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조형래 기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외국인 투수 찰리 반즈가 역대급 탈삼진 페이스를 기록 중이다. 팀의 레전드이자 현재 투수코치인 주형광 코치 이후 새 역사를 쓸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반즈는 지난 2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⅔이닝 93구 5피안타 2볼넷 7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치며 팀의 6-1 역전승이자 개인 3승 째를 수확했다.
이날 반즈는 최고 147km의 포심 패스트볼 40개, 슬라이더 32개, 체인지업 11개, 투심 10개를 구사하면서 KIA 타선을 요리했다.
반즈는 1회 선두타자 박찬호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2루 도루, 그리고 1루수 땅볼 때 실점을 허용했다. 박찬호의 빠른 발이 반즈를 흔들었다. 하지만 이후에는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지만 적절한 위기 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경기를 손쉽게 풀어갔다. 출루를 허용해도 산발적이었다.
2회 2사 후 이창진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김태군을 1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했다. 3회에는 2사 후 김선빈에게 우전안타를 맞았지만 김도영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4회 선두타자 나성범에게 좌전안타를 맞았지만 이우성을 유격수 병살타로 솎아내며 3타자로 이닝을 틀어막았다. 5회에도 선두타자 이창진에게 중전안타를 내줬지만 김태군을 3루수 병살타로 솎아냈다.
6회 선두타자 박찬호에게 중전안타를 맞으며 다시 위기에 몰린 반즈. 그러나 1회처럼 똑같이 당하지 않았다. 박찬호의 2루 도루 시도를 견제로 저지했다. 박찬호를 지운 뒤 김선빈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김도영 나성범을 연속 삼진으로 솎아내 6회를 마쳤다.
7회에도 이우성과 소크라테스를 연달아 삼진으로 처리한 뒤 이창진을 2루수 땅볼로 처리, 삼자범퇴를 만들었다. 7회까지 투구수는 불과 82개였다.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왔고 8회 김태군을 유격수 땅볼, 최원준을 삼진으로 솎아낸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반즈는 이날 호투로 시즌 평균자책점을 3.50까지 떨어뜨렸다. 5월 한 달 간 4경기 2승 평균자책점 2.42로 롯데 마운드를 이끌어가고 있다.
반즈는 경기 후 “계속해서 좋은 투구를 던지고, 또 내가 더 잘해야 팀이 이길 수 있기 때문에 많이 집중 했던 것 같다. 앞으로도 좋은 페이스로 시즌을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면서 “그리고 오늘 유강남 선수와 전력분석 미팅 시 게임 플랜에 대해 서로 고민했고 그런 부분들이 준비가 잘되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거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KIA가 강팀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려고 했고, 특히 오늘 결정구 잘 먹혀서 또 좋은 결과가 나온 거 같다”라며 호투 비결을 설명했다.
현재 보이는 성적도 대단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반즈의 탈삼진 페이스다. 올해로 한국에서 3년차 시즌을 맞이하는 반즈는 삼진으로 압도하는 구위를 선보이는 유형의 투수는 아니었다. 2022년 한국 데뷔 첫 해 186⅓이닝을 던지며 탈삼진 160개, 2023년에는 170⅓이닝에 147탈삼진을 기록했다. 9이닝 당 탈삼진으로 지면 2022년 7.73개, 2023년 7.77개였다.
삼진이 많은 편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150km를 넘나드는 구속으로 상대를 완벽하게 압도하는 구위를 가진 투수라고 볼 수는 없었다. 스포츠투아이의 ‘PTS’ 데이터에 의하면 2022년 반즈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3.1km, 2023년 143.3km였다.
그런데 올해는 반즈의 탈삼진 페이스가 가파르다. 지난 4월19일 사직 KT전 10개의 탈삼진을 뽑아낸 것을 시작으로 이후 11개, 9개, 13개, 9개 등으로 매 경기 10개 안팎의 삼진을 기록하며 위력을 떨쳤다. 21일 KIA전은 이전에 비해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적지 않은 7개의 삼진을 기록했다.
올해 반즈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3.6km로 소폭 상승했다. 9이닝 당 탈삼진은 11.53개에 달한다. 이닝 당 1개가 넘는다. 현재 탈삼진 페이스대로면 253탈삼진을 기록하게 된다.
반즈의 탈삼진이 늘어난 비결에 대해 포수 유강남은 “시즌 초와 다르게 카운트 싸움이 잘되고 있다. 제구가 좋아져서 유리한 카운트를 먼저 잡고 던지다보니 결정구도 자신감 있게 들어오는 모습이 느껴졌다. 결정구가 한 두개 정도 빠지더라도 카운트가 유리하다보니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시즌 중후반으로 접어 들면서 페이스는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삼진으로만 경기를 풀어가기에는 힘도 많이 소진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반즈의 페이스는 역대급이다. 역대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은 2021년 아리엘 미란다가 기록한 225개다. 당시 미란다는 9이닝 당 11.66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신기록을 세웠다.
현재로서는 미란다의 기록은 자연스럽게 넘어설 기세다. 당연히 롯데 구단 레전드들의 기록까지 넘어설 수 있다. 미란다가 신기록을 세우기 전까지 한 시즌 최다 탈삼진은 롯데 레전드 선수였다. ‘무쇠팔’ 최동원의 223개였다. 그리고 구단 좌완 투수로만 따지게 되면 현재 롯데의 1군 투수코치를 맡고 있는 주형광이 1996년 기록한 221개다.
반즈는 구단 레전드들을 뛰어넘어서 리그 최고의 탈삼진왕으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다./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