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3번은 봐야지.”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은 최근, 꾸준히 선발 기회를 받고 있던 좌완 유망주 김진욱(22)의 호투에 대해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사직 NC전에서 5이닝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1실점 역투로 761일 만의 선발승을 따낸 뒤였다. 아직 1군에서 확실하게 자신의 기량을 증명하지 못한 상황. 이날과 같은 투구 내용이 꾸준하게 이어져야 김태형 감독도 계산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직은 김진욱을 확실하게 믿을 수 없었다.
김태형 감독이 말한 3번째 기회는 6일 광주 KIA전이었다. 그리고 김진욱은 좋은 성적을 남겼다. 비록 이날 과정 자체는 썩 좋다고 볼 수는 없었다. 앞서 두 번의 1군 등판에서는 볼넷을 1개씩만 내주면서 달라진 제구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날 김진욱은 5개의 볼넷을 헌납했다. 컨디션과 밸런스는 이전 2경기와는 달랐고 제구 난조로 이어졌다. 그러나 김진욱이 허용한 실점은 단 1점. 김진욱은 이날 5⅓이닝 동안 97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1피홈런) 5볼넷 1탈삼진 2실점의 역투를 다시 한 번 펼쳤다.
김진욱이 5개 이상 볼넷을 허용한 경기는 이날 포함해 3번째. 하지만 앞서 2경기는 모두 조기 강판 당했다. 2021년 4월15일 광주 KIA전 3⅔이닝 3피안타 6볼넷 2탈삼진 5실점, 2022년 6월25일 사직 키움전 2⅓이닝 4피안타 5볼넷 3탈삼진 5실점의 성적을 기록했다. 김진욱은 와르르 무너졌고 팀은 모두 패했다.
하지만 이날 김진욱은 승리를 거둘 뻔 했다. 볼넷을 허용하는 과정에서도 김진욱은 스스로 위기를 극복했다. 1회 선두타자 박찬호에게 리드오프 홈런을 얻어 맞았다. 이후 이창진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보냈다. 김도영을 1루수 파울플라이로 돌려세웠지만 나성범에게 다시 볼 4개를 뎐달아 던졌다. 피홈런 이후 1사 1,2루 위기가 곧바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우성을 1루수 땅볼로 처리했고 김선빈까지 3루수 땅볼로 유도하면서 1회 와르르 무너질 수 있는 위기를 스스로 이겨냈다.
2회에도 선두타자 소크라테스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변우혁을 3루수 병살타로 처리했다. 그러다 김태군에게 다시 볼넷을 내줬지만 박찬호를 유격수 땅볼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첫 2이닝에만 볼넷 4개가 집중됐다.
김진욱은 각성해나갔다. 3회 선두타자 이창진을 삼진 처리한 뒤 김도영에게 우전안타를 맞았다. 이후 나성범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3회를 마무리 지었다. 4회와 5회는 연속 삼자범퇴 이닝을 기록하면서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김진욱은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김도영에게 볼넷을 허용하면서 실점의 씨앗이 됐다. 결국 나성범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 공을 최이준에게 넘겼다. 마운드에 올라온 최이준은 이우성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지만 김선빈에게 동점 투런포를 얻어 맞았다. 김진욱의 실점도 이때 1점 더 올라갔다. 비록 불펜진이 난조를 보이면서 김진욱의 승리는 날아가 버렸지만 초반 위기에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강릉고 재학 시절 드래프트 최대어라는 평가는 물론 롯데의 좌완 기근을 어떻게든 해소시켜줄 수 있는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지명을 받으며 화려하게 프로에 입단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3시즌, 김진욱은 방황했다. 스스로도 해답을 갈구했지만 해답을 찾지 못하고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선수 본인의 부담과 완벽해지려는 강박이 족쇄였다. 자신만의 세계에 빠졌고 생각만 많아졌다. 그렇게 김진욱은 그저 그런 유망주로 전락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는 것을 몸소 증명했다. 김진욱은 단순하게 생각하며 공을 던졌고 부족한 제구력도 보완이 됐다. 무엇보다 이날 KIA전 초반에 무너지지 않은 게 더 의미있는 대목이었다.
좌완 유망주가 선발로 자리 잡으면서 잠재력 폭발시키는 것. 롯데의 모든 구성원이 설렐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입단 4년차에 비로소 김진욱은 깨달아가고 있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올해 김진욱이 한 단계 더, 나아가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서 잠재력을 완전히 터뜨릴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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