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잠실=안호근 기자]
"아직 (김경문) 감독님 성향을 잘 파악을 못한 것 같습니다."
11일 3회초 무사 1,2루에서도, 12일 4회초 무사 1루에서도 나온 번트지만 쉽게 예상할 수 없었다. 그만큼 확 바뀌어버린 옛 은사의 작전 야구에 감독 2년차이자 옛 제자 이승엽(48) 베어스 감독은 꼼짝 없이 당했다.
김경문(66)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서 양 팀이 3-3으로 맞선 9회말 무사 1,3루에서 대타를 내보낸 뒤 기습 스퀴즈 번트로 4-3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사제의 연을 맺고 9전 전승 금메달 신화를 합작했던 두 사령탑의 첫 대결에서 스승이 2연승을 달렸다. 첫 대결에서 선발진의 우위와 타선의 집중력이 돋보였다면 이날은 승부처에서 통산 901승 스승의 관록이 확실히 묻어나왔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12일 한화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1점 승부이기에 당연히 번트도 준비를 했다. 세이프티 스퀴즈 등 여러 가지를 준비했는데 (100%) 스퀴즈가 나올 줄은 몰랐다"며 "제가 아직 수비쪽에서 감독님 성향을 잘 파악을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모두가 놀란 장면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번트보다는 강공을 선호하는 '믿음의 야구'로 대표되는 인물이다. 한 번 선수를 믿으면 '양아들'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전폭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기회를 주는 일이 많았고 이러한 믿음에 근거한 야구가 그를 명장의 반열에 올려놓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6년 만에 돌아온 현장은 크게 변해 있었고 한화라는 팀은 과거 맡았던 팀들에 비해 전력은 약하면서도 확실한 가을야구를 꿈꾸는 팀이었다. 김 감독은 지난 3일 취임식에서 ""이기는 야구를 하고 싶다. 지금 색깔을 강하게 하기보다는 내가 해왔던 것과 한화만의 장점을 섞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전날 경기를 앞두고는 번트 사인이 잦아졌다는 말에 "(번트를) 지금은 대야 한다"며 "몇몇 베테랑을 빼놓고는 아직은 타자들이 좋은 투수들과 싸워서 이길 능력이 부족하다. 조금 더 도와주고 찬스가 왔을 때 어떻게 해서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동원해 점수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은 제 야구를 떠나서 번트는 조금 필요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며 "그러다가 나중에 팀에 힘이 더 생기고 나면 그때는 또 제 야구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900승을 쌓아오면서 체득한 각종 노하우와 본인만의 확실한 색깔이 있음에도 '900승 명장'은 겸허히 한화의 상황에 맞는 야구를 펼치겠다고 선언했고 제자와 치른 2경기에서 확실하게 변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승엽 감독은 "다음에도 이런 위기가 온다면 잘 준비를 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를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문 감독은 "승부의 세계에서 1점 차이로 지면 감독은 경기 끝나고 들어가면 잠을 잘 못 잔다. 자다가도 일어나게 된다. 이승엽 감독도 잠을 잘 자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가 지더라도 팬들께 약속한 게 있고 저를 불러준 이유가 있다. 하루 아침에 5할(승률)을 만들긴 힘들다. (시리즈) 첫 경기를 운 좋게 이겨 어제는 승운이 우리 쪽으로 많이 따라온 것 같다"고 자세를 낮췄다.
익숙지 않은 스퀴즈 번트 사인이었지만 김 감독의 생각은 확고했다. "(문현빈이) 처음에 스윙하는 걸 보고 (번트를) 결정했다. 며칠 전에도 12회 연장을 했는데 저는 연장을 싫어한다"며 "차라리 9회에 지더라도 3이닝을 안 던지고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해서 이겨야지. 12회가서 이기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 여파는 몇 경기 후에 반드시 돌아오게 돼 있다. 연장전을 며칠 전에 했고 여기서 결정이 안나면 어렵겠다고 생각해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연장 승부를 펼칠 경우 불펜진 소모, 타자들의 피로도 등은 정규이닝을 치렀을 때에 비해 훨씬 가중된다. '이기는 야구'를 공언한 김 감독이기에 기회가 왔을 때 확실히 끝낼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김 감독이 900승을 거두는 동안에도 그리 경험이 많지 않았던 상황이다. 그는 "(작전) 사인 중에서도 스퀴즈 사인 내기가 정말 어렵다. 저도 많이 안냈었는데 지금 한화 팬들을 보면 매 경기 어떻게든 이겨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며 "지금 롯데나 밑에 있는 팀들이 잘하고 있다. 4,5경기 차이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아직 70경기 이상 남았다. 분발해서 더 재미있게 끝날때까지 해보겠다"고 말했다.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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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이 12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승리 후 환호하는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화답하고 있다. |
11일 3회초 무사 1,2루에서도, 12일 4회초 무사 1루에서도 나온 번트지만 쉽게 예상할 수 없었다. 그만큼 확 바뀌어버린 옛 은사의 작전 야구에 감독 2년차이자 옛 제자 이승엽(48) 베어스 감독은 꼼짝 없이 당했다.
