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재정비 시간이 예상보다 길었다. 하지만 조금 더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투수 문동주(21)가 23일 만의 1군 복귀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부활을 알렸다.
문동주는 2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5이닝 1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한화의 8-4 승리를 이끌었다. 한화는 지난 3월31일 대전 KT전 7연승 이후 무려 51일 만에 연승에 성공했고, 문동주 개인적으로는 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 3월28일 문학 SSG전(5이닝 6피안타 2볼넷 5탈삼진 2실점) 이후 54일 만에 맛본 승리였다. 시즌 2승(2패)째.
그 사이 우여곡절이 많았다. 첫 승을 거둔 뒤 기복 심한 투구를 이어가던 문동주는 지난달 28일 대전 두산전에서 3⅓이닝 10피안타(3피홈런) 1볼넷 1사구 1탈삼진 9실점으로 크게 무너졌다. 데뷔 후 최악의 투구로 이튿날 2군에 내려갔다. 한 번 쉬어갈 시간이 필요했고, 로테이션을 한 번 건너뛰기로 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2군에서 재정비 시간이 길어졌다. 내려가서 처음 불펜 피칭을 했는데 뭔가 좋지 않았다. 퓨처스 팀 코칭스태프는 물론 문동주 스스로도 확신이 들지 않았다. 보통 선수 같으면 빨리 1군에 복귀하고 싶겠지만 문동주는 스스로 제동을 걸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코칭스태프가 봤을 때도 그렇고, 본인이 느끼기에도 투구 밸런스가 너무 안 좋다고 한다”며 서두르지 않고 2군에서 충분히 재조정할 수 있게 시간을 더 줬다.
문동주는 그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펠릭스 페냐가 지난 15일 대전 NC전에서 타구에 손목을 맞고 이튿날 엔트리 말소되면서 문동주는 퓨처스리그에서 구원 1경기(14일 삼성전 1이닝 11구)만 던지고 1군에 올라왔다. 선발로서 투구수를 끌어올리지 않은 상태였지만 5이닝을 66구로 정리했다. 피안타는 4회 2사 후 김범석에게 맞은 게 유일했다. 3회 오지환에 내준 볼넷 1개를 빼면 커맨드도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효율적이었다.
트랙맨 기준 시속 최고 157km, 평균 153km 직구(37개)에 커브(22개) 중심으로 체인지업(5개), 투심, 커터(이상 1개)를 구사했다. 1회부터 5회까지 공에 힘이 넘치고, 커브 제구가 잘 이뤄지면서 직구-커브 투피치만으로도 LG 타선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우리가 알고 있던 문동주의 모습으로 성공적인 복귀 신고를 했다.
경기 후 문동주는 “풀카운트에서도 크게 벗어나는 공이 없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오늘 처음으로 공에 힘이 있다는 게 느껴졌다. 몸풀 때부터 좋았다”며 “2군에 내려간 뒤 처음으로 돌아가서 훈련량을 많이 가져갔다. 2군에 계신 이대진 감독님, 박정진·마일영·정우람 코치님이 많이 신경써주신 덕분에 짧은 시간 동안 잘 회복할 수 있었다. 나 혼자 아무리 머리를 써도 감독님과 코치님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힘들었을 것이다. 힘든 시간 깊게 빠지지 않게 멘탈 관리도 잘해주셨다”고 퓨처스 코칭스태프에 감사해했다.
그 이전에 잘 안 된 것에 대해 문동주는 “한 가지가 아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고, 2군에 처음 내려갈 때 어떤 문제부터 들어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포인트를 잘 잡아주셨다”며 “스스로도 지난해 좋을 때 영상을 찾아보며 비교 분석을 많이 했다. 어느 한 부분이 아니라 여러 군데에 문제가 있었다. 아직도 해결해나가는 과정인데 오늘 경기에서 잘 나온 것 같다. 앞으로 경기가 더 좋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2군에 내려간 선수는 누구나 빨리 1군에 오고 싶어 한다. 하지만 문동주는 스스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올라가길 원치 않았다. 어린 선수이기에 이 또한 보통 판단력과 용기가 아니다. 그는 “욕심 같아선 빨리 올라가고 싶었지만 스스로 봐도 준비가 안 돼 있었다. 1군에선 타자랑 싸우는데 (2군에 가선) 피칭부터 다시 시작하다 보니 스스로와 싸우게 되더라. 문제점을 더 깊게 파고들다 보니 시간이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2군에서 보낸 시간이) 길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 시간 동안 잘해서 좋은 결과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문동주가 자리를 비운 사이 한화는 황준서에 조동욱까지, 두 명의 고졸 신인 좌완이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왔다. 문동주의 1군 복귀가 늦어지면서 선발로 콜업된 조동욱은 데뷔전 승리를 거뒀다. 황준서도 데뷔전 승리 후 4연패 중이지만 평균자책점 4.86으로 크게 무너지지 않고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다.
문동주는 “내가 없는 사이 준서랑 동욱이가 잘 던져줘 너무 고마웠다. 잘 던지는 모습에 반했다”며 웃은 뒤 “이제는 동생들이 부담을 갖지 않고 던질 수 있도록 내가 잘하겠다. 내가 없을 때 준서, 동욱이, (류)현진 선배님이 잘 버텨주셨다. 이제는 내가 잘 버텨야 한다. 다시는 2군에 내려가지 않도록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