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유니폼이 더러워져 있으면 '아, 나도 오늘 야구 좀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두산 베어스 내야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이유찬(26)이 보직에 상관없이 변함없는 과감한 플레이를 약속했다.
올 시즌 두산은 KIA 타이거즈, LG 트윈스,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4강을 이루며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주된 요인으로 팀 평균자책점 4.41(리그 2위), 팀 타율 0.281(리그 3위)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투·타 균형이 꼽힌다.
그 중에서도 상대 투수 입장에서 쉴 틈을 주지 않는 두산의 하위 타선은 1위 경쟁팀들에도 비교 우위를 지닌다. 16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6번 타자부터 9번 타자까지 두산의 하위타선 타율은 0.290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뎁스가 탄탄하다고 평가받는 2위 KIA의 0.285와도 차이가 있다. 안타를 치는 능력이 떨어지더라도 빠른 발과 선구안으로 어떻게든 볼넷을 얻어내고 출루를 한다. 그렇게 출루한 선수들을 강력한 상위 타선이 불러들여 대량 득점을 가능케 한다. 박준영(27), 이유찬, 전민재(25) 등 경험이 적은 어린 타자들을 하위 타순에 배치하고 있는 가운데 이유찬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이유찬은 동막초-천안북중-북일고 졸업 후 2017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 50순위로 두산에 지명됐다. 빠른 발과 준수한 콘택트 능력으로 지명 당시부터 주목받았고 국군체육부대(상무)를 다녀온 뒤 더욱 일취월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104경기 239타석을 소화한 지난해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46경기 타율 0.318(66타수 21안타) 1홈런 7타점 16득점 5도루, 출루율 0.392 장타율 0.409를 기록 중이다.
15일 고척 키움전에서 만난 이유찬은 "지난해가 첫 풀타임 시즌이었는데 어떻게든 잘하려는 욕심이 강했다. 그때는 그게 독이 됐는데 올해는 그 독이 약으로 바뀐 거 같다. 지난해 경험을 토대로 무언가를 더 보여주려고 하기보단 그냥 내가 해야 할 것만 하려 한다"고 담담하게 올 시즌을 돌아봤다.
이유찬은 상무에서 두 시즌간 80사사구(70볼넷 10몸에 맞는 볼) 79삼진으로 선구안에 있어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입대 전 시즌인 2019년 19볼넷(15볼넷 4몸에 맞는 볼) 34삼진과 비교해도 눈에 띄는 성장세다. 올해도 1군에서 11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7개의 볼넷을 골라내고 빠른 발로 한 베이스씩 더 나아가는 야구로 팀에 보탬이 되고 있다.
그는 "나만의 스트라이크존이 생긴 것이 크다. 나는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를 좋아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스트라이크 존이 확고해지다 보니 안 좋은 공은 치지 않는다. 2스트라이크 이후에도 삼진을 안 먹으려 내 스윙을 가져가다 보니 공이 잘 보여서 많이 출루하게 된 거 같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내가 출루를 하면 팀의 공격 루트가 다양해진다. 작전에 나갈 수도 있고 도루도 할 수 있다. 아무래도 빠른 주자가 루상에 나가면 상대 배터리는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그러면 볼 배합에 있어서도 우리 타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안겨줄 수 있다. 내가 출루해서 형들이 더 잘 친다면 나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보니 이유찬의 유니폼은 항상 더러워지기 일쑤다. 생각해 보면 이유찬의 유니폼은 퓨처스리그 시절부터 깨끗한 적이 드물었다. 이에 이유찬은 "그게 내 살 길이다. 2군에 있을 때도 유니폼이 더러워지는 걸 좋아했다. 슬라이딩할 때 다칠까봐 플레이를 주저한 적은 없는 것 같다"며 "난 그냥 과감하게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플레이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아무래도 루상에 나가면 (견제 등) 압박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유니폼이 더러워지면 나도 오늘 야구 좀 했구나 생각이 든다"고 미소 지었다.
