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은퇴 위기에서 극적으로 재취업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불꽃투를 펼쳤다. KBO리그 출신 애런 브룩스(34⋅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메이저리그에서 다시 한 번 역수출 신화를 쓸 수 있을까.
브룩스는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리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7피안타 1볼넷 5탈삼진 3실점, 퀄리티스타트 플러스 역투를 펼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브룩스는 2014년 캔자스시티 로열스에서 데뷔한 뒤 2019년에는 오클랜드와 볼티모어를 오가면서 29경기(18선발) 110이닝 6승8패 평균자책점 5.65의 성적을 남겼다. 그러다 2020년 KIA 타이거즈와 깜짝 계약을 맺으면서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메이저리그 커리어가 충분히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브룩스의 한국행은 의외였다.
2020년 브룩스는 23경기(151⅓이닝) 11승4패 평균자책점 2.50의 성적을 남겼고 개인사로 시즌을 일찍이 마무리 했지만 이듬해 재계약까지 맺었다. 2020년의 압도적인 면모는 아니었고 잔부상도 있었지만 13경기 3승5패 평균자책점 3.35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2021년 8월, 대마 성분이 포함된 액상담배 및 대마 젤리를 몰래 들여오려다 적발이 되면서 퇴출됐다. 여기에 대마 흡연까지 한 혐의를 받았다. 2022년 열린 재판에서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은 뒤 한국을 떠났다. 이날 패전 투수가 됐지만 브룩스의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 피칭은 모두를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이날 브룩스는 최고 94.8마일(152.5km)의 포심 패스트볼(21개)을 바탕으로 슬라이더(30개), 체인지업(17개), 싱커(15개), 너클커브(1개)를 구사하면서 휴스턴 타선을 완벽하게 돌려세웠다.
2022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계약을 맺으며 5경기 등판해 9⅓이닝 평균자책점 7.71의 성적에 그쳤고 2023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을 맺었지만 메이저리그에 오르지 못했다. 2022년 이후 약 2년 만의 메이저리그 복귀전. 선발 등판 기준으로는 볼티모어 오리올스 소속이던 2019년 9월14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전(5⅓이닝 7피안타 3볼넷 2실점) 이후 1706일 만의 선발 등판이었다.
브룩스는 올 시즌 트리플A 라스베가스 에비에이터스에서 8경기(43⅓이닝) 1승 6패 평균자책점 4.57의 기록을 남기고 있었다. 하지만 오클랜드 선발진이 줄부상에 빠졌다. 폴 블랙번이 오른발 부상, 알렉스 우드가 어깨 부상으로 이탈했다. 켄 왈디척은 팔꿈치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선발 투수가 필요했고 브룩스가 기회를 얻게 됐다.
브룩스가 7이닝 이상을 소화한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었다. 오클랜드 소속이었던 2015년 10월 3일 시애틀 매리너스전(7이닝 6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에서 퀄리티스타트 플러스 피칭을 펼친 이후 3148일 만이었다. 2019년 9월21일 볼티모어 소속으로 시애틀전 7이닝 1피홈런 1볼넷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지만 이 때는 구원 등판이었다.
이날 브룩스는 1회 2실점을 했지만 수비진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서 실점이 늘어났다. 4회에도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면서 3실점을 기록했지만 5회부터 7회까지 적절한 투구수로 역대 최고의 피칭을 펼쳤다.
브룩스는 이날 경기 후 ‘MLB.com’ 등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겨울, 소속팀을 찾지 못해 은퇴까지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브룩스는 “보통 12월 정도에 계약을 하는데, 가족들과 ‘이게 세상의 뜻이라면 맞을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생각이었다”라면서 가족과 함께 은퇴 이후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시간이 왔음을 느꼈다고.
그래도 브룩스는 공을 놓지 않았고 몸을 꾸준히 만들고 있었다. 2월까지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고. 하지만 문자 한 통이 운명을 바꿔놓았다. ‘MLB.com’은 브룩스는 계속 운동을 하고 있었고 전화가 올 수 있기에 투구를 당장 할 수 있는 몸을 만들고 있었다. 그러다 전화기를 들어서 오클랜드의 데이빗 포스트 단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두 사람은 오래 전부터 관계를 쌓아왔다. 2015년 벤 조브리스트를 트레이드 하면서 션 마네아와 함께 2015년에 처음 만났다. 이후 2018년 밀워키 브루워스로 지명 할당된 이후 2018년에 재회했다’라고 설명했다.
브룩스는 “그에게 문자를 보내도 큰 손해는 없다고 생각했다. 자리가 있는지 알아봐달라”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포스트 단장은 스프링캠프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2월9일, 브룩스에게 마이너리그 계약을 제안했고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했고 이날 다시 잡은 메이저리그 선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브룩스는 “거짓말 하지 않겠다. 1회에 약간 초조했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약간 긴장했다. 휴스턴 타선을 잘 묶어뒀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마크 캇세이 감독은 브룩스의 피칭을 인상깊게 지켜봤다. 그는 “애런(브룩스)은 공을 정말 멋지게 던졌다. 첫 이닝에 수비진이 최소 1점은 손해를 보게 했다. 이전에 내가 기억했던 브룩스의 모습이었다. 브룩스는 경기를 잘 운영하고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아는 투수”라면서 “우리는 브룩스와 함께 어떻게 나아갈지 지켜볼 것이다. 오늘밤 좋은 타선을 상대로 브룩스가 한 피칭을 간과할 수 없다. 그는 자신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라고 강조하면서 브룩스에게 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메릴 켈리(전 SK), 뉴욕 메츠 브룩스 레일리(전 롯데)는 부상으로 당장 활약하고 있지 않지만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에릭 페디(전 NC), 크리스 플렉센(전 두산),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의 벤 라이블리(전 삼성),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알버트 수아레즈(전 삼성)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활약 중인 KBO리그 출신 투수들이다. 그리고 브룩스가 7이닝 역투로 잡은 메이저리그 생존 기회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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