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지금도 눈치 볼 거 같은데요.”
최원호 감독이 자진 사퇴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지난 2일 제 14대 감독으로 김경문 감독을 선임했다. 계약 규모는 3년(2024~26시즌)이며 계약금 5억 원, 연봉 15억 원 등 총 20억 원에 합의했다. 한화는 “풍부한 경험과 경륜을 갖춘 김경문 감독이 팀을 성장시키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해 제 14대 감독으로 선임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1958년생인 김경문 감독은 프로야구 원년부터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 포수로 활약한 뒤 1994년 삼성 라이온즈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03시즌 종료 후 두산 베어스 감독으로 선임돼 감독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고, 2011년까지 8시즌을 보내며 6차례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그 중 3차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또 2008년에는 베이징올림픽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을 맡아 9전 전승으로 올림픽 야구 종목 최초 금메달을 획득했다.
김경문 감독은 2011년부터 NC 다이노스 초대 감독으로 선임, 1군 진입 2013시즌부터 2018시즌 중반까지 6시즌 중 정규리그 준우승 2회 등 총 4차례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 4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NC 감독 시절이었던 2018년 6월 3일 창원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2193일 만에 복귀전을 갖고, 2018년 5월 31일 대전 한화전 이후 2196일 만에 승리를 맛봤다. 김경문 감독의 한화 부임 후 성적은 6경기 3승 1무 2패다.
김경문 감독의 복귀를 누구보다 반긴 이가 있으니 옛 제자 나성범(KIA 타이거즈)이다.
김경문 감독은 지금의 ‘나스타’ 나성범을 있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나성범은 진흥고-연세대를 나와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NC 다이노스 2라운드 10순위로 뽑힌 NC의 창단멤버로, 김경문 감독의 지도 아래 공룡군단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했다. 2013년 KBO리그 무대에 등장한 NC의 1군 정착에 상당한 힘을 보탰고, 나성범 개인 또한 NC에서 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로 성장했다.
나성범은 김경문 감독 재임 기간 동안 698경기 타율 3할1푼6리 866안타 129홈런 544타점 맹활약을 펼쳤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는데 2016년에는 대망의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았다.
나성범은 김경문 감독의 현장 복귀 소식을 접하자마자 바로 휴대폰을 손에 쥐었다. 최근 잠실에서 만난 나성범은 “부임 발표가 나고 전화를 드리기에는 너무 바쁘실 거 같아서 축하 문자를 드렸다. ‘감독님 너무 바쁘실 거 같아서 문자 남깁니다. 축하드립니다. 나중에 야구장에서 뵙겠습니다’라는 메시지였다. 그러자 감독님께서 ‘그래. 성범아 나중에 보자’라고 답장을 해주셨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화 감독 취임식 영상을 봤는데 기분이 이상하더라. 처음 프로에 왔을 때 감독님이라서 그런지 같은 팀이 아니지만 여러 기분이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세월이 흘러 나성범은 150억 FA 클럽에 가입한 35살 베테랑 선수가 됐다. 2021년 12월 KIA 타이거즈와 6년 총액 150억 원에 FA 잭팟을 터트렸고, 계약 3년차인 올해 타이거즈의 캡틴을 담당하고 있다.
KIA는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홈에서 한화와 주말 3연전을 치른다. 김경문 감독을 적으로 만나게 된 나성범은 “NC 시절 나는 루키라서 감독님 눈치를 엄청 봤다”라며 “지금은 어떻게 변하셨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도 무섭지 않을까 싶다. 지금도 눈치를 볼 거 같다”라고 말하며 옛 스승과의 재회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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