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야구장에서 아들을 잃어버릴 뻔한 뒤 ‘직관’과는 담을 쌓고 살아온 아버지의 아픔이 딸의 사연 한 통으로 치유됐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올 시즌 팬의 소원을 이뤄주는 팬 소원 성취 프로젝트 ‘두잇포유’를 진행하고 있다. 그 여섯 번째 주인공으로 이유진(29) 씨를 선정했는데 이 씨의 소원은 '저희 아빠에게 다시 잠실을 돌려주세요;라는 다소 독특한 사연에 담겨 있었다.
이유진 씨는 아버지 이양호(62) 씨와 함께 두산을 응원하는 ‘10번 타자 가족’이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야구장에서 찍은 사진이 단 한 장도 없다. 아버지와 두산 경기를 ‘직관’한 적도 없었다. 과거 이양호 씨가 잠실구장에서 이유진 씨의 오빠 이한진 씨를 잃어버렸고, 가까스로 아들을 찾은 이후 야구장에 발길을 끊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이유진 씨는 “오빠가 초등학생도 안 됐을 때다. 유치원 때라고 들었는데 아마 내가 태어나기 전이었을 것이다. 아빠가 매일 야구장 오시다가 그날 오빠를 잃어버렸다”라고 운을 뗐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이한진 씨는 당시의 상황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이 씨는 “지하철 인파에 섞여서 내려간 거 같은데 종합운동장역에서 다행히 지하철을 타지 않았다. 절대 타면 안 될 거 같았다. 그 때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아빠를 찾았다”라고 떠올렸다.
두산팬이 된 이유진 씨는 아버지와 함께 두산 홈경기를 방문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과거 트라우마로 인해 ‘가족 직관’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이 씨는 “아빠와 같이 야구를 응원하는 게 너무 좋은데 아빠가 절대 야구장에 같이 안 갔다. 나로 인해 야구에 입문한 남자친구가 부모님과 같이 가는 걸 보고 너무 부러웠다”라고 전했다.
그 때 이유진 씨의 눈에 들어온 게 바로 두산의 ‘두잇포유’였다. 가족의 시구, 시타를 소원으로 적은 이 씨는 “내 사연은 100% 관심을 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 사연은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고, 우리 가족에게도 큰일이다. 사연을 보내봤는데 감사하게도 당첨이 됐다”라며 “그 때부터 아빠가 너무 행복해하셨다. 집에서 오빠의 초등학교 시절 글러브를 착용하고 공을 던져보셨다. 늘 기분 좋게 집으로 오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유진 씨 가족은 지난 5월 30일 잠실 KT 위즈전에 앞서 그라운드를 밟고 감격의 시구 및 시타를 했다. 트라우마를 극복한 아버지 이양호 씨가 힘찬 시구를 펼쳤고, 딸 이유진 씨가 타석에 서서 시타를 진행했다.
이유진 씨는 “멋졌다. 누구보다 멋지게 그라운드를 밟아서 미련이 없다”라고 소감을 전했고, 아버지 이양호 씨도 “너무 좋다. 이제는 옛날처럼 매일 야구장에 다니겠다”라며 밝게 웃었다.
이유진 씨는 “다른 구단에서 일반인 시구를 했던 영상이 간혹 올라왔다. 그걸 보고 두산에서도 (일반인 시구를) 모집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항상 있었다”라며 “두잇포유라는 이벤트는 다른 구단보다 크게 사연을 받고 소개해줘서 너무 좋다. 두산 덕분에 이제 아버지랑 매일 야구장에 올 수 있게 됐다”라고 두산에 감사를 표했다.
한편 두잇포유 소원 접수는 이메일(doosanbearsmarketing@gmail.com)을 통해 가능하다. 사연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진과 영상 자료를 첨부한다면 채택 확률이 높아진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두산 베어스 공식 홈페이지 및 SNS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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