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가짜 공인가…일단 받긴 받았어요.”
최원호 감독이 물러나면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임시 지휘봉을 잡은 정경배(50) 감독대행은 데뷔전이었던 지난 28일 대전 롯데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선발투수 문동주의 6이닝 3실점 퀄리티 스타트 호투와 요나단 페라자의 홈런 포함 4안타 활약에 힘입어 12-3 대승을 거뒀다. 3연승을 거둔 한화는 최근 7경기 6승1패로 기세를 높이며 5위 NC에 4.5경기차 8위로 따라붙었다.
경기 후 정경배 대행은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주장 채은성으로부터 첫 승 기념구를 받았다. 그런데 이 기념구가 진짜 공이 맞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9회초 투아웃 마지막 아웃카운트는 롯데 서동욱의 뜬공 타구를 잡은 우익수 이상혁이 처리했다. 승리가 확정된 뒤 이상혁은 외야 관중석으로 바로 공을 던졌다. 무의식 중에 팬서비스를 한 것이다. 1군 통산 10경기밖에 뛰지 않은 이상혁은 프로 3년차로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승리 하이파이브 때 채은성이 정 대행에게 기념구를 전달 완료했다. 엉겁결에 공을 받은 정 대행은 “은성이가 공을 줬는데 (경기를) 다시 보니 관중석으로 넘겼더라. 어떻게 갖고 왔는지 모르겠다. 가짜 공인가”라며 웃은 뒤 “가짜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일단 받긴 받았다”고 말했다.
다행히(?) 가짜 공은 아니었다. 경기 후 선수들이 바로 사인을 보냈고, 공을 잡은 관중으로부터 다시 돌려받았다. 이 공을 채은성이 챙겨 잊지 않고 전달 완료했다.
대행이긴 하지만 팀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첫 승. 그래도 정 대행의 마음은 무거웠다. 40년 지기 최원호 전 감독을 떠나보낸 것에 대한 책임감이 여전히 크다. 정 대행은 “첫 승 소감이랄게…선수들한테 감사하다. 좋은 경기해줬다”며 “선수들은 동요하지 않는 것 같아 다행이다. 오히려 코치님들이 처져있다. 나는 더 처질 수밖에 없다. 어제 이긴 건 좋지만 (마음이) 좀 그렇다”고 말했다.
그래도 팀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전날 선발투수 문동주를 6회 끝까지 맡기며 시즌 첫 퀄리티 스타트 요건을 채우게 한 정 대행은 “일요일(6월2일 대구 삼성전)에도 등판해야 해서 100개를 안 넘겼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박승민) 투수코치가 ‘퀄리티 스타트 한 번 시켜주고 싶다’고 했다. 그래야 자신감이 살아날 거 같다고 해서 100개를 안 넘기는 선에서 하자고 했는데 101개로 끝나서 다행이다”고 돌아봤다.
이어 “최근에 상승세를 타고 있었고, 공격 쪽에서도 괜찮은 흐름이 나오고 있다. 중요한 순간 볼넷으로 나가려는 비율이 높아졌다. (안)치홍이도 안타는 못 쳤지만 1회 8구까지 가서 볼넷으로 나간 뒤 (채)은성이 타점이 나왔다. (5회) 역전이 된 후에도 요나단 페라자가 욕심내지 않고 볼넷으로 나갔다. 은성이도 만루에서 좋은 공을 잘 참았다. 잘 치고 못 치고는 컨디션에 따라 다르지만 그런 흐름들이 최근에 좋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이날 한화는 롯데 우완 선발 애런 윌커슨을 맞아 김태연(1루수) 요나단 페라자(좌익수) 노시환(3루수) 안치홍(지명타자) 채은성(우익수) 이도윤(유격수) 최재훈(포수) 황영묵(2루수) 장진혁(중견수)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내세웠다. 선발투수로 좌완 황준서를 내세워 4연승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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