이유찬의 성장에 행복한 고민에 빠진 두산이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14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좋은 내야수가 많다. 사실 (이)유찬이도 주전으로 나갈 수 있는 선수고 (김)재호도 마찬가지다. 그 자원을 매일 다 쓸 수 없어서 아깝지만, 그래도 어린 선수들이 많이 성장해서 고참들까지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박준영이 복귀하면서 이유찬은 5경기 연속 선발로 나서지 못했다. 다시 백업 요원으로서 대주자 혹은 대타로 나서지만, 항상 열심이다. 15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7회 허경민의 대주자로 나서서 양의지의 짧은 중견수 뜬 공 타구에도 2루까지 전력 질주해 추가 진루를 만들었다. 16일 경기에서는 8회 대타로 나와 잘 맞은 타구가 김혜성의 슈퍼 캐치에 잡혀 아쉬움을 남겼다.
이유찬은 "경쟁도 경쟁이지만, (박)준영이 형이나 (전)민재나 너무 친해서 서로 '왜 이렇게 잘하냐'고 놀리기 바쁘다. 누가 나가든 먼저 경기에 뛰는 사람이 있으면 열심히 응원해 준다. 요즘에는 민재가 잘하고 있어서 내가 다 기분이 좋다. 나중에 민재가 안 좋아지게 되면 그땐 내가 또 잘하면 된다. 서로 일단 나가면 열심히 하자는 마음이 강하다"고 활짝 웃었다.
코치진의 전폭적인 응원과 지지는 이유찬을 더욱 뛰게 했다. 대주자, 대수비로 나가면서도 그가 언제든 한 발짝 더 뛰게 된 이유다. 이유찬은 "정진호 코치님과 고토 코치님이 '넌 네가 좋다고 판단했을 때 항상 가라', '죽어도 괜찮으니 항상 자신 있게 뛰어'라고 이야기해 주신다. 시즌 초반만 해도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는데 그런 응원을 들으며 계속 경기에 나가다 보니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목표는 딱히 없다. 요즘은 그저 야구장에 나오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다. (박)준영이 형이 다치고 와서 좋은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해줬는데 '야구를 못해서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 야구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게 더 스트레스'라는 말이 많이 와닿았다. 나도 야구장에 나와서 야구를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함과 행복함을 느끼며 많이 즐기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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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유찬이 15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
이유찬.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두산 베어스 내야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이유찬(26)이 보직에 상관없이 변함없는 과감한 플레이를 약속했다.
올 시즌 두산은 KIA 타이거즈, LG 트윈스,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4강을 이루며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주된 요인으로 팀 평균자책점 4.41(리그 2위), 팀 타율 0.281(리그 3위)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투·타 균형이 꼽힌다.
그 중에서도 상대 투수 입장에서 쉴 틈을 주지 않는 두산의 하위 타선은 1위 경쟁팀들에도 비교 우위를 지닌다. 16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6번 타자부터 9번 타자까지 두산의 하위타선 타율은 0.290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뎁스가 탄탄하다고 평가받는 2위 KIA의 0.285와도 차이가 있다. 안타를 치는 능력이 떨어지더라도 빠른 발과 선구안으로 어떻게든 볼넷을 얻어내고 출루를 한다. 그렇게 출루한 선수들을 강력한 상위 타선이 불러들여 대량 득점을 가능케 한다. 박준영(27), 이유찬, 전민재(25) 등 경험이 적은 어린 타자들을 하위 타순에 배치하고 있는 가운데 이유찬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이유찬은 동막초-천안북중-북일고 졸업 후 2017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 50순위로 두산에 지명됐다. 빠른 발과 준수한 콘택트 능력으로 지명 당시부터 주목받았고 국군체육부대(상무)를 다녀온 뒤 더욱 일취월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104경기 239타석을 소화한 지난해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46경기 타율 0.318(66타수 21안타) 1홈런 7타점 16득점 5도루, 출루율 0.392 장타율 0.409를 기록 중이다.
15일 고척 키움전에서 만난 이유찬은 "지난해가 첫 풀타임 시즌이었는데 어떻게든 잘하려는 욕심이 강했다. 그때는 그게 독이 됐는데 올해는 그 독이 약으로 바뀐 거 같다. 지난해 경험을 토대로 무언가를 더 보여주려고 하기보단 그냥 내가 해야 할 것만 하려 한다"고 담담하게 올 시즌을 돌아봤다.
