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수원, 이후광 기자] 프로야구 한화 박상원은 10점차로 앞선 상황에서 굳이 상대를 자극할만한 세리머니를 반복할 필요가 있었을까. KT 황재균, 장성우 또한 상대의 거듭된 사과에도 팬들을 향해 인사하는 자리에서 굳이 얼굴을 붉히고 거친 신경전을 펼쳐야 했을까.
지난 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시즌 8번째 맞대결.
한화는 12-2로 앞선 마지막 9회말 2사 1루에서 투수 장시환이 KT 천성호 상대 2루수 땅볼을 유도하며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 지었다. 이후 평소와 같이 양 팀 선수단이 그라운드로 나왔고, 팬들을 향한 인사와 함께 경기가 종료되는 듯 했지만 마운드 근처에서 돌연 격한 신경전이 전개됐다.
발단은 KT 베테랑 3루수 황재균이었다. 그라운드로 나와 한화 선수단 쪽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부르는 제스처를 취했는데 갑자기 감정이 격해졌고, KT 윌리엄 쿠에바스, 한화 장민재가 그런 황재균을 말리면서 벤치클리어링이 발발했다. 동시에 KT 장성우 또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누군가를 계속 주시하며 한화 선수단에 노골적으로 분노를 표출했다. 두 선수가 바라본 ‘누군가’는 바로 한화 투수 박상원이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박상원은 12-2로 크게 앞선 8회말 마운드에 올라 선두타자 김상수와 멜 로하스 주니어를 연달아 삼진으로 돌려보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격한 세리머니로 기쁨을 표출하며 불필요하게 상대를 자극했다. 김상수의 헛스윙 삼진 때 마치 택견을 하듯 오른발을 한 번 크게 들어 올린 뒤 박수를 세게 쳤고, 로하스를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에는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호우 세리머니’를 연상케 하는 세리머니를 했다.
KT 벤치는 박상원의 세리머니에 즉각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등 부상으로 벤치를 지키던 장성우가 특히 그랬다. 이에 류현진이 KT 벤치를 향해 사과의 뜻을 전하는 장면이 포착됐고, 한화 박승민 투수코치도 8회말 종료 후 KT 벤치에 사과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내부에서도 박상원이 선을 넘었다고 판단해 주장 채은성, 류현진 등 베테랑 선수들이 주의를 줬다.
그럼에도 KT 황재균, 장성우는 경기 종료 후 박상원을 따로 부르는 제스처를 취한 뒤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 KT와 한화 선수들이 함께 힘을 합쳐 두 선수를 말릴 정도였다. 황재균은 분이 덜 풀렸는지 더그아웃으로 들어간 뒤에도 자신을 말리는 선수들을 힘으로 밀쳐내려는 시도를 했다.
두 선수는 8회말 종료 후 류현진 등 베테랑 선수들과 투수코치가 연달아 사과를 했음에도 당장이라도 상대를 칠 것과 같은 눈빛으로 거친 신경전을 펼쳤다. 물론 박상원 또한 KT 선수단을 계속 째려보면서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벤치클리어링은 양 팀 감독 및 베테랑 선수들의 중재로 마무리됐다. 한화 류현진, 채은성이 KT 박경수, 우규민 등과 함께 대화를 통해 상황을 정리했고, 한화 김경문 감독은 KT 이강철 감독과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악수 및 포옹에 이어 몇 마디 대화를 나눈 뒤 마운드 쪽으로 향해 상황을 종결시켰다.
한화 김경문 감독은 경기 후 “야구는 하면서 배워야 할 건 배워야 한다. 오늘(5일) 경기 후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서는 내가 더 가르치도록 하겠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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