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조형래 기자] 이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던 선수가 있을까. 타고난 재능에 노력까지 더하니, 성장세가 가파를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윤동희(21)의 끊임없는 노력의 대가가 곧바로 결실로 맺어지고 있다.
윤동희는 지난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3회와 5회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데뷔 첫 연타석 홈런을 만들었다. 3회 솔로 홈런, 5회 스리런 홈런으로 4타점을 수확했고 팀의 9-2 대승을 이끌었다.
2022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로 지명된 윤동희. 1라운드급 재능으로 꼽혔고 롯데는 고교 1학년 때부터 윤동희의 재능을 추적 관찰했고, 행운이 곁들여진 끝에 품을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 윤동희는 3년차 시즌에 별다른 성장통도 없이 구단을 대표하고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타자로 성장하고 있다. 유망주들이 으레 겪는 시행착오의 시간, 세급 납부의 시간도 그리 길지 않았다. 지난해 주전 외야수들의 부상으로 1군에 콜업된 이후 자연스럽게 1군에 녹아들었고 이제는 확실한 주전이 됐다.
지난해 데뷔 첫 풀타임 시즌, 107경기 타율 2할8푼7리(387타수 111안타) 2홈런 41타점 45득점 OPS .687의 기록을 남긴 윤동희는 김태형 감독은 롯데에 오자마자 반한 몇 안되는 선수였다. 그는 “윤동희는 걱정하지 않는다. 지난해를 거치며 한 단계 스텝업을 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선수를 보는 눈은 탁월하지만, 쉽게 내색하지 않고 칭찬보다는 채찍을 더 가하는 유형인 김태형 감독이지만, 윤동희만큼은 달랐다. 김태형 감독의 눈은 정확했고, 올해 윤동희는 더 성장해서 성숙해졌다.
사령탑의 무한 신뢰를 안고 시작한 시즌이지만 부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3~4월 타율 2할3푼6리(106타수 25안타) 1홈런 9타점 19득점 OPS .663의 성적에 그쳤다. ABS존에 흔들렸고 상대의 분석에 호되게 당했다.
시즌 초반을 되돌아 보며 “작년에 몸쪽 잘 치는 것을 다른 팀들도 알기 때문에 바깥쪽 스트라이크를 많이 공략하더라. 또 ABS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높은 공도 스트라이크로 많이 잡아줬다. 존이 더 넓어졌다는 체감을 했다. 또 시즌 초에는 높은 공을 많이 놓치면서 볼카운트가 많이 불리했다. 내가 낮은 공을 잘 치니까 높은 공은 버리고 낮은 공만 치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구하고 노력했다. 그는 “바깥쪽 공을 많이 생각한다. 지금은 바깥쪽 공을 생각하다가 몸쪽 공이 왔을 때 반응하는 연습을 많이 했다. 그래서 바깥쪽 공을 앞쪽 타격 포인트에서 힘 있게 치는 연습을 많이 했다. 그리고 지금은 타격의 포커스가 높은 코스에 맞춰져 있다”라며 달라진 점을 설명했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고, 성적이 좋지 않으면 경기 후에도 남아서 훈련을 하고 가야 직성이 풀리는 윤동희다. 그렇기에 빠르게 슬럼프를 극복했다. 3~4월의 부진을 극복한 뒤 5~6월 성적은 리그 정상급이다. 5월 이후 타율 3할5푼2리(125타수 44안타) 3홈런 19타점 32득점 OPS .922를 기록 중이다. 팀의 상승세와 궤를 같이 했다. 많이 출루하니까 많이 홈으로 들어왔다. 5월 이후 득점 1위이기도 하다.
그는 “안될 때는 당연히 노력해야 한다. 안되는 만큼 남아서 더 연습을 해야 하고 코치님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저 혼자만이 아니라 감독님 코치님들이 많은 도움을 주셨다”며 “감독님도 피드백을 해주시고 코치님들도 그 피드백을 저에게 맞춰서 설명을 많이 해주신다. 그때 생각하면 많이 힘들었는데 돌이켜보면 그런 경험을 해서 작년보다 더 좋아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지난 9일 SSG 랜더스와의 더블헤더 2차전, 김태형 감독의 피드백이 받았다. 2회말 1사 2,3루 기회에서 2볼의 유리한 카운트를 맞이했고 3구째 과감하게 스윙을 돌렸지만 1루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다. 결국 이 이닝에서 추가득점은 없었다. 윤동희는 “제가 스윙이 컸다. 2볼이어서 직구를 과감하게 노리고 포인트를 앞에 두고 휘둘렀는데 그게 슬라이더였다. 헛스윙을 해야하는데 걸려서 뜬공이 됐다”라며 “그때 감독님이 부르셔서 주자가 있을 때는 우측으로 짧게 치고 상황을 봐야 한다. 중요한 상황이고 득점을 해야 하는데 혼자 욕심을 부리고 크게 스윙하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 전에도 타석에서 냉철해야 야구를 잘한다고 하셨다. 그런 부분을 생각하고 치니까 결과가 좋게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윤동희를 비롯해 고승민 황성빈 나승엽 손성빈 김민석 등 젊은 야수진이 1군 명단에 대거 포함되어 있고, 또 이들이 현재 팀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주축이다. 윤동희는 “어린 선수들이 다 함께 잘하고 지금 팀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같은 나이대 선수들이 잘하는 것을 보면 너무 기분이 좋다”라면서 “우리 어린 선수들끼리 정말 대화를 많이 한다. 사적인 얘기도 많이 하고 야구 얘기도 정말 많이 한다. 형들하고 얘기도 하고 제 또래들하고 얘기를 하다 보면 서로 얻는 게 있는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부상 중이었던 정훈이 합류했고 또 전준우 역시도 복귀를 위해 채비를 갖추고 있다. 윤동희는 지금처럼, 더 시너지를 내는 팀이 됐으면 한다. 그는 “실력은 베테랑 선수들에 당연히 미칠 수 없다”라면서 “지금처럼 하면 될 것 같다. 다른 팀에 비해 어린 선수들이 많이 뛰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지금처럼 밝게 하고 더 열심히 뛰고 에너지 넘치게 해야한다. 그게 우리 팀의 컬러가 될 것 같고 그렇게 우리가 밑에서 깔아놔야 선배님들도 잘 쳐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하며 다이나믹한 팀 컬러를 주도하겠다고 다짐했다.
1군에 자연스러운 연착륙과 급성장. 그 덕에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발탁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병역 특례 혜택을 받았고 이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회까지 참가하며 국가대표 외야수로 거듭났다. 세금 납부 없이 환급까지 받는 윤동희의 대활약, 롯데의 현재이자 미래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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