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승 투수 이탈→승률 1위' 두산, 20세 최준호도 터졌다 '데뷔 첫 승'에 ''양의지 선배만 믿고 던졌다'' [잠실 현장]
입력 : 2024.05.1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잠실=안호근 기자]
두산 투수 최준호가 12일 KT전에서 이닝을 마치고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있다.
두산 투수 최준호가 12일 KT전에서 이닝을 마치고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있다.
'20승 투수' 라울 알칸타라의 복귀가 요원하지만 두산 베어스는 거침 없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벌써 7연승 째다. 타선의 강력한 힘이 있지만 알칸타라의 빈자리를 잊게 만드는 대체자들의 호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다.

지난해 신인 최준호(20)도 그 중 하나다. 최준호는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더블헤더 1차전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85구를 던져 4피안타(2피홈런) 1볼넷 6탈삼진 2실점 호투했다.

타선이 경기 초반부터 대량 득점에 성공했고 장단 14안타 10볼넷으로 12점을 뽑아내며 최준호는 감격의 데뷔 첫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천안 북일고를 졸업한 최준호는 지난해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퓨처스(2군)에서 착실히 선발 수업을 받은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5선발 후보군으로 꼽혔다. 호주 스프링캠프 때부터 시속 150㎞를 웃도는 빠른공과 날카로운 스플리터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최승용이 로테이션에서 이탈했고 알칸타라까지 팔꿈치 통증을 느껴 빠져나가는 등 선발 곳곳에 빈자리가 생겨 최준호가 예상보다 빠르게 기회를 얻었다. 지난달 23일 NC 다이노스전 5이닝 1실점하며 기대감을 키운 최준호는 이날 데뷔 이래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두산 최준호가 12일 KT전 1회초 홈런을 맞고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두산 최준호가 12일 KT전 1회초 홈런을 맞고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어깨가 무거웠다. 더블헤더 1차전 선발로 나선 그는 불펜진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이닝을 책임져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1회초부터 강백호와 문상철에게 백투백 홈런을 맞고 흔들리는 듯 했다. 트랙맨 데이터에 의하면 강백호의 홈런은 타구 속도 시속 173.4㎞에 비거리 127.4m, 문상철의 홈런 또한 170.7㎞로 129.3m를 뻗어간 대형 홈런들이었다.

장성우에게 볼넷까지 내줬지만 이내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조용호와 황재균에게 연속으로 결정구 스플리터를 활용해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고 한숨을 돌렸다. 2회엔 신본기와 천성호에게 각각 속구와 슬라이더를 통해 삼진 2개를 잡아냈고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최준호의 역투에 타선도 화답했다. 2회에만 5점을 내며 최준호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3회 첫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지만 이후 빠르게 세 타자를 범타처리했고 4,5회 연속 삼자범퇴로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최준호는 강백호에게 안타를 맞은 뒤에도 문상철에게 침착히 땅볼 타구를 유도하며 병살타로 주자를 지워냈고 6회초 2사에선 10구 승부 끝에 바깥쪽 보더라인에 걸치는 속구로 장성우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데뷔 첫 승리와 함께 퀄리티스타트까지 챙겼다. 최고 시속 149㎞, 평균 144㎞ 속구를 30구, 슬라이더(평균 135㎞)를 28구, 스플리터(평균 132㎞)를 27구 고루 뿌리며 KT 타선을 잠재웠다.

경기 후 이승엽 감독은 "선발 투수 최준호가 더블헤더 1차전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 시작부터 백투백 홈런을 맞았지만 이후 안정감을 찾으며 퀄리티스타트 투구를 기록했다"며 "6이닝을 책임지며 2차전을 앞두고 불펜진 운영에도 좋은 영향을 끼쳤다. 데뷔 첫 승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앞으로도 꾸준한 활약을 기대한다"고 칭찬했다.

최준호가 12일 KT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최준호가 12일 KT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최준호는 "야수 선배님들이 점수를 많이 내주신 덕분에 편한 상황에서 내 공을 믿고 던질 수 있었다"며 "특히 팀이 연승 분위기였기 때문에 흐름을 깨고 싶지 않았는데 좋은 결과가 있어 만족스럽다"고 했다.

국내 최고 포수 양의지와 함께라 더욱 거침 없이 공을 뿌렸다. 최준호는 "(양)의지 선배 사인만 믿고 던졌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백투백 홈런을 허용해 '오늘 쉽지 않겠다'했는데 오히려 긴장이 풀리면서 이후부터 결과가 따라온 것 같다"고 공을 돌렸다.

이어 "많은 홈팬분들 앞에서 연승을 잇는 날 데뷔 첫 승리를 한 것도, 더블헤더 경기인 날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해 팀에 보탬이 된 것도 모두 기분 좋다"며 "감독님께서도 경기 후 '축하한다'고 해주셨다. 믿고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는 부모님에 대한 특별한 사연과 감사인사도 잊지 않았다. 최준호는 "1군에 올라온 뒤 등판하는 날마다 (천안 거주 중인) 부모님께서 올라오셨다"며 "어제도 올라오셨다가 우천취소로 인해 경기를 못 보고 내려가셨는데 오늘 새벽에 아침밥을 먹이시겠다고 요리를 해 다시 올라오셨다. 함께 아침을 먹고 야구장에 왔는데 든든한 집밥이 큰 힘이 된 것 같다. 부모님께 정말 감사드리며, 다치지 않고 자랑스러운 아들이 돼 많은 효도하겠다. 사랑한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곽빈-브랜든 와델-최원준으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3명의 선발에 최준호까지 힘을 보태게 됐다. 두산은 알칸타라가 빠진 가운데서도 7연승을 달렸고 이 기간 12승 4패로 승률 1위(0.750)를 달리고 있다. 순위도 8위에서 어느덧 5위까지 도약했다. 2위 NC 다이노스와 승차도 단 1경기에 불과하다. 최준호의 활약에 배가 부를 수밖에 없는 최준호다.

데뷔 첫 승리를 따낸 최준호가 기념구를 들고 미소짓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데뷔 첫 승리를 따낸 최준호가 기념구를 들고 미소짓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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