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인천, 이후광 기자] 프로야구 KT 위즈 에이스 고영표(33)가 107억 원 비FA 다년계약 첫해를 맞아 천신만고 끝 고영표다운 모습을 되찾았다.
고영표는 지난 2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시즌 7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 83구를 기록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팀의 6-1 완승 및 2연승을 이끈 호투였다.
최지훈(중견수)-추신수(지명타자)-최정(3루수)-길레르모 에레디아(좌익수)-한유섬(우익수)-김민식(포수)-박성한(유격수)-고명준(1루수)-박지환(2루수) 순의 선발 라인업을 만난 고영표.
1회말 13구 삼자범퇴를 시작으로 6회말 1사까지 퍼펙트 피칭을 펼쳤다. 5회말까지 투구수가 56개에 불과했고, 3-0으로 앞선 6회말 1사 후 고명준 상대 2루타를 맞으며 경기 첫 출루를 허용했지만, 박지환을 2루수 뜬공, 최지훈을 초구에 좌익수 파울플라이로 잡고 실점하지 않았다. 4월 2일 수원 KIA 타이거즈전 이후 84일 만에 시즌 두 번째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한 순간이었다.
7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고영표는 선두타자 추신수에게 두 번째 안타를 맞았다. 이번에는 후속타자 최정을 3루수 야수선택, 에레디아를 초구에 좌익수 뜬공, 한유섬을 1루수 땅볼로 잡고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 플러스까지 기록했다.
고영표는 6-0으로 앞선 8회말 김민과 교체되며 기분 좋게 경기를 마쳤다. KT의 6-1 완승과 함께 4월 2일 KIA전 이후 84일 만에 시즌 2승(2패)째를 올렸다.
경기 후 만난 고영표는 “팀이 이긴 게 가장 좋다. 마음이 무거웠는데 복귀해서 두 번째 경기에서 좋은 피칭을 해서 마음이 가벼워졌다. 앞으로도 이런 경기를 많이 해야 할 거 같다”라고 승리 소감을 남겼다.
퍼펙트 기록을 의식했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나보다 팀원들이 더 흥분한 거 같았다”라고 웃으며 “물론 했으면 좋았겠지만 ‘내가 무슨 퍼펙트냐’라는 식으로 생각하면서 경기에 임했다. 오늘 기록 또한 만족스럽다”라고 답했다.
고영표의 7회말까지 투구수는 불과 83개. 8회말 등판이 예상됐지만, 8회초 타선이 3점을 더 뽑으면서 8회말 투수가 바뀌었다. 고영표는 “다시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또 스코어에 여유가 생겼고, 일요일 등판도 해야하니까 내가 말씀을 드렸다. 감독님, 코치님도 긴 이닝 끌어줘서 바꿔주신 거 같다. 8회초 공격이 짧았다면 8회말도 올라갈 예정이었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체인지업이 주무기인 고영표는 이날 제3의 구종인 커브가 시즌 1호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의 밑바탕으로 작용했다. 체인지업(32개), 투심(27개)에 이어 커브를 18개나 던졌다.
그는 “이전 경기와 다른 패턴이다. 나 같은 경우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기 때문에 타자들이 공격적으로 붙는 성향이다. 그래서 (장)성우 형이 초구에 슬라이더, 커브로 카운트를 잡는 리드를 많이 해줬다. 사실 타자들이 1번을 직구, 2번을 체인지업으로 생각할 텐데 세 번째 구종으로 스트라이크를 먹고 시작하니까 조금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설명했다.
고영표는 5년 총액 107억 원(보장액 95억 원) 비FA 다년계약을 맞아 예상치 못한 부진과 부상에 시달렸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3월 27일 수원 두산 베어스전 4이닝 9실점 패전 이후 4월 2일 수원 KIA전 6이닝 무실점 승리로 반등했지만, 우측 팔꿈치 굴곡근이 미세 손상되면서 두 달 넘게 전력에서 이탈했다.
고영표는 장기 재활을 거쳐 6월 19일 수원 롯데전에서 78일 만에 복귀전을 가졌다. 그러나 그 동안 강했던 롯데를 상대로 5이닝 9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6실점(평균자책점 10.80) 난조로 패전투수가 되며 자존심을 제대로 구겼다. 1회초에만 5점을 준 게 치명적이었다.
고영표는 “롯데전은 너무 좋지 않은 트랙맨 수치가 나왔다”라며 “작년, 재작년 구속이 떨어진 부분을 체크해 이를 회복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다. 그런데 롯데전에서 이런 부분이 긍정적 영향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다시 경기를 복기하면서 좋은 수치를 찾기 위해 매커니즘 쪽으로 노력했다. 그게 이전 경기와 다른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반등 요인을 전했다.
부진과 부상을 거쳐 우여곡절 끝 고영표다운 모습을 되찾은 고영표는 “다년계약을 해서 생각보다 책임감, 부담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프로는 연봉으로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이전과 다르게 이제는 못하면 안 된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라며 “오늘 같은 경기를 자주 보여드리는 게 내가 KT 팬들에게 해야 할 일이다. 더 노력해서 건강하게 마운드에서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 무게감을 이겨낼 것”이라고 남은 시즌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