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조형래 기자] “(전)미르 덕분에 이만큼 올라왔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11-7로 승리를 거뒀다. 양 팀 도합 22안타에 5개의 실책, 17개의 4사구가 오가는 대혼돈의 경기. 롯데가 초반 주도권을 잡은 뒤 쫓기기도 했지만 리드를 잃지 않고 승리를 챙겼다.
이날 롯데는 선발 이민석이 제구난에 시달리면서 1⅓이닝 2피안타 5볼넷 1사구 2탈삼진 3실점을 기록하고 조기 강판됐다. 이미 타선이 2회까지 8점을 뽑으며 주도권을 잡은 상황. 롯데는 경기를 반드시 잡아내야 했다. 이민석에 이어 최이준이 3연투 상황에서 등판해 1⅔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고 김상수는 2이닝을 소화하며 무실점 피칭을 펼쳤다. 6회 올라온 임준섭도 좌타라인인 최지훈과 추신수를 깔끔하게 막고 내려갔다.
6회 2사후 롯데 벤치는 역시 3연투 상황이었던 전미르를 마운드에 올렸다. 그래도 아웃카운트 1개 이상은 잡아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내보낸 것. 그러나 전미르는 전날(6일) 경기에서 김도영에게 몸쪽 완벽하게 제구된 커브를 던지다 동점 솔로포를 허용한 뒤 역전까지 내주며 패전 투수가 됐다.
하지만 팀 불펜 사정이 여의치 않았기에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그런데 3연투 여파인지, 아니면 최근 좋지 않았던 흐름의 연장선인지 영점을 잡지 못했다. 첫 타자 최정에게 볼넷을 내줬고 두 번째 타자인 에레디아에게는 1볼 2스트라이크의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하고도 몸쪽 패스트볼을 던지다 몸에 맞는 공을 내줬다. 아직 19세인 전미르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결국 6회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강판됐다.
이날이 비록 3연투 상황이긴 했지만 최소한 아웃카운트 1개를 잡아주기 바라던 벤치의 기대와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롯데는 예상과 다른 마운드 운영을 펼쳐야 했다. 전미르의 뒤를 이은 구승민은 첫 타자 이지영에게 좌전 적시타를 허용했지만 후속 고명준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다. 그런데 유격수 박승욱이 1루에 악송구를 범했다. SSG의 2,3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8-7까지 쫓겼고 경기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하지만 6회말 레이예스의 2타점 적시타, 8회말 레이예스의 희생플라이로 쐐기를 박았다. 그리고 마무리 김원중이 8회 올라와 2이닝을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 막으며 겨우 승리를 챙겼다. 사실 김원중이 2이닝을 던져야 했던 것도 전미르의 부진부터 계산이 꼬였기 때문.
올해 신인으로 마무리캠프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김태형 감독의 눈도장을 일찌감치 받았고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됐다. 마운드 위에서 씩씩하게 던지면서 힘으로 윽박 지르고 또 낙차 큰 너클 커브로 타자들을 쓰러뜨리며 시즌 초반 강렬한 활약을 이어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전미르는 힘에 부친듯, 그리고 상대의 분석에 고전하고 있다.
3~4월, 롯데는 부침을 거듭했지만 5월 들어서 극복했고 6월에는 다시 제 페이스를 찾고 있다. 하지만 전미르는 6월에만 4경기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20.25(2⅔이닝 6자책점)에 그치고 있다. 시즌 초반 씩씩하고 당찼던 전미르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동안 김태형 감독은 전미르의 회복 탄력성에 감탄했다. 스스로 이겨내는 모습에 대견해 했다. 하지만 최근의 투구내용을 김태형 감독도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다. 시즌 초반 롯데가 가장 밑바닥까지 떨어졌을 때, 롯데 불펜진을 지탱한 선수가 전미르라는 것을. 이날 커리어 첫 2이닝 세이브를 기록한 마무리 김원중도 “(전)미르가 그동안 잘해왔기 때문에 우리 팀도 이만큼 올라올 수 있었다”라며 “어쩌면 미르는 해보지 않았던 역할이기에 지금 힘든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을 인지시키고 몸 관리를 해야 한다. 이런 부분을 잘 알려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베테랑으로서 전미르가 다시 엇나가지 않게 잘 다독이고 격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미르 덕분에 지금까지 올라왔던 만큼, 앞으로도 주눅들지 않고 더 자신감 있는 모습 보여주기 위해 저나 (구)승민이 형, (김)상수 형 등이 후배들을 다독거리고 조언을 해주는 게 우리의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라면서 투수조장으로서, 그리고 팀을 이끌어가는 투수로서 한마디 하면서 전미르가 더 의기소침해지지 않기를 바랐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