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 위기' LG 외인의 대반전, '다승-승률 1위' 승리요정 춤추게 한 경쟁자의 한마디 ''자신 믿고 던져''
입력 : 2024.06.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잠실=안호근 기자]
LG 외국인 투수 디트릭 엔스가 26일 삼성전 호투를 펼친 뒤 딸과 함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LG 외국인 투수 디트릭 엔스가 26일 삼성전 호투를 펼친 뒤 딸과 함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켈리나 엔스보다 좋은 투수가 나오면 또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8이닝 퍼펙트 피칭을 펼치고 1피안타 무사사구 완봉승을 챙긴 케이시 켈리(35)도 미래를 장담할 순 없었다. 사령탑의 뼈아픈 발언이 자극제가 됐을까. 디트릭 엔스(34·이상 LG 트윈스)도 힘을 냈다.

엔스는 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98구를 뿌리며 3피안타 1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지난 3월 29일 키움전 이후 2번째 6이닝 무실점 호투. 엔스는 노디시전을 기록했지만 팀은 9회 치열한 공방 끝에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거두며 2연승을 달렸다. 엔스의 평균자책점(ERA)도 4.85에서 4.53까지 내려갔다.

시즌 9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QS)를 기록한 엔스는 3회까지 퍼펙트 피칭을 펼쳤고 4회 김헌곤에게 안타를 내주고도 KKK를 작성, 이닝을 마무리했다.

5회에도 안타 2개를 맞고 실점 없이 이닝을 마친 그는 6회엔 삼진 2개 포함 삼자범퇴로 QS를 완성시켰다. 속구 최고 시속은 152㎞였고 43구를 던졌다. 커터(24구), 커브(17구), 체인지업(12구), 슬라이더(2구)까지 고루 섞어 삼성 타선을 제압했다.

엔스가 26일 삼성전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엔스가 26일 삼성전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외국인 선수 교체를 위해 미국까지 향했던 LG다.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외국인 선수에 대한 기대치가 더 높았고 지금의 켈리와 엔스로는 만족하기 힘들었다.

그런 가운데 켈리가 완벽투를 펼쳤는데 염 감독은 경기 전 "지금까지 선발하면서 계속 3,4점 줬는데 한 경기로 어떻게 평가가 원점이 되겠나"라며 "일단은 계속 지켜봐야한다. 켈리나 엔스보다 좋은 투수가 나오면 또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8월까지 기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생명 연장의 기회를 얻은 것은 사실이지만 한 번의 투구만으로 지금까지의 부진을 덮을 수는 없다는 단호한 생각이었다. 이는 엔스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날 올 시즌 손에 꼽을 만한 투구를 펼쳐 마찬가지로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켈리의 투구가 그에게도 자극이 됐다. 경기 후 엔스는 "켈리의 등판은 놀라웠고 보는데 상당히 즐거웠다. 감탄만 나왔다"며 "켈리가 어제 보여준 것에 대해서 저도 굉장히 기분이 좋고 워낙 훈련을 열심히 하기에 그런 부분을 보고 배우면서 따라가고 있다. 그래서 오늘 야구장에 나오면서 굉장히 동기부여가 됐고 내가 해야 될 것만 잘하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둘 중 하나는 짐을 싸야할 수 있어 어찌보면 경쟁 상대이기도 했지만 둘은 진심으로 서로를 응원했다. 먼저 좋은 결과를 낸 켈리로부터 아낌없는 조언을 받기도 했다.

엔스는 "켈리 선수가 단순하게 생각을 하라고 주로 많이 얘기를 해준다. '비록 결과가 잘 나오지 않더라도 공을 잘 던졌으니 해오던 걸 자신을 믿고 꾸준히 하다 보면 괜찮아질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라'고 얘기를 해줬다"며 "어떻게 보면 내가 경기를 운영하고 공을 던지는 데 있어 중요한 포인트"라고 전했다.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안도하는 엔스. /사진=김진경 대기자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안도하는 엔스. /사진=김진경 대기자
이어 "한 구, 한 구에 집중하는 게 나에겐 굉장히 중요하다. 너무 먼 미래나 결과를 생각하다 보면 내가 원하는 대로 공을 던질 수가 없다. 매 투구에 집중해야만 내 상대로 하여금 안타, 인플레이 타구, 실점 등을 억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4회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주자 2명을 내보냈으나 10구 승부 끝에 이재현을 헛스윙 삼진, 구자욱을 3구 삼진, 2사 1,2루에서 박병호를 하이 패스트볼로 다시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후 엔스는 격한 포효를 했다.

그는 "0-0에서 2사 1,2루 득점권 상황이었다. 그 이닝에 공을 많이 던지기도 했다(30구). 그래서 저도 모르게 더 흥분한 상태였던 것 같다"며 "삼진을 잡고 이닝을 끝내니 그 감정이 나도 모르게 나왔고 그걸 표출을 하고 싶었다. 그 삼진이 저뿐만 아니라 팀에도 우리가 경기를 더 대등하게 끌고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줘서 그런 감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올 시즌 17경기에 나와 8승 2패, 승률 0.800을 기록 중이다. 다승은 리그 공동 1위, 승률은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ERA나 전반적인 수치로는 결코 만족할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투수 2관왕을 노려볼 수 있는 위치다. 결과적으로도 팀에 많은 승리를 안겨주며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셈이다.

엔스는 "선발로서 제 역할은 물론 공을 잘 던져야겠지만 그러다보면 팀이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팀원이나 구성원을 보면 굉장히 좋다. 그래서 제가 나갈 때마다 최선을 다해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며 "많이 이길 수 있었던 비결은 팀원들이 도와줬기 때문이다. 나갈 때마다 최선을 다하는 게 첫째이고 그래서 단순한 생각으로 경기에 나선다.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고 좋은 공을 던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엔스(왼쪽)가 무실점 투구 후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엔스(왼쪽)가 무실점 투구 후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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