이유찬.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이유찬은 상무에서 두 시즌간 80사사구(70볼넷 10몸에 맞는 볼) 79삼진으로 선구안에 있어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입대 전 시즌인 2019년 19볼넷(15볼넷 4몸에 맞는 볼) 34삼진과 비교해도 눈에 띄는 성장세다. 올해도 1군에서 11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7개의 볼넷을 골라내고 빠른 발로 한 베이스씩 더 나아가는 야구로 팀에 보탬이 되고 있다.
그는 "나만의 스트라이크존이 생긴 것이 크다. 나는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를 좋아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스트라이크 존이 확고해지다 보니 안 좋은 공은 치지 않는다. 2스트라이크 이후에도 삼진을 안 먹으려 내 스윙을 가져가다 보니 공이 잘 보여서 많이 출루하게 된 거 같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내가 출루를 하면 팀의 공격 루트가 다양해진다. 작전에 나갈 수도 있고 도루도 할 수 있다. 아무래도 빠른 주자가 루상에 나가면 상대 배터리는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그러면 볼 배합에 있어서도 우리 타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안겨줄 수 있다. 내가 출루해서 형들이 더 잘 친다면 나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보니 이유찬의 유니폼은 항상 더러워지기 일쑤다. 생각해 보면 이유찬의 유니폼은 퓨처스리그 시절부터 깨끗한 적이 드물었다. 이에 이유찬은 "그게 내 살 길이다. 2군에 있을 때도 유니폼이 더러워지는 걸 좋아했다. 슬라이딩할 때 다칠까봐 플레이를 주저한 적은 없는 것 같다"며 "난 그냥 과감하게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플레이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아무래도 루상에 나가면 (견제 등) 압박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유니폼이 더러워지면 나도 오늘 야구 좀 했구나 생각이 든다"고 미소 지었다.
이유찬(왼쪽)과 정진호 두산 1군 주루코치.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이유찬의 성장에 행복한 고민에 빠진 두산이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14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좋은 내야수가 많다. 사실 (이)유찬이도 주전으로 나갈 수 있는 선수고 (김)재호도 마찬가지다. 그 자원을 매일 다 쓸 수 없어서 아깝지만, 그래도 어린 선수들이 많이 성장해서 고참들까지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박준영이 복귀하면서 이유찬은 5경기 연속 선발로 나서지 못했다. 다시 백업 요원으로서 대주자 혹은 대타로 나서지만, 항상 열심이다. 15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7회 허경민의 대주자로 나서서 양의지의 짧은 중견수 뜬 공 타구에도 2루까지 전력 질주해 추가 진루를 만들었다. 16일 경기에서는 8회 대타로 나와 잘 맞은 타구가 김혜성의 슈퍼 캐치에 잡혀 아쉬움을 남겼다.
이유찬은 "경쟁도 경쟁이지만, (박)준영이 형이나 (전)민재나 너무 친해서 서로 '왜 이렇게 잘하냐'고 놀리기 바쁘다. 누가 나가든 먼저 경기에 뛰는 사람이 있으면 열심히 응원해 준다. 요즘에는 민재가 잘하고 있어서 내가 다 기분이 좋다. 나중에 민재가 안 좋아지게 되면 그땐 내가 또 잘하면 된다. 서로 일단 나가면 열심히 하자는 마음이 강하다"고 활짝 웃었다.
코치진의 전폭적인 응원과 지지는 이유찬을 더욱 뛰게 했다. 대주자, 대수비로 나가면서도 그가 언제든 한 발짝 더 뛰게 된 이유다. 이유찬은 "정진호 코치님과 고토 코치님이 '넌 네가 좋다고 판단했을 때 항상 가라', '죽어도 괜찮으니 항상 자신 있게 뛰어'라고 이야기해 주신다. 시즌 초반만 해도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는데 그런 응원을 들으며 계속 경기에 나가다 보니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목표는 딱히 없다. 요즘은 그저 야구장에 나오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다. (박)준영이 형이 다치고 와서 좋은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해줬는데 '야구를 못해서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 야구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게 더 스트레스'라는 말이 많이 와닿았다. 나도 야구장에 나와서 야구를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함과 행복함을 느끼며 많이 즐기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유찬.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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