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순위표가 그야말로 딱 붙었다. 1위부터 4위까지 승차가 단 1경기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초박빙 레이스로 흘러간다. 절대 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지난 13일까지 1위 KIA 타이거즈(38승28패1무 승률 .576), 2위 LG 트윈스(38승29패1무 승률 .567), 3위 삼성 라이온즈(37승29패1무 승률 .561), 4위 두산 베어스(38승30패2무 승률.559)가 승차 1경기 이내로 다닥다닥 붙어있다. 1~2위 승차가 0.5경기, 1위와 3~4위 승차가 1경기에 불과하다.
하루 경기 결과에 따라 1~4위 순위가 모두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시즌 전체 일정의 46.5%가 진행되며 반환점을 향하는 시점인데 보통 이맘때 1위 독주나 양강 체제가 구축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올해는 선두권에서 확 치고 나가는 팀이 없고, 4개 팀이 대등한 전력으로 물고 물리면서 ‘4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시즌 초반만 해도 KIA가 독주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4월25일까지 20승7패(승률 .741)로 2위 NC에 4경기차 1위를 달렸지만 이후 18승21패1무(승률 .462)로 고전하고 있다. 여전히 팀 평균자책점(4.31), 타율(.290) 1위에 올라있지만 독주 기회를 놓쳤다. 선발 이의리와 윌 크로우가 나란히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된 게 뼈아프다. 불펜 난조가 더해져 역전패가 18패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타선도 계속 기복이 심한 모습이다.
KIA가 주춤한 사이 LG가 5월말 6연승을 달리며 따라붙었다. 지난 7일 KIA를 2위로 밀어내며 시즌 첫 단독 1위에 등극했지만 5일 만에 다시 2위로 내려왔다. 상승 기류에서 4연패로 갑자기 확 꺾였다. 임찬규, 최원태 등 국내 투수들이 연이어 부상으로 빠지면서 대체 선발로 어렵게 로테이션을 운영 중이다. 유격수 오지환, 불펜 박명근, 정우영까지 부상 이탈한 가운데 타선의 침체와 수비 불안이 겹치며 치고 나가지 못했다.
KIA와 LG가 부상 변수로 휘청인 사이 삼성과 두산이 추격을 이어가며 이제 턱밑까지 근접했다.
시즌 초반 8연패를 당했던 삼성은 오승환을 중심으로 한 불펜의 지키는 야구와 리그 최소 실책(43개)의 견고한 수비, 김영웅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으로 분위기를 탔다. 젊은 선수들의 힘이 떨어질 쯤에는 트레이드로 돌파구를 찾았다. 거포 박병호가 합류한 뒤 14경기 9승5패로 이 기간 리그 최고 승률(.643)을 내고 있다. 박병호는 이적 후 14경기 타율 2할8푼(50타수 14안타) 5홈런 12타점 OPS .970으로 부활했다.
두산도 5월부터 이승엽 감독의 ‘독한 야구’로 끌어올린 분위기를 6월에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올해 삼성과 함꼐 역전패(10패)가 가장 적은 팀인데 불펜의 지키는 힘이 확실히 강해졌다. 마무리로 승격된 신인 김택연을 중심으로 불펜의 질적, 양적 자원이 풍부해 구원 평균자책점 전체 1위(4.13)에 올라있다. 라울 알칸타라가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인 게 불안 요소이지만 전반적인 투타 밸런스가 가장 좋은 팀으로 꼽힌다.
하지만 앞으로도 1위 싸움은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 10위 키움까지 모든 구단들이 최소 4할대 승률을 기록할 정도로 어느 때보다 전력 평준화가 이뤄진 시즌이다. 5월말부터 한화와 롯데의 경기력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등 하위 팀들도 언제든 상위 팀들을 잡을 수 있을 만큼 전력차가 줄었다.
그러다 보니 상위 팀들이 하위 팀들을 확실히 잡고 치고 올라가지 못한다. 1~4위 어느 팀이 우승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전력상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지면서 흥미로운 레이스가 되고 있다. 2021년처럼 3개 팀이 시즌 막판까지 1위를 다툰 적은 있어도 이렇게 4개 팀이 한꺼번에 뒤얽힌 1위 싸움은 없었다. 앞으로 부상, 외국인 선수 교체 또는 트레이드 같은 다양한 변수에 따라 초유의 1위 싸움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역대급 1위 싸움으로 전개되면서 KBO리그 흥행도 탄력을 받고 있다. KIA, LG, 삼성, 두산 모두 관중 동원력이 우수한 인기 팀들이다. 13일까지 홈 관중 평균 관중 순위도 1위 LG(1만8151명), 2위 두산(1만7891명), 3위 KIA(1만7766명), 4위 삼성(1만6383명) 순으로 팀 순위처럼 ‘빅4’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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