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이후광 기자] '포르쉥' 조수행(31·두산 베어스)은 더 이상 대수비, 대주자 전문 요원이 아니다. 도루 부문 압도적 1위와 더불어 위기 상황에서 자동고의4구를 얻어 출루하는 ‘강타자’다.
조수행은 지난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10차전에 8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2볼넷 2도루 활약으로 팀의 끝내기승리를 뒷받침했다.
조수행은 1-0으로 앞선 2회말 1사 1루에서 2루수 야수선택으로 출루해 후속타자 이유찬 타석에서 2루 도루에 성공했다. 박해민(LG 트윈스), 정수빈(두산 베어스) 등 프로야구 도루 전문가들을 제치고 리그에서 가장 먼저 30도루 고지를 점령한 순간이었다.
3-2로 리드한 4회말에는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중전안타를 치고 나가 이유찬 타석 때 또 한 번 빠른 발을 이용해 2루를 훔쳤다. 30도루 선착이 성에 차지 않았는지 5월 29일 잠실 KT 위즈전 이후 8경기 만에 한 경기 2도루를 기록, 도루 2위 박해민(25개)과의 격차를 6개로 벌렸다.
백미는 마지막 타석이었다. 5-5로 팽팽히 맞선 연장 10회말 1사 1, 3루 찬스였다. 조수행은 KIA 마무리 정해영을 상대로 침착하게 볼카운트 싸움을 펼쳤다. 2B-0S에서 파울을 친 뒤 볼 1개를 더 골라내며 3B-1S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했다. 그리고 그 순간 데뷔 첫 자동고의4루를 얻어내며 기분 좋게 1루로 걸어 나갔다.
조수행을 거른 KIA 벤치의 선택은 적중했다. 후속타자 이유찬을 3루수 야수선택 처리한 뒤 정수빈을 3루수 파울플라이로 잡고 만루 위기에서 벗어났다.
조수행은 경기 후 “타석에서 고의4구를 얻을 거라고는 야구하는 동안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라고 웃으며 “아무래도 고의4구는 위기 상황에 감이 좋은 타자 또는 힘 있는 타자를 상대로 나오지 않나 싶다. 얼떨떨하다”라고 10회말 타석을 복기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그 타석에 들어설 때 자신은 있었다. '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타석에 임했다”라며 “최근 타격감이 나쁘지 않은 거 같다. 항상 믿어주시는 감독님과 김한수, 이영수 타격코치님 덕분이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뒷이야기를 덧붙였다.
조수행은 강릉고-건국대를 나와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2차 1라운드 5순위 상위 지명됐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두산 왕조의 외야진을 만나며 험난한 주전 경쟁에 휩싸였고, 그 동안 대수비, 대주자 요원으로 그라운드를 밟아왔다. 1군 통산 725경기에 출전한 조수행이 981타석, 870타수밖에 소화하지 못한 이유다. 그런 그가 지난해 이승엽 감독 부임과 함께 마침내 주전 외야수의 가능성을 보였고, 올해 엄청난 도루 페이스로 대기만성의 기운을 뽐내고 있다.
조수행은 30도루 선착의 의미에 대해 “개막 때까지만 해도 내가 30도루에 선착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라며 “매번 말하지만 지금의 개수는 결과가 아닌 과정이다. 개수는 큰 의미가 없다. 다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이 살아나가고, 더 많이 뛰어 팀 승리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선수가 되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 이를 위해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관리하며 열심히 뛰겠다”라고 밝혔다.
조수행은 도루 부문 선두 질주의 또 다른 원동력으로 두산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을 꼽았다. 그는 “출루에 성공하고, 또 도루에 성공한 뒤 베이스 위에서 팬분들의 응원과 함성을 들을 때 느끼는 짜릿함과 전율이 정말 엄청나다. 그 감사한 함성을 자주 들을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하겠다”라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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