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구, 손찬익 기자] 2024년 6월 11일.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김동진에겐 잊지 못할 하루였다. 데뷔 첫 홈런을 터뜨린 날이기 때문이다.
5-4로 앞선 삼성의 8회말 공격.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김동진이 타석에 들어섰다. 이날 경기 전까지 16타수 1안타에 불과했던 김동진은 LG 필승조 김진성과 맞붙었다. 볼카운트 1B-0S에서 2구째 직구(140km)를 잡아당겨 오른쪽 외야 스탠드에 꽂았다. 비거리는 115m.
프로 데뷔 후 단 한 번도 손맛을 보지 못했던 김동진은 드디어 첫 홈런을 신고했다. 추가 득점이 필요한 가운데 김동진의 한 방은 그야말로 영양가 만점이었다.
김동진은 경기 후 “넘어갈 줄 몰랐다. 조금 큰 타구가 나온 것 같았지만 홈런이 될 거라고 예상 못했다. 그저 열심히 뛰었다. 생각보다 큰 타구가 나왔다. 아직도 홈런을 쳤는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매 경기 선발로 나가는 건 아니지만 언제든 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타격보다 수비에 더 집중하고 있다”며 “어느덧 시즌 중반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시즌 끝까지 아프지 않고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동진은 독특한 이력을 가진 선수다. 인기 야구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강두기(하도권 분)의 대역으로 나왔고 독립 야구단 파주 챌린저스에서 뛰면서 프로 진출의 꿈을 이뤘다.
김동진이 프로 무대에 입단하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14년 설악고 졸업 이후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한 그는 강릉영동대에 진학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팔꿈치 부상이 찾아왔다. 병역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휴학을 했지만 군 지원자가 몰려 1년을 쉴 수밖에 없었고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수행했다.
국방의 의무를 마친 그는 독립 야구단에서 야구하며 프로 지명을 기다렸다. 여기서 또 문제가 생겼다. 대학 졸업을 하지 않을 경우 자퇴를 해야 하는데 휴학이 되면서 1년이 또 밀렸다.
파주 챌린저스에서 뛰면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은 김동진은 2020년 경기도 독립야구 리그에서 타율 4할5푼7리로 타율 1위에 등극했다. 202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삼성의 2차 5라운드 지명을 받으며 프로 유니폼을 입게 됐다.
김동진은 “아직 독립 야구단에 대해 모르는 분들이 더 많다. 그만큼 독립 야구단 출신 선수로서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항상 간절하게 야구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독립 야구단 소속 선수라고 하면 실패자라고 여길 수도 있다. 프로 무대에서도 좋은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선수들에게 좋은 동기 부여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면 그 어떤 선수도 할 수 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하면 좋겠다”.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대기만성’ 문상철(KT 위즈)은 최근 방송 인터뷰를 통해 퓨처스 무대에서 뛰는 후배들을 향해 이같이 말했다.
김동진은 “문상철 선배님의 인터뷰를 봤는데 정말 감동이었다. 진짜 힘이 났고 저도 독립 야구단 선수들에게 똑같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