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갈수로 고우석의 힘은 떨어지는 것일까. 150km가 되지 않는 공은 마이너리그에서도 쉬운 배팅볼 먹잇감이었다.
마이애미 말린스 산하 트리플A 잭슨빌 점보쉬림프 소속의 고우석은 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트루이스트필드에서 열린 샬럿 나이츠(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 트리플A)와의 원정경기에 등판해 1이닝 2피안타 2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미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한 경기에 홈런 2개를 얻어 맞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트리플A 평균자책점도 3.60에서 4.29로 치솟았다.
2-6으로 뒤진 8회말 마운드에 올라온 고우석. 그러나 올라오자마자 초구를 통타 당했다. 마이클 차비스와를 상대로 79.4마일(127.8km) 한가운데 커브를 공략 당했다. 비거리 440피트, 134.1m짜리 대형 홈런을 얻어 맞았다.
후속 오스카 콜라스는 상대로는 1볼에서 91.8마일(147.7km) 포심을 던져서 3루수 뜬공을 유도했다. 이후 에드가 쿠에로를 상대로도 2볼 2스트라이크 승부를 펼쳤고 좌익수 직선타로 처리했다.
그러나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맞이한 콜슨 몽고메리를 상대로 3볼에 몰렸고 4구째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던진 4구째 91.5마일(147.3km) 포심 패스트볼이 공략 당했다. 한가운데 높은 코스로 들어간 포심 패스트볼은 여지 없었다.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를 얻어 맞았다. 미국 무대 진출 이후 첫 2피홈런 경기를 허용했다.
이후 브룩스 볼드윈은 중견수 뜬공으로 요리하면서 천신만고 끝에 1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이날 고우석은 투구수 15개를 기록했다. 포심 10개, 커터 3개, 커브 2개를 던졌다. 포심 최고 구속은 93마일(149.7km)에 불과했다. 150Km가 채 되지 않았다. 평균 구속은 92.2마일(148.4km)에 그쳤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년 450만 달러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한 고우석. 한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의 위용을 선보이려고 했지만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 좀처럼 구위를 회복하지 못했고 개막전 엔트리에서 탈락했다.더블A에서 10경기 2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4.38(12⅓이닝 6자책점)을 기록했던 고우석은 5월 초 타격왕 루이스 아라에즈의 트레이드 때 마이애미 말린스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하지만 마이애미에서도 메이저리그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결국 5월 31일, 방출대기 조치를 당했다. 메이저리그 콜업의 기본 요건인 40인 로스터에서 탈락한 것. 하지만 다른 구단들도 고우석을 원하지 않았다. 웨이버 클레임 없이 통과된 고우석은 마이너리그 잔류를 선택했고 계속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방출대기 조치 이후 6월 한 달 동안 7경기 1승 평균자책점 3.00(9이닝 3자책점) 4볼넷 9탈삼진으로 안정을 찾는 듯 했다. 그런데 7월 들어서 연속 피홈런을 헌납하면서 흔들리고 있다. 지난 2일 샬럿 나이츠와의 경기에서 2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2실점으로 부진했고 이날 미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한 경기 2피홈런을 기록했다.한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군림했던 고우석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아직 컨디션이 제대로 올라오지 않을 것일까. KBO리그에서 42세이브로 세이브 타이틀을 차지했던 2022년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2.5km이었다. 지난해에도 패스트볼 평균 구속도 151.6km에 달했다(스포츠투아이 PTS 기준).
메이저리그가, 샌디에이고가 고우석을 원했던 이유는 단연 강속구 때문이다. 방출대기 조치 이후 메이저리그 소식을 다루는 ‘MLB트레이드루머스’는 “고우석은 KBO리그에서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98마일(157.7km)에 달했다. 하지만 파드리스 스프링 트레이닝 스카우팅 리포트에 따르면 고우석은 직구 구속이 92-94마일(148.1-151.3km)대에 머물렀고 간신히 95마일(152.9km)을 찍었다. 샌디에이고는 고우석을 경기 후반 필승조 후보로 기대했지만 결국 더블A로 내려보냈고 아라에즈 트레이드에 포함시킨 것은 고우석이 팀에 합류한 이후 기대가 빠르게 식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현실은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이제는 최고 구속도 150km를 찍는 게 버거운 현실이 됐다. 이대로면 고우석에게 메이저리그 콜업은 정말 머나 먼 일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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