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차' 김도영보다 타석 수 적다, '6년 차' KIA 우타 거포의 시간은 언제쯤 찾아올까
입력 : 2024.06.1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변우혁.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변우혁.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KIA 타이거즈 우타 거포 유망주 변우혁(24)이 1군에서 좀처럼 출장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변우혁은 일산초-현도중-북일고 졸업 후 2019년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한화 이글스에 입단했다. 북일고 시절 변우혁은 2022년 김범석(20·LG 트윈스)이 10개로 경신하기 전까지 2004년 나무 배트 사용 이후 고교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8개)을 보유한 전국구 거포 유망주였다.

프로 6년 차가 된 시점에도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공을 맞히는 데 어려움을 느끼며 1군과 퓨처스리그를 오고 가길 반복했다. 국군체육부대(상무)를 통해 군 문제를 먼저 해결해 다시 1군 진입을 노렸다. 하지만 2022년 겨울 KIA에 합류하기까지 한화에서 4년간 1군 경험은 고작 50경기 122타석에 불과했다.

KIA에서는 조금 달라지는 듯했다. 주전 1루수 황대인(28)의 부진을 틈타 꾸준한 기회를 받은 6월, 타율 0.324(37타수 12안타) 2홈런을 기록하며 마침내 껍질을 깨는 듯했다. 그러나 이번엔 부상이 문제였다. 재활 후 퓨처스리그에서 돌아온 그는 다시 제자리걸음이었고 결국 KIA에서 첫 시즌도 83경기 타율 0.225(200타수 45안타) 7홈런 2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64로 마쳤다.

변우혁의 잠재력은 KIA 구단도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 보통 메이저리그에서는 힘 있는 타자의 발사각을 조정하는 것보다 홈런 타구를 생산할 수 있는 발사각도를 지닌 타자의 근력을 늘리는 편이 개조가 빠르다고 한다. 변우혁은 홈런에 필요한 스윙 궤적을 가진 타자였고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 설정과 타격 포인트를 통해 맞히기만 하면 됐다.

문제는 스트라이크 존 설정과 타격 포인트를 찾기 위한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KIA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KIA로 오기 전 변우혁은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조차 갖추지 못한 선수였다. 꾸준히 1군 투수들의 공을 상대하면서 자신이 잘 칠 수 있는 코스와 아닌 코스를 찾고 구속에 따라 타이밍도 조절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김도영.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김도영.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여기에 1군에서의 기회는 대타 혹은 한두 타석 만에 교체 등으로 불규칙했기에 타격감을 좀처럼 잡기 어려웠다. 변우혁은 콘택트에 장점이 있는 타자가 아니었기에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도 없는 상황에서 짧은 순간 임팩트를 내긴 더더욱 어려웠다. 매년 찾아온 자잘한 부상도 그의 성장에 방해가 됐다.

KBO 구단 관계자들은 보통 고등학교 우타 유망주를 1군 주전급 선수로 키우는 데는 최소 5년, 같은 레벨의 좌타자보다 3~4년은 더 육성해야 한다고 한다. 외국인 투수를 비롯해 뛰어난 우완 투수의 숫자가 좌완 투수보다 월등히 많고, 아마야구와 프로 무대의 우완 투수 수준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 이유다. 심지어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고 홈에서 1루에 도달하는 시간조차 좌타자들의 성공 가능성을 좀 더 높인다.

변우혁에게 충분한 기회가 주어졌다고 보긴 어렵다. 그는 프로 6년 차가 됐음에도 10일 시점으로 1군 총 145경기 375타석을 소화했다. 프로 3년 차 김도영조차 이미 지난해 한 시즌 84경기 385타석으로 변우혁의 1군 타석을 넘어섰다. 375타석은 우타자 유망주가 터지기엔 턱없이 모자란 숫자다.

그럼에도 묵묵히 기회를 기다렸다. 변우혁은 지난겨울 체중을 더 감량하고 근육을 키웠고 골라내고 맞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겨우내 훈련은 소기의 성과를 거둔 모양새다.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30경기 타율 0.333(90타수 30안타) 6홈런 26타점, OPS 1.037을 기록했고 21볼넷 21삼진으로 볼넷 대 삼진 비율도 정확히 1대1을 맞췄다. 더 이상 퓨처스 무대에서는 증명할 것이 없다는 뜻이다.

관건은 역시 1군 투수 공에 대한 적응이다. 꾸준하게 1군 선수들의 공을 상대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는 5월 29일 창원 NC전 이후 10경기에서 6경기 중 5경기를 대타로 출전해 8타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타격감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7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연장 11회 마지막 타석에서 정철원을 상대로 8구까지 끈질기게 따라붙는 모습을 보였다. 앞선 9회 초 1사 1, 2루에서는 초구 직구를 놓치고 2구째 슬라이더를 병살타로 연결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범호 KIA 감독도 이런 변우혁에게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7일 잠실 두산전 9회 초 상황을 콕 집어 말하면서 "초구에 직구가 한가운데 왔는데 왜 그걸 안 쳤는지 솔직히 모르겠다. 첫 타석에 들어가면 초구부터 과감하게 돌려야 하는데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 타이밍이 안 맞거나 준비가 안 됐을 수 있는데 그것도 선수로서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초구에 스윙하고 이후에 병살을 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부분이 타석에서 경험이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 병살을 친 거보다 초구에 직구가 왔는데 안 친게 감독으로서 아쉽다. 앞으로는 조금 더 공격적으로 쳐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우승에 도전하는 KIA가 변우혁에게 기회를 주는 게 쉽지 않다. 당장 지금만 해도 이우성이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고, 서건창도 작전 수행과 포지션 면에서 그보다 활용 가치가 있다. 하지만 KIA에도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다수의 구단은 8월을 승부처로 보고 있고, 8월 이후에는 육성과 상관없이 위만 보고 달려야 한다. KIA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남은 시즌 변우혁에게도 자신의 변화를 보여주고 성장할 시간이 찾아올까.

변우혁.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변우혁.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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