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구, 손찬익 기자] 팀이 위기에 처했을 때 베테랑의 역할이 중요하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김헌곤이 지난 17일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멀티히트에 타점과 득점은 물론 슈퍼 캐치까지 선보이며 팀 승리에 큰 공을 세웠다.
2번 좌익수로 나선 김헌곤은 1회 유격수 땅볼, 3회 3구 삼진을 당했다. 3-1로 앞선 5회 추가 득점이 필요한 가운데 귀중한 한 방을 날렸다.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구자욱이 상대 선발 황준서와 끈질긴 승부 끝에 볼넷을 골랐다. 타석에는 김헌곤. 볼카운트 0B-1S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2구째 직구(139km)를 밀어쳐 우익수 방면 2루타를 때려냈다. 1루 주자 구자욱은 홈까지 파고들었다. 4-1.
3점 차 앞선 7회 1사 3루서 좌중간 적시타를 날려 3루 주자 김지찬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김헌곤은 김영웅과 류지혁의 안타로 또다시 홈을 밟았다.
한화는 8회 노시환과 안치홍의 연속 안타로 만든 무사 1,3루서 최재훈의 2루수 병살타로 1점을 추격했다. 그리고 9회 선두 타자로 나선 문현빈의 우월 솔로 아치를 시작으로 김태연의 안타, 요나단 페라자의 2루타, 노시환의 볼넷으로 만루 찬스를 잡았다. 한화엔 절호의 기회였고 삼성 입장에서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안치홍이 우익선상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하지만 9회초 수비를 앞두고 좌익수에서 우익수로 수비 위치를 옮긴 김헌곤이 혼신의 힘을 다해 공을 쫓아가 타구를 걷어냈다. 자칫하면 싹쓸이 2루타가 될 타구를 김헌곤의 호수비 덕분에 희생 플라이로 막아냈다. 2사 후 이도윤이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경기 종료.
선발 이승현의 호투 그리고 이재현과 이성규의 홈런이 빛날 수 있었던 건 김헌곤의 슈퍼 캐치 덕분이었다. 삼성은 한화를 7-5로 꺾고 2연승을 달렸다.
지난 2년간 부상과 부진 속에 아쉬움을 남겼던 김헌곤은 올 시즌 40경기에서 타율 3할3푼7리(83타수 28안타) 4홈런 14타점 15득점 1도루로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좋은 선수 이전에 좋은 사람으로 잘 알려진 김헌곤의 활약에 라이온즈 구성원은 물론 많은 이들이 자기 일처럼 기뻐하고 있다.
위기에 처한 팀을 귀한 김헌곤은 담담한 반응이었다. 경기 후 구단 유튜브 채널 ‘라이온즈 TV’를 통해 “호수비가 아니고 쉽게 잡아야 하는데 어렵게 잡은 것 같다”고 자신을 낮췄다. 이어 “한 경기 한 경기 너무 중요하다. 그거 말고 딱히 생각하지 않는다. 이겨서 정말 다행”이라고 선한 미소를 지었다.
올 시즌 눈부신 활약 속에 '대헌곤'이라는 수식어를 얻게 된 김헌곤다운 소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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