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길준영 기자] 키움 히어로즈 장재영(22)이 타자로 전향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장재영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시속 150km 강속구를 손쉽게 뿌리는 유망주로 주목을 받았다. 2021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1차지명을 받아 키움에 입단했고 신인계약금은 9억원으로 KBO리그 역대 2위, 구단 역대 1위를 기록하며 많은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투수 경험이 많지 않았던 장재영은 지난 3년 동안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KBO리그 통산 56경기(103⅓이닝) 1승 6패 평균자책점 6.45를 기록하는데 그쳤고 올 시즌에는 3선발로 시즌을 준비했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개막전 엔트리에 들어가지 못했다. 부상에서 회복하고 1군 복귀를 위해 지난 1일 퓨처스리그에서 등판했지만 또 다시 손저림 증세 때문에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스스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자진강판 이후 장재영은 병원에서 UCL 파열(팔꿈치 내측 측부 인대 파열)로 인해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팔꿈치 인대 70~80%가 손상됐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장재영은 구단과 논의 끝에 팔꿈치 수술이 아닌 재활을 하면서 투수가 아닌 타자 전향에 도전하기로 했다.
150km 강속구를 던지는 재능은 쉽게 볼 수 있는 재능이 아니다. 그런 재능을 포기하면서 타자에 도전하는 것은 분명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다. 장재영은 "내가 투수로서의 장점은 확고하지만 야수로서의 장점은 확고한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 프로에서 투수를 한 것이다. 하지만 매 시즌을 보내면서 투수로서의 장점도 있었지만 단점도 너무 많이 보였다. 그 단점을 내가 노력으로 메꿀 수 없다는 것을 조금 느꼈을 때 야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라고 타자 전향을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팔꿈치 수술 때문에 야수로 전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장재영은 "구단도 그렇고 병원에서도 수술 소견이 나왔지만 재활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내가 그동안 보여드린 것이 너무 없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20~30%의 인대가 남아있으니까 이거라도 찢어질 때까지는 참고 해보자고 생각했다. 구단에서는 이런 선택을 바라지 않았겠지만 내 마음을 이해해주셨다. 내 욕심일 수도 있지만 조금 아프다고 수술을 바로 받는 것은 책임감이 없는 것이라고 느꼈다"라고 남다른 각오를 내비쳤다.
장재영은 덕수고 시절 타자로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타자로 고교통산 33경기 타율 3할6푼(75타수 27안타) 3홈런 26타점 OPS 1.142을 기록했다.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는 국가대표팀에 승선해 타율 3할(30타수 9안타) 6타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다만 장재영은 "고등학교 때 타격을 잘하기는 했지만 고등학교 투수 공과 프로투수 공은 다르다. 이제 투수를 내려놓고 타자를 하는데 당장 잘하면 좋겠지만 정말 쉽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타자도 정말 어려운 포지션이기 때문에 내가 진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하나씩 해나가려고 한다"라며 타자 전향의 어려움을 인정했다.
키움에는 장재영이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선수가 있다. 현재는 발등 골절 부상 때문에 재활을 하고 있는 이형종이 그 주인공이다. 아마추어 시절 '눈물의 에이스'로 유명세를 날렸던 이형종은 2008 신인 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LG에 입단했지만 투수로는 2010년 2경기에 등판하는데 그쳤다. 이후 임의탈퇴 되어 골프에 도전하는 등 방황을 하다가 다시 LG에 돌아와 타자에 도전했다. 그 결과 KBO리그 통산 744경기 타율 2할7푼2리(2323타수 631안타) 70홈런 308타점 339득점 29도루 OPS .778을 기록한 준수한 외야수로 성장했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이형종 선배님께 먼저 가서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밝힌 장재영은 "내 고민을 자주 이야기를 했는데 정말 힘들거라고 하셨다. 정말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많이 쳐야한다, 부지런해야 한다고 조언을 해주셨다. 부지런하게 노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었기 때문에 저번주부터 아침부터 저녁까지 타격 연습을 했다. 계속해서 쳐봐야 한다고 강조하셨다"라고 이형종의 조언을 마음에 새겼다.
장재영은 지난 21일 두산과의 퓨처스리그 경기에 처음으로 타자로 출장했다. 첫 타석에서 두산 마무리투수 정철원을 만나 3구삼진을 당하기도 했지만 바로 다음 타석에서는 정철원을 상대로 초구부터 안타를 뽑아냈다. 3타수 1안타 1볼넷 2삼진으로 프로 데뷔 첫 안타를 기록했다. 하지만 22일 두산전에서는 3타수 무안타 2삼진을 기록하며 무안타로 경기를 마쳤다.
"투수로서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모습을 이제 야수로 보답하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하겠다"라고 야수로 성공하겠다는 각오를 다진 장재영은 "(이형종 선배님이) 내가 부족한 것을 하려고 하고 그 다음에 계속 쳐 봐야 느낌이 올거라고 알려주셨다. 손이 찢어질 때까지 쳐봐야 한다고 하셨다"라며 앞으로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좋은 타자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