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에서 붙박이 2루수라는 단어를 붙일 선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도 최근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간은 2루수 걱정 없이 시즌을 치를 수 있었다.
2020년 프리에이전트(FA)로 합류한 안치홍의 존재로 롯데는 2루수 문제를 해소할 수 있었다. 사실 안치홍 이전, 롯데의 육성 계획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롯데의 2루수 자리는 어쩌면 고승민(24)에게 돌아갈 수도 있었다. 2019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로 입단한 고승민은 대형 내야수 재목으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2020년 고승민은 외야수로 전향했고 2루수와 멀어졌다. 그러다 현역 군 복무를 마쳤고 돌아온 뒤에도 외야수로 정착했다.
2021시즌이 끝나고 손아섭이 FA로 NC 유니폼을 입게 되면서 후계자를 찾는 게 시급했는데, 고승민은 2022년 손아섭의 그림자를 어느 정도 지우는데 성공했다. 2022년 92경기 타율 3할1푼6리(234타수 74안타) 5홈런 30타점 OPS .834의 성적을 남겼다. 특히 후반기 50경기 타율 4할1푼4리(128타수 53안타) 2홈런 18타점 OPS 1.012의 맹타로 2023년을 기대케 했다.
하지만 2023년 고승민은 1루수로 시즌을 치러야 했다. 특별한 준비 없이 스프링캠프부터 급조된 1루수 전향 준비는 고승민을 혼란에 빠뜨렸다. 94경기 타율 2할2푼4리(255타수 57안타) 2홈런 24타점 OPS .649로 성적이 뚝 떨어졌다. 스스로는 1루수 전향과 부진은 별개이고 핑계라고 생각했지만 생경한 포지션에서 다시 적응해야 하는 점을 간과하기는 힘들었다.
그렇게 고승민은 다시 방황했다. 올 시즌 준비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2루수로 회귀했다. 고승민의 2루수 재능을 다시 한 번 확인해보기 위함이었다.
손아섭 후계자였던 고승민은 안치홍이 지난 시즌이 끝나고 한화로 떠나면서 안치홍의 후계자가 됐다. 스프링캠프까지 2루수 후보군에 포함되며 기대를 모았다. 김태형 감독도 “2루수로 하는 그림이 나쁘지 않았다”라고 말할 정도. 하지만 외야수 김민석의 부상, 기존 내야수들의 존재들로 인해 고승민은 다시 좌익수 자리로 옮겨갔다. 임시방편이었지만 6경기 타율 4할7푼4리(19타수 9안타)의 페이스를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기도 했다.
하지만 고승민은 슬럼프에 빠졌다. 좋았던 페이스를 꾸준하게 이어가지 못했다. 타격 메커니즘에서 삐걱거렸다. 김태형 감독은 큰 스윙 폭과 넓은 타격 스탠스와 레그킥 때문에 히팅 타이밍이 늦다는 점을 지적했다.
4월 4일 2군으로 내려가면서 재조정 시간을 가져야 했다. 타격 메커니즘을 수정하면서 고승민은 다시 2루수로 경기에 나섰다. 고승민에게는 반등의 시간이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23일 만에 1군으로 돌아온 고승민은 2022년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지난달 30일 키움전부터 최근 5경기에서 타율 5할7푼9리(19타수 11안타) 6타점 OPS 1.413의 맹타를 휘둘렀다. 달라진 타격폼으로 뿜어내는 타구의 질도 달라졌다.
‘스포츠투아이’ PTS 데이터 기준, 2군 말소 직전 평균 타구 속도는 131.9km에 라인드라이브 타구 비율은 23.1%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5경기 5할 맹타를 휘두르는 기간, 타구 속도는 평균 아구속도는 138.6km, 라인드라이브 비율 56.3%로 월등하게 향상된 모습이다. 2022년의 평균 타구속도(144.2km)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점점 강하고 빠른 타구를 생산해내는 고승민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무엇보다 2루수로서 무난한 수비력을 선보이면서 과거 대형 내야수 재목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출난 호수비는 없지만 지금처럼 무난하게 2루를 차지해주고 공격력을 과시한다면 안치홍의 그림자를 완전히 지워나갈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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