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1-14, 13점 차로 끌려가고 있던 경기. 승리를 할 수 있는 확률이 대단히 희박했던 상황. 하지만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롯데시네마’의 해피엔딩을 쓸 뻔 했다. 이렇듯 모두가 치열했던 경기, 하지만 최악의 악몽을 선사할 뻔 했던 선발 나균안은 이들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롯데는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연장 12회 승부 끝에 15-15 무승부를 거뒀다. 자정을 앞둔 11시 50분에 끝난 경기, 올 시즌 최장 시간은 5시간 20분 간의 사투를 벌였다. 15-15 무승부는 역대 최다 득점 무승부 타이 기록이기도 했다.
롯데는 10회 1사 만루의 끝내기 기회를 잡았지만 이를 살리지 못한 게 통한의 아쉬움을 남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전, 롯데는 이미 1-14까지 끌려가던 경기를 끈질기게 따라붙으면서 접전을 만들었다. 13점 차 뒤집기 직전까지 갔다. 만약 13점 차를 뒤집었으면 롯데는 역대 최다 점수차 역전승 신기록을 쓰는 것이었다. 미국은 12점 차, 일본은 10점 차 뒤집기가 최다 기록이었다.
선발 나균안이 일찌감치 무너졌다. 경기 전부터 물의를 빚으면서 잡음을 일으켰던 나균안이 마운드에서 제대로 던질 리가 없었다. 그라운드 밖에서 프로의식이 실종된 행태를 벌인 게 결국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1회 선두타자 서건창에게 볼넷을 내줬다. 그리고 소크라테스를 상대로 우월 투런포를 얻어 맞았다. 이후 김도영에게 우측 담장 상단을 직격하는 2루타를 맞았고 최형우에게 우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상황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나성범에게 좌선상 2루타를 내주면서 무사 2,3루 위기가 계속됐다. 이우성에게도 3루수 정훈의 글러브를 스치며 흐르는 내야안타로 추가 실점 했다. 무사 1,3루 위기가 이어졌지만 최원준을 1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하면서 간신히 첫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이후 한준수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우면서 2사 1,3루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닝은 끝나지 않았다. 박찬호에게 중전 적시타를 얻어 맞으며 5실점 째를 허용했다. 나균안은 1회에만 투구수 48개를 기록했고 25분 동안 지속됐다.
2회에도 선두타자 김도영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최형우 타석 때 2루 도루를 허용했지만 최형우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나성범도 투수 땅볼로 유도해 2사 3루 상황을 만들었다. 2사 후 이우성 최원준에게 모두 볼넷을 내주며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한준수 타석 때 폭투를 범해 추가 실점했고 계속된 2사 2,3루에서는 한준수에게 2타점 2루타를 얻어 맞았다. 박찬호에게도 볼넷을 내준 나균안은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때 KIA의 승리 확률은 무려 93.3%. 롯데가 뒤집을 확률은 6.7%에 불과했다. 나균안은 1⅔이닝 7피안타(1피홈런) 6볼넷 2탈삼진 8실점을 기록하고 강판됐다.
두 번째 투수로 올라온 현도훈은 3~4회를 꾸역꾸역 막으며 버텼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4회초 1사 2,3루에서 최형우의 땅볼 때 1루수 나승엽의 포구 실책으로 2점이 들어오며 1-14까지 벌어졌다. 롯데의 승리 확률은 0.2%에 불과했다. 더군다나 상대 선발은 에이스 제임스 네일. 이 정도면 롯데의 항복선언이 나와도 무방했다.
하지만 롯데는 13점 차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4회말 공격부터 네일을 두들겼다. 선두타자 나승엽이 3루수 김도영의 실책으로 출루한 게 시작이었다. 이후 이정훈의 좌중간 2루타로 무사 2,3루 기회를 이어갔다. 정훈의 2루수 땅볼로 3루 주자를 불러들였다. 계속된 1사 3루에서는 박승욱의 중전 적시타가 나와 3-14를 만들었다. 손성빈이 삼진을 당하며 이어진 2사 1루에서는 황성빈의 좌중간 2루타, 윤동희의 볼넷으로 2사 만루 기회를 만들었다. 결국 고승민이 1스트라이크에서 2구째 네일의 144km 투심을 걷어 올려 우측 담장을 넘기는 그랜드슬램을 쏘아 올렸다. 7-14까지 따라 붙었다. 고승민의 만루포로 7점 차까지 따라 붙었지만 이미 벌어진 격차가 너무 컸다. 만루포에도 롯데의 승리 확률은 3.5%였다.
자신감을 얻은 롯데는 야금야금 추격했다. 5회에도 이정훈의 좌전안타와 정훈의 2루타로 만든 무사 2,3루에서 박승욱의 2루수 땅볼로 1점, 손성빈의 삼진으로 2사 3루가 된 상황에서 황성빈이 좌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2점을 더 뽑았다. 9-14가 됐다. 여전히 롯데의 승리 확률은 7.6%. 하지만 6회, 2사 후 나승엽과 이정훈의 연속안타로 만든 2사 1,3루에서 정훈이 좌월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다. 12-14, 2점 차까지 좁혀졌고 이제 롯데의 승리확률은 22.4%까지 치솟았다.
결국 7회 역사적인 순간을 완성했다. 대타 최항의 우전안타, 황성빈의 중전안타, 윤동희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2,3루에서 좌완 곽도규를 상대로 고승민이 동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14-14 동점. 승리 확률 59.3%가 되면서 롯데가 처음으로 승리 확률에서 앞서나갔다. 여기에 김동혁의 투수 땅볼 때 상대 실책과 나승엽의 볼넷으로 만들어진 1사 만루에서 이정훈이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뽑아내면서 15-14로 역전했다. 승리 확률 77%가 됐다. 승리의 7부 능선까지 넘은 셈.
하지만 한치 앞을 모르는 승부였기에 안심할 수 없었고 8회말 필승조 김상수가 홍종표에게 동점 적시타를 얻어맞으면서 15-15 균형이 맞춰졌다. 이후 10회말 1사 만루 끝내기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서 기적의 대역전극을 완성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롯데는 새롭게 라인업에 자리 잡은 젊은 피들을 중심으로 대역전극을 일굴 뻔 했다. 리드오프 황성빈이 7타수 4안타 1타점 3득점을 기록했고 고승민은 추격의 시작점이었던 만루포와 동점 적시타 포함해 7타수 2안타 6타점 맹활약을 펼쳤다.
또한 베테랑 축에 속하는 정훈이 홈런 포함 5타수 2안타 4타점을 기록했고 지명타자 이정훈도 5타수 3안타 3타점의 활약을 펼쳤다. 추격조 상황에서 올라온 박진도 1⅓이닝 무실점으로 허리 역할을 든든하게 해냈다.
나균안을 제외하면 모두가 0.2%까지 떨어진 승리 확률을 극복하는 기적을 위해, 승리를 위해 치열하게 사투를 벌였다. 자신이 망칠 뻔 했던 경기를 동료들이 구제했다. 당장 나균안은 2군행이 확실시 되는 상황. 과연 나균안은 동료들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