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우완 투수 나균안(26)이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찰리 반즈가 내전근 부상으로 한 달가량 빠져야 할 상황에서 김태형 롯데 감독은 나균안에게 세 번 더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지만 첫 기회부터 또 무너졌다.
나균안은 지난 30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등판, 3⅓이닝 6피안타 6볼넷 3탈삼진 7실점으로 무너졌다. 나균안이 버티지 못하고 내려간 4회 롯데는 무려 7실점 빅이닝을 허용하며 경기 흐름을 한화에 내줬다. 0-15 굴욕적인 대패로 3연전 스윕을 당했다. 20승31패2무(승률 .392)로 10위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23경기(130⅓이닝) 6승8패 평균자책점 3.80 탈삼진 114개로 활약하며 선발 한 자리를 꿰찬 나균안은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 뽑혀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계산이 서는 선발 전력이었지만 국가대표가 된 지 1년도 안 지나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기회를 보장하던 김태형 감독의 인내심도 바닥이 보였다. 지난 24일 사직 삼성전에서 4이닝 4피안타 7볼넷 6탈삼진 5실점으로 무너진 다음날 김태형 감독은 나균안에 대해 “한 번 더 보고 판단하겠다”며 사실상 최후 통첩을 날렸다.
그러나 외국인 투수 반즈가 지난 26일 사직 삼성전에서 왼쪽 내전근 통증을 느껴 2회 투구 중 강판됐고, 2~3주 재활 소견을 받았다. 다시 몸을 만들고 실전에서 점검할 기간까지 포함하면 한 달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김태형 감독은 28일 한화전을 앞두고 “나균안에게 세 번까지 기회를 더 줄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래도 선발로 던져줘야 할 선수다. 한두 번 안 좋으면 더 부담을 갖고 던지는 것 같다. 초반에 점수를 줘도 5이닝까지는 끌고 간다. 조금 더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는 말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팀 사정상 나균안의 반등이 절실했지만 30일 한화전에서 기대가 산산조각났다. 1회부터 1~2번 김태연과 요나단 페라자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불안하게 시작했다. 노시환을 2루 병살로 유도한 뒤 안치홍을 삼진 처리하며 첫 이닝을 실점 없이 넘긴 나균안은 그러나 2회 2사 2루에서 황영묵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아 선취점을 내줬다.
3회에는 실점 없이 막았으나 4회를 버티지 못했다. 채은성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뒤 최재훈에게 중견수 키 넘어가는 1타점 2루타로 추가 실점했다. 이어 황영묵에게 다시 우전 안타를 맞으면서 주자가 쌓였다. 안타 3개 모두 낮은 포크볼이 배트에 걸렸다. 이어 폭투로 황영묵이 1루에서 2루로 갔고, 장진혁에게 볼넷을 주며 만루가 됐다. 여기서 김태연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밀어내기 실점. 포수 유강남이 마운드에 방문해 흐름을 끊고자 했지만 페라자에게 우익선상 빠지는 2타점 2루타를 얻어맞았다. 이번에도 포크볼이 떨어지지 않았다.
0-5로 스코어가 벌어졌고, 계속된 1사 2,3루에서 김태형 감독은 나균안을 내리고 한현희를 올렸다. 총 투구수 90개로 스트라이크(46개), 볼(44개) 비율이 거의 비슷할 만큼 제구가 말을 듣지 않았다. 트랙맨 기준 최고 시속 148km, 평균 145km 직구(38개), 포크볼(33개), 커터(17개), 커브(2개)를 던졌지만 전체적으로 제구가 빠지거나 치기 좋은 코스로 몰렸다.
직전 등판이었던 지난 24일 삼성전 4이닝 7볼넷에 이어 이날도 6볼넷으로 제구가 엉망이었다. 9이닝당 볼넷이 지난해 2.9개에서 올해 5.7개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까지는 안정된 커맨드가 강점이었는데 올해는 같은 투수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 다음 투수 한현희가 노시환에게 중월 스리런 홈런을 맞아 나균안의 실점은 7점으로 불어났다. 평균자책점은 7.49에서 8.27로 치솟았다. 40이닝 이상 던진 전체 투수 38명 중 가장 높은 수치로 리그 최다 7패를 당했다.
롯데는 개막 후 애런 윌커슨, 박세웅, 나균안이 선발 로테이션을 빠지지 않고 있다. 반즈 대체 및 5선발 자리에 김진욱과 이민석, 두 영건이 들어오면서 나균안이 빠질 경우 대체할 선발 자원이 마땅치 않다. 5선발로 시작한 이인복도 한 달간 2군에 있다 30일 한화전 구원으로 1군 복귀전을 치렀지만 3이닝 8피안타(3피홈런) 4탈삼진 7실점 난타를 당했다. 2군에서 선발로 활약하던 좌완 홍민기도 1군의 벽을 실감하며 지난 29일 엔트리 말소됐다. 한현희, 최이준 등 구원투수들의 선발 전환 가능성이 있지만 이러면 또 불펜이 헐거워진다. 대안이 부족한 상황에서 김태형 감독이 나균안을 두고 어떤 판단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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