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인천, 이후광 기자] 하필이면 운명의 경기에서 5점을 내주고 아쉽게 교체된 단기 외국인투수 시라카와 케이쇼. 고민에 빠진 프로야구 SSG 랜더스는 기존 외국인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와 시라카와 가운데 어떤 선수에게 동행 연장을 제안할까.
시라카와는 지난 2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시즌 9차전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9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5탈삼진 5실점(3자책) 난조 속 노 디시전에 그쳤다.
계약 만료를 일주일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오디션에 나선 시라카와. 1회초부터 흔들렸다. 선두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의 우전안타로 경기를 출발하더니 후속타자 강백호를 만나 선제 투런포를 헌납했다. 3B-1S 불리한 카운트에서 던진 5구째 직구(145km)가 가운데로 몰리며 비거리 115m 좌월 홈런으로 연결됐다. 시즌 3번째 피홈런.
2-2로 맞선 2회초에도 흔들렸다. 선두타자 김상수를 3루수 내야안타로 내보낸 게 화근이었다. 이후 정준영의 희생번트로 계속된 1사 2루에서 로하스 상대 뜬공 타구를 유도했는데 타구가 빗맞으면서 좌익수와 유격수 사이 애매한 곳에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타구를 집어든 좌익수 길레르모 에레디아의 3루 송구 실책까지 발생하며 김상수에게 홈을 내줬다.
시라카와는 3회초부터 안정을 되찾았다. 오재일, 배정대, 황재균 순의 중심타선을 상대로 공 8개를 이용해 첫 삼자범퇴 이닝을 치렀다. 이어 4회말 선두타자 오윤석과 김상수 상대로 연달아 안타를 허용하며 다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정준영을 병살타, 로하스를 1루수 땅볼로 잡고 실점하지 않았다.
시라카와는 4-3으로 리드한 5회초 선두타자 강백호와 장성우를 연속 삼진, 오재일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5회까지 투구수는 76개.
6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라 퀄리티스타트에 도전한 시라카와는 선두타자 배정대 상대 우전안타를 맞았다. 이후 황재균을 1루수 땅볼 처리한 뒤 오윤석에게 내야땅볼을 유도했지만, 3루수 최정의 포구 실책이 발생하며 1사 1, 2루 위기에 처했다.
시라카와의 임무는 여기까지였다. 5-3으로 앞선 6회초 1사 1, 2루에서 베테랑 고효준에게 바통을 넘기고 아쉽게 경기를 마쳤다. 그럼에도 SSG 홈팬들은 사실상 마지막 쇼케이스를 마친 시라카와를 향해 아낌없는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후 고효준이 김상수의 내야안타로 처한 1사 만루에서 대타 문상철 상대 2타점 동점 적시타를 맞으며 시라카와의 승계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시라카와의 최종 실점은 5점이 됐고, 시즌 3번째 승리도 무산됐다.
시라카와는 지난 5월 22일 총액 180만 엔(약 1500만 원)에 SSG와 계약한 6주 단기 외국인투수다. SSG는 기존 외국인투수 엘리아스가 좌측 내복사근 부상으로 6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오면서 KBO가 2024시즌 첫 도입한 대체 외국인선수 영입 제도를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시라카와는 한국프로야구 임시 외국인 제도의 첫 이적 사례로, 일본 독립리그에서 3차례의 개막전 선발투수를 비롯해 최고 154km 강속구를 던지는 파이어볼러가 KBO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시라카와의 실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데뷔전이었던 6월 1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단기 외국인선수 성공신화의 서막을 열었다. 7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1⅓이닝 8실점(7자책)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13일 인천 KIA 타이거즈전 5이닝 1실점, 21일 인천 NC 다이노스전 6⅓이닝 2실점으로 연달아 승리를 챙기며 엘리아스 공백을 훌륭히 메웠다. 17⅔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무려 탈삼진 22개를 잡아냈다.
시간이 흘러 엘리아스는 부상에서 회복했고, 시라카와는 계약 만료가 임박했다. 그리고 시라카와가 약 한 달 만에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며 SSG 구단을 선택의 딜레마에 빠트렸다. 엘리아스도 이에 질세라 퓨처스리그 20일 고양전 3이닝 1실점(비자책), 26일 상무전 4이닝 무실점으로 1군 복귀 준비를 마쳤다. 이제 행복한 고민에 빠진 SSG의 결정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물론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여러 복합적 경우의 수로 인해 쉽게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 이숭용 감독은 “시라카와는 점점 좋아질 거라는 기대감이 있다. 그런데 5일 로테이션을 돌 때 체력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엘리아스는 그 동안 보여준 게 있다. 경험, 노하우도 있다. 또 만에 하나 시라카와를 택했을 때는 외국인선수 교체권이 사라진다. 모든 변수를 다 고민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36살 엘리아스를 택했을 경우에도 리스크는 존재한다. 이 감독은 “부상 재발 위험이 있다. 우리가 올 시즌 엘리아스의 부상부터 힘든 시기가 시작됐다. 그러면서 꼬였다. 외국인선수는 조금 실력이 떨어져도 무조건 건강해야 한다. 안 그러면 국내 선수들한테 데미지가 가해진다”라고 설명했다.
SSG는 이숭용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프런트가 한 데 모여 시라카와의 거취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각종 경우의 수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한 뒤 장단점을 파악하고, 최선의 선택을 한다는 계획이다.
관록의 엘리아스일까. 아니면 패기의 시라카와일까. 이숭용 감독은 “토론을 통해 내 생각과 프런트의 생각을 공유하면서 어떤 게 우리에게 최선의 선택인지 고민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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