김경문(66)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서 양 팀이 3-3으로 맞선 9회말 무사 1,3루에서 대타를 내보낸 뒤 기습 스퀴즈 번트로 4-3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사제의 연을 맺고 9전 전승 금메달 신화를 합작했던 두 사령탑의 첫 대결에서 스승이 2연승을 달렸다. 첫 대결에서 선발진의 우위와 타선의 집중력이 돋보였다면 이날은 승부처에서 통산 901승 스승의 관록이 확실히 묻어나왔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12일 한화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1점 승부이기에 당연히 번트도 준비를 했다. 세이프티 스퀴즈 등 여러 가지를 준비했는데 (100%) 스퀴즈가 나올 줄은 몰랐다"며 "제가 아직 수비쪽에서 감독님 성향을 잘 파악을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화 문현빈이 12일 두산전 9회초 스퀴즈 번트를 시도하고 있다. |
문현빈의 스퀴즈 번트에 홈을 통과하고 있는 하주석(오른쪽). |
그러나 6년 만에 돌아온 현장은 크게 변해 있었고 한화라는 팀은 과거 맡았던 팀들에 비해 전력은 약하면서도 확실한 가을야구를 꿈꾸는 팀이었다. 김 감독은 지난 3일 취임식에서 ""이기는 야구를 하고 싶다. 지금 색깔을 강하게 하기보다는 내가 해왔던 것과 한화만의 장점을 섞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전날 경기를 앞두고는 번트 사인이 잦아졌다는 말에 "(번트를) 지금은 대야 한다"며 "몇몇 베테랑을 빼놓고는 아직은 타자들이 좋은 투수들과 싸워서 이길 능력이 부족하다. 조금 더 도와주고 찬스가 왔을 때 어떻게 해서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동원해 점수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은 제 야구를 떠나서 번트는 조금 필요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며 "그러다가 나중에 팀에 힘이 더 생기고 나면 그때는 또 제 야구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900승을 쌓아오면서 체득한 각종 노하우와 본인만의 확실한 색깔이 있음에도 '900승 명장'은 겸허히 한화의 상황에 맞는 야구를 펼치겠다고 선언했고 제자와 치른 2경기에서 확실하게 변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11일 시리즈 첫 경기를 앞두고 김경문 감독(오른쪽)을 만난 이승엽 감독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김경문 감독은 "승부의 세계에서 1점 차이로 지면 감독은 경기 끝나고 들어가면 잠을 잘 못 잔다. 자다가도 일어나게 된다. 이승엽 감독도 잠을 잘 자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가 지더라도 팬들께 약속한 게 있고 저를 불러준 이유가 있다. 하루 아침에 5할(승률)을 만들긴 힘들다. (시리즈) 첫 경기를 운 좋게 이겨 어제는 승운이 우리 쪽으로 많이 따라온 것 같다"고 자세를 낮췄다.
익숙지 않은 스퀴즈 번트 사인이었지만 김 감독의 생각은 확고했다. "(문현빈이) 처음에 스윙하는 걸 보고 (번트를) 결정했다. 며칠 전에도 12회 연장을 했는데 저는 연장을 싫어한다"며 "차라리 9회에 지더라도 3이닝을 안 던지고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해서 이겨야지. 12회가서 이기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 여파는 몇 경기 후에 반드시 돌아오게 돼 있다. 연장전을 며칠 전에 했고 여기서 결정이 안나면 어렵겠다고 생각해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연장 승부를 펼칠 경우 불펜진 소모, 타자들의 피로도 등은 정규이닝을 치렀을 때에 비해 훨씬 가중된다. '이기는 야구'를 공언한 김 감독이기에 기회가 왔을 때 확실히 끝낼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김 감독이 900승을 거두는 동안에도 그리 경험이 많지 않았던 상황이다. 그는 "(작전) 사인 중에서도 스퀴즈 사인 내기가 정말 어렵다. 저도 많이 안냈었는데 지금 한화 팬들을 보면 매 경기 어떻게든 이겨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며 "지금 롯데나 밑에 있는 팀들이 잘하고 있다. 4,5경기 차이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아직 70경기 이상 남았다. 분발해서 더 재미있게 끝날때까지 해보겠다"고 말했다.
하주석(왼쪽)이 결승 득점을 하자 김경문 감독(오른쪽 끝)이 더그아웃에서 반기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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