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이후광 기자] 6년 만에 최다안타 1위 자리에서 내려온 ‘레전드’ 박용택 해설위원이 손아섭(NC 다이노스)의 기록 경신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NC 다이노스의 베테랑 외야수 손아섭(36)은 지난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11번째 맞대결에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6회초 한국프로야구 최다안타 기록의 새 역사를 썼다.
1회초 2루수 땅볼, 3회초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손아섭은 0-2로 뒤진 6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세 번째 타석을 맞이했다. 두산 선발 라울 알칸타라를 만나 1B-2S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지만, 6구째 포크볼을 공략해 좌전안타로 연결하며 KBO리그 최다안타 신기록(2505개)을 수립했다.
손아섭은 개인 통산 2505번째 안타를 때려내며 박용택(2504개) 해설위원을 제치고 KBO리그 최다안타의 새 역사를 썼다. 데뷔 후 2044경기 만에 달성한 쾌거였다. KBO리그는 박용택 위원이 2018년 6월 23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2319번째 안타로 양준혁 해설위원을 제치고 안타 신기록을 달성한지 약 6년 만에 최다안타 부문 1위의 주인이 바뀌었다.
이날 멀끔한 정장 차림으로 손아섭의 대기록을 직접 보러온 이가 있었으니 종전 최다안타의 주인공인 박용택 위원이었다.
박용택 위원은 NC 구단에 직접 연락을 취해 손아섭이 대기록을 달성할 경우 그라운드에서 꽃다발과 함께 축하를 해주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박용택은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잠실구장에 방문해 그 누구보다 2505번째 안타를 기다렸고, 자신을 끌어내리고 1위 자리로 올라선 후배를 진심으로 축하했다.
현장에서 만난 박용택 위원은 “최다안타라는 게 1년 반짝 한다고 해서 나오는 게 아니다. 진심으로 축하한다”라며 “손아섭이 어떤 타자냐고 물어보면 그 누구보다 매 타석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 타자라고 답하고 싶다. 지금껏 쌓아온 안타 기록이 정말 대단하다”라고 경의를 표했다.
그러면서 “사실 현역 시절 3000안타를 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손)아섭이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몸 관리만 잘하면 충분히 3000안타를 칠 수 있을 것 같다. 그 모습을 내가 꼭 봤으면 좋겠다. 그 때까지 응원하겠다”라고 또 다른 대기록 달성을 기원했다.
박용택 위원은 6년 만에 최다안타 1위를 내준 소감을 묻자 다시 한 번 전설의 품격을 뽐냈다. 박용택 위원은 “사실 그 동안 자부심이 있었다. 대졸로 들어와서 그저 열심히 했는데 기록이 생겼다”라며 “기록이 깨졌다고 자부심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 뛰어난 후배들이 나오면서 한국야구의 역사가 점점 더 풍성해지는 느낌이 든다”라고 답했다.
손아섭의 최다안타 1위 도약의 원동력으로는 특유의 악바리 근성을 꼽았다.
박용택 위원은 “손아섭은 나와 비슷한 타자인 거 같다. 어디 가서 나보고 슈퍼스타라고 하면 내가 무슨 슈퍼스타냐는 이야기를 항상 한다”라고 운을 떼며 “부족한 부분이 분명하게 있었지만 독하게 마음먹고 열심히 싸웠다. 손아섭도 비슷한 거 같다. 기술적으로 훌륭한 타자들이 많지만 그들이 못한 것을 해냈기에 손아섭이 더욱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후배를 한껏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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