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까지 퍼펙트, 알고 있었지만…'' 롯데 압도한 인생투, 한화 좌완 선발이 이렇게 넘칠 줄이야
입력 : 2024.05.3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한화 김기중. /한화 이글스 제공한화 김기중. /한화 이글스 제공

[OSEN=대전,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4년차 좌완 투수 김기중(22)이 인생 투구를 했다. 프로 데뷔 첫 6이닝 무실점 투구로 롯데 자이언츠를 압도하며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류현진이 1선발로 활약 중인 가운데 황준서, 조동욱, 김기중이 차례로 로테이션에 들어오면서 한화 선발진에는 좌완만 4명이다. 지난해 리카르도 산체스 외에 우완 일색이었던 한화 선발진 구성이 1년 만에 확 바뀌었다. 

김기중은 3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치러진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6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한화의 15-0 대승을 이끌었다. 시즌 첫 승. 지난 2021년 8월31일 대전 KT전(6이닝 2피안타 1피홈런 2볼넷 6탈삼진 1실점 승리)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 퀄리티 스타트로 6이닝 무실점 투구는 처음이었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4.76에서 3.12로 크게 낮췄다.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가 방출되고, 리카르도 산체스가 팔꿈치 통증으로 회복 중인 가운데 불펜으로 시즌을 보내던 김기중이 대체 선발로 투입됐다. 시즌 첫 선발이었던 지난 22일 대전 LG전을 4이닝 4피안타 3볼넷 1사구 3탈삼진 2실점으로 막았다. 그 이후 일주일 쉬고 나선 이날 롯데전에선 커리어 최고 투구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1회부터 황성빈을 2루 땅볼, 윤동희를 2루 땅볼 유도한 뒤 고승민을 몸쪽 커브로 루킹 삼진 잡고 삼자범퇴로 스타트를 끊었다. 2회에는 2루수 황영묵이 3개의 아웃카운트를 혼자 다 처리했다. 빅터 레이예스, 유강남의 뜬공과 박승욱의 땅볼 타구를 모두 잡았다. 

3회에도 김민성을 중견수 뜬공, 노진혁을 2루 땅볼 처리하더니 김민석을 몸쪽 높은 커브로 루킹 삼진 돌려세웠다. 여세를 몰아 4회 역시 황성빈을 3루 파울플라이로 잡은 뒤 윤동희를 가운데 존에 살짝 걸친 슬라이더로 루킹 삼진 처리하더니 고승민을 2루 땅볼로 요리했다. 

4이닝 퍼펙트로 위력을 떨친 김기중은 화끈한 타선 지원 속에 8-0 리드를 안고 5회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 레이예스에게 3루 내야 안타를 맞아 퍼펙트 행진이 깨졌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유강남의 잘 맞은 타구를 유격수 이도윤이 다이빙 캐치하며 수비 도움을 받았다. 

박승욱을 바깥쪽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운 뒤 김민성을 우익수 뜬공 아웃시키며 5회를 마친 김기중은 6회에도 노진혁을 높은 커브로 루킹 삼진을 잡고 시작했다. 김민석을 2루 땅볼 처리한 뒤 황성빈에게 2루 내야 안타를 내줬지만 윤동희를 3구 삼진 돌려세웠다. 바깥쪽 낮게 깔리는 직구로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총 투구수 88개로 스트라이크 61개, 볼 27개. 트랙맨 기준 최고 시속 145km, 평균 142km 직구(42개) 중심으로 슬라이더(30개), 커브(9개), 체인지업(7개)을 고르게 구사했다. 삼진을 잡은 결정구는 커브 3개, 슬라이더 2개, 직구 1개. 루킹 삼진만 4개나 될 정도로 하이존 보더라인에 걸치는 제구가 돋보였다. 고승민, 김민석, 박승욱, 노진혁 등 좌타자들이 김기중의 변화구에 삼진을 당했다. 롯데는 지난 28일 한화전 4회부터 25이닝 연속 무득점으로 한화 마운드에 꽁꽁 묶였다. 

한화 김기중. /한화 이글스 제공한화 김기중. /한화 이글스 제공

경기 후 김기중은 4회까지 퍼펙트 행진을 펼친 것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퍼펙트를 하려고 들어간 게 아니라 던지다 보니 결과가 나온 것이다. 퍼펙트를 생각하면 오히려 더 안 될 것 같아서 신경을 아예 안 썼다. (4회까지 퍼펙트를) 알고는 있었지만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목표한 게 볼넷을 주지 않는 것이었다. 그 목표를 이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무사사구 피칭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승리였다. 김기중은 "항상 제구가 관건이었는데 이지풍 트레이닝코치님이 멘탈적으로 잡아주신 게 도움이 됐다. 어떤 내용인지는 비밀이라 말할 수 없다"며 웃은 뒤 "선수는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 대체 선발이지만 1경기라도 기회가 왔을 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한다"고 이야기했다. 

같은 좌완 투수로 올해 나란히 입단한 황준서와 조동욱의 등장도 좋은 자극이 됐다. 전체 1순위 신인 황준서는 12경기(8선발·44⅓이닝) 2승5패 평균자책점 4.06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안착했고,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들어온 조동욱도 지난 12일 대전 키움전 데뷔전 승리(6이닝 무자책점)로 첫 단추를 잘 뀄다. 김기중도 2021년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들어온 유망주로 성장 과정을 밟고 있지만 같은 좌완 선발 영건이 둘이나 들어오면서 자극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대체 선발 기회를 살린 김기중까지 제 몫을 하면서 한화는 류현진을 필두로 4명의 좌완 선발이 승리를 따냈다. 김기중은 "류현진 선배님께 캠프에서 체인지업을 배웠다. 준서와 동욱이도 둘 다 좋은 투수라 보고 배울 점이 많다. (후배이지만) 던지는 걸 보면서 배우고 있다"며 "(문동주까지 젊은 선발 4명이) 다 어리고 나이가 비슷해서 친구처럼 지낸다. 서로 '잘 던지자. 연승 끊기면 보자' 이렇게 장난 삼아서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제 (다음 차례인) 동욱이에게 넘기겠다"고 말했다. 조동욱은 내달 1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등판할 예정이다. 

한화 김기중. /한화 이글스 제공[OSEN=박준형 기자] 한화 조동욱, 황준서. 2024.05.12 / soul1014@osen.co.kr/waw@osen.co.kr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