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한용섭 기자]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과 LG의 경기, LG 선발 투수 켈리의 퍼펙트 도전이 최대 관심사였다.
켈리는 이날 삼성 타선을 상대로 8회까지 단 1명의 주자도 1루로 내보내지 않았다. 안타와 4사구는 물론 실책도 하나 없었다.
켈리의 퍼펙트 도전에 묻혔지만 문보경은 공수에서 좋은 활약으로 승리에 기여했다. 6번 3루수로 선발 출장한 문보경은 이날 켈리의 1피안타 완봉승을 공수에서 지원했다.
문보경은 2회 무사 1,2루 찬스에서 삼성 선발 원태인의 주무기 체인지업을 때려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스리런 홈런을 쏘아올렸다. 시즌 10호. 문보경의 한 방으로 기선을 제압했고, LG는 4-0으로 승리했다.
클리닝 타임이 지나고 점점 켈리의 퍼펙트 도전에 모든 눈이 쏠렸다. LG 선수들은 7회가 지나고서 다들 ‘퍼펙트’를 인지하게 됐다.
경기 후 문보경은 “한국시리즈 1차전보다 더 떨린 것 같았다”며 “7회인가 오늘 좀 빨리 끝난다 해서, 전광판을 봤는데 000 이렇게 돼 있는 거예요. 그때부터 발이 안 움직이더라고요. 떨렸다니까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퍼펙트, 노히터 등 대기록 도전이 진행되면, 덕아웃의 분위기도 조심스럽다. 투수에게는 말을 걸지도 않는다. 문보경은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민재 형이 ‘야, 지금 우리 그거 중이야’라고 말하더라”고 말했다.
8회까지 퍼펙트 피칭을 이어간 켈리는 9회 선두타자 윤정빈에게 안타를 맞아 대기록이 무산됐다. 프로야구 출범 43년 만에 최초 퍼펙트는 아웃카운트 3개를 남겨두고 물거품이 됐다.
‘엄청 떨렸다’고 말했던 문보경은 퍼펙트가 무산되고, 무사 1루에서 강민호의 땅볼 타구를 잘 잡아서 2루-1루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처리했다. 켈리는 퍼펙트는 깨졌지만, 1피안타 완봉승을 거뒀다. 문보경은 퍼펙트가 무산돼 아쉬워하면서 “켈리가 너무 잘 던져서 좋다”고 말했다.
이날 문보경을 비롯해 LG 야수들은 실수없이 켈리를 든든하게 지원했다. 호수비도 몇 차례 나왔다. 경기 후 켈리는 “우리 팀 수비수들이 리그에서 굉장히 최고의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고, 그런 선수들을 볼 때마다 항상 놀랐다. 그리고 매 경기 우리 야수들이 항상 전력으로 수비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든든함을 느끼고 있다. 어떤 상황이 일어나도 열심히 해줄 수비수들이 있기 때문에 마음놓고 공을 던질 수 있다”고 칭찬했다.
또 켈리는 “특히 오늘 같은 경기에서는 스트라이크존을 계속 공략하면 야수들이 조금 더 처리해 줄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공격적으로 과감하게 스트라이크를 공략했다”며 “문보경 선수가 9회 강민호 타구를 병살로 처리한 것, 파울 플라이를 잘 잡아준 것, 오스틴 선수도 김지찬 선수의 1루 선상 타구를 잘 잡아주고, 그런 좋은 플레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 굉장히 기분이 좋고 이런 최고의 수비수들과 함께 야구를 하는 것 자체가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