 타구였다. 3경기 연속 펜웨이파크의 담장을 끝내 넘지 못한 이정후였다.
필라델피아로 이동해서도 이정후의 ‘억까’는 계속됐다. 이날 이정후는 필라델피아 에이스 애런 놀라를 상대했다. 1회 첫 타석에서 1볼 1스트라이크에서 91.2마일 포심을 받아쳤지만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문제의 타석은 2회 두 번째 타석이었다. 2회 1사 1,2루의 득점권 기회에 등장한 이정후. 이정후는 1스트라이크 카운트에서 2구째 몸쪽 91.9마일 포심 패스트볼을 걷어 올렸다. 역시 큼지막하게 우측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 타구는 우측 파울 폴 바깥으로 흘러나갔다. 파울 홈런이 됐다. 결국 1볼 2스트라이크에서 6구 승부까지 이어갔지만 유격수 뜬공에 그쳤다. 결국 이날 역시 이정후는 5타수 1안타에 그쳤다.
이정후의 이런 불운, 동료들도 알고 있다. 지역매체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과 인터뷰를 가진 동료 외야수 마이크 야스트렘스키는 보스턴과의 3연전, 이정후의 불운을 지켜보며 “그는 여러차례 라인드라이브로 아웃이 됐고 실제로 아무 것도 보여줄 수 없었다. 그것보다 훨씬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기 때문에 유감이지만 훌륭한 시리즈를 펼쳤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보면 정말 많은 것들을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때때로 결과가 나고 있지 않을 뿐이다”라며 이정후의 불운들을 감쌌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샌프란시스코의 코치들은 이정후의 타석 준비 능력에 놀라워 한다. 그는 항상 계획이 있다. 그 결과 꾸준히 강한 컨택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결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라며 이정후의 현재 성적이 불운에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이정후의 xwOBA(예상 가중 출루율은 .346이고 예상 장타율은 .444, 예상 타율은 3할이다. 스탯캐스트는 이러한 예상 기록에 대해 수비와 야구장의 특성, 발사각과 타구속도에 기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MLB.com의 통계 분석가 사라 랭스는 자신의 SNS에 3일 기준, 5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들 가운데 스윙 대비 하트 히트 비율 상위 5명을 공개했다. 후안 소토(뉴욕 양키스)가 26.9%로 가장 높고 라이언 오헌(볼티모어) 25%, 그 다음이 이정후로 24.9%였다.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23.7% 보다 높은 하드 히트 타구 비율을 기록 중이다.
사라 랭스는 하트 히트의 기준을 타구속도 95마일 이상으로 삼았고 이 기록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로 ‘95마일 이상의 타구는 4할8푼1리의 타율을 기록 중이고, 장타율이 0.923이다’라고 설명했다. 데이터는 이정후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고 있고,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정상급 데이터를 나타내고 있다. 데이터가 나타내는 과정은 결국 결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정후를 향한 슬럼프를 논하는 것은 이르다. 진득하게 기다리고 조급해 하지 않으면, 조만간 이정후다운 기록이 예쁘게 정렬이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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