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수원, 이후광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주전 포수 최재훈(35)이 육성선수 시절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준 은사와 13년 만에 재회했다.
최재훈은 지난 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시즌 7차전에 7번 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2타점 1볼넷 1득점 활약을 펼치며 팀의 3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공수에서 모두 존재감을 뽐내며 김경문 신임 감독에게 데뷔 첫 승리를 안겼다.
최재훈은 0-0으로 맞선 2회초 1사 1, 2루에서 KT 선발 웨스 벤자민 상대 볼넷을 골라내며 만루를 채운 뒤 장진혁의 2타점 2루타 때 홈을 밟았다.
4회초 3루수 땅볼로 숨을 고른 최재훈은 4-1로 앞선 6회초 2사 1, 2루 찬스에서 김민수를 만나 달아나는 1타점 좌전 적시타를 쳤다. 이어 6-2로 앞선 8회초에도 1사 1, 2루 기회를 맞이했고, 바뀐 투수 이상동 상대 좌중간으로 향하는 1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경기 후 만난 최재훈은 “감독님께서 잘하라고 해주셔서 진짜 잘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다”라며 “감독님이 웃으면서 잘하라고 했는데 ‘너만 잘하면 된다’라는 말로 들려서 조금 무서웠다. 감독님께 무섭다고 하니까 ‘내가 때리기라도 했냐’라고 말씀하시더라. 그래도 경기할 때 편하게 해주시고 응원을 해주시니까 힘이 났다”라고 승리 소감을 남겼다.
최재훈은 덕수고를 나와 2008년 두산 베어스 육성선수로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지금은 2021년 11월 한화와 5년 총액 54억 원에 계약한 FA 포수가 됐지만, 커리어 초창기 힘겨운 시간을 보냈고, 당시 사령탑이 바로 김경문 감독이었다.
최재훈은 “그 때는 감독님이 카리스마가 있어서 다가가기 어렵고 말 걸기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내려놓으신 거 같다”라고 웃으며 “편하게 해주시고 옛날보다 응원도 더 많이 해주신다. 박수도 많이 쳐주셔서 힘이 났다. 오늘(4일) 홈런 치면 고기를 사주신다고 하셨는데 못 쳤다”라고 말했다.
김경문 감독은 육성선수 시절 고마운 은사였다. 최재훈은 “스프링캠프를 같이 갔는데 당시 육성선수와 백업 선수들은 한국으로 가는 일정이었다. 그런데 내가 오기가 생겨 뭐라도 보여드리고 싶었고, 어깨를 보여드렸는데 감독님이 ‘쟤 남겨’라고 해주셔서 끝까지 남았다”라며 “당시 6월 1일 등록 예정이었는데 감독님이 날 보고 싶다고 해서 5월부터 1군 선수단과 동행했다. 기분이 좋았고, 감사했다”라고 회상했다.
그렇다면 최재훈은 당시 카리스마가 있는 김경문 감독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았을까. 최재훈은 “내가 본 감독님은 그라운드에서 정말 열심히 뛰어다니는 걸 좋아하신다. 공수교대 할 때도 뛰어야 한다. 그런 패기 있는 모습을 좋아하신다. 벤치에서도 파이팅을 크게 하면 좋게 봐주신다. 한화 후배들이 그런 부분을 신경 썼으면 좋겠다”라고 '꿀팁'을 전수했다.
이날 선발투수로 나서 3이닝 6사사구 1실점 91구로 조기 강판된 루키 황준서에게 건넨 조언도 들을 수 있었다. 최재훈은 “점수 차가 조금 나서 볼넷 없이 가운데로 던지라고 했다. 자신 있게 던지면 못 친다고 했는데 제구가 흔들리며 볼이 많았다”라며 “마운드에 올라가서는 ‘가운데로 던지면 결과가 있지 않겠냐. 피하지 말고 루키처럼 후회 없이 던지고 내려가라’라고 했는데 후회 있이 내려갔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면서 “계속 맞아봐야 성장한다. 안 맞고 피하다보면 자기 공을 못 던진다고 하니 죄송하다고 하더라”라고 뒷이야기를 덧붙였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