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인천=안호근 기자]
"쫄지 말자, 이번에도 안 되면 더 잘할 수 없다고 생각했더니 우승까지 할 수 있었어요."
누구도 우승을 의심치 않았으나 주춤하는 사이 쟁쟁한 경쟁자들의 5명의 추격을 받았다. 선두를 잃고서야 정신을 차렸고 간절히 기회를 되찾아왔다. 그리고 결국 정상에 우뚝섰다.
이가영은 7일 인천시 서구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 오픈(총상금 12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하나로 한 타를 줄이며 1언더파 71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윤이나(21·하이트진로), 최예림(25·대보건설)이 동률을 이뤄 돌입한 연장 승부에 돌입했고 홀로 버디를 낚아 통산 2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2018년 투어에 입회한 이가영은 2022년 10월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며 도약했지만 지난해 우승 없이 준우승만 두 차례를 기록했다. 올 시즌 15번의 대회에서는 톱 10 3차례에 만족해야 했다.
이번 대회에서 기회를 잡았다. 첫날 버디 8개를 잡아내고도 세컨드샷 실수로 벌타를 받아 더블보기를 범하는 바람에 공동 4위로 시작했지만 2라운드부터 무결점 플레이로 단독 선두로 도약했다. 최종 라운드는 2위 김수지(동부건설)에 3타 앞선 1위로 시작했다.
전날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좋은 성적으로 우승 경쟁을 하게 돼서 좋다. 중압감이 들 때 그것을 이겨내려고 하기보단 그대로 받아드리고 플레이하려고 한다"고 말했던 이가영이지만 3타 차 여유가 독이 된 것일까. 전반 내내 홀 근처에 붙는 샷이 하나 없었다. 안정적으로 11홀 연속 파를 지켰지만 경쟁자들의 추격이 거셌다.
유현조(삼천리)가 가장 먼저 빠르게 치고 올라섰고 최예림과 윤이나까지 이가영을 압박했다. 16번 홀(파4) 2m 이내 파 퍼트를 놓치며 선두 자리를 내줬지만 정신을 차렸다. 17번 홀(파3)에서 6m 퍼트를 떨어뜨려 다시 최예림과 함께 공동 선두로 도약했고 마지막 홀 버디를 잡아낸 윤이나와 함께 연장 승부에 돌입했다.
앞서 티샷을 한 윤이나와 최예림이 우드 티샷을 했지만 이가영은 드라이버를 택했다. 약간 더 앞쪽으로 공을 보내 놓은 이가영은 경쟁자들의 세컨드샷을 지켜봤다. 둘 모두 버디 퍼트가 가능한 거리에 공을 올려놔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상황. 이가영은 1.2m 버디 퍼트 기회를 만들었고 부담감 탓인지 두 선수의 퍼팅이 빗나간 상황에서 침착히 챔피언 퍼트를 성공시켜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위기의 순간 강해졌다. 우승 세리머니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린 이가영은 우승 기자회견에서 "올 시즌 성적 좋지 않아 힘들었는데 오빠도 오고 가족들 많이 와서 지나간 순간들 떠올라 울컥했다"며 "참고 기다리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스코어를 보니까 긴장감이 몰려들어서 잘 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쫄지 말자, 이번에도 안 되면 더 잘할 수 없다'고 생각했더니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압박감은 크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였다. 이가영은 "지루한 플레이를 했다. '이게 안 들어가?'라는 생각이 든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퍼트가) 하나만 떨어지면 살 수 있겠다고 생각해 기다렸다"며 "3타 차 출발이라 압박감은 없었다. 타수 차이가 난다고 오히려 편하게 생각해 버디가 더 안 나왔던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16번 홀 보기 후에서야 스코어카드를 확인했다. "전반 홀을 칠 때는 스코어를 전혀 몰랐고 내 플레이만 하자고 생각했다. 16번 홀에서 보기하고 17번 홀에 올라갈 때 확인을 했다. 2등이 된 걸 바로 확인했다"며 "'두 홀 밖에 기회가 없다, 내가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연장에선 긴장이 안됐다. 내가 기회를 잡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번 대회에서 이가영이 더 화제가 된 건 그동안 부상을 감춘 채 대회 출전을 이어왔다는 게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어느 때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가영은 "두산 매치플레이 때 떨어지는 물건을 잡으려고 하다가 손가락에 부딪혀서 부었는데 병원에 가보니 골절이 됐다고, 깁스를 4주 정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스윙이 되다보니까 '해야겠다, 아프더라도 치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후 이가영은 오른쪽 약지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나머지 9개 손가락으로 스윙을 하기도 했고 이후 상태가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통증을 안고 뛰었다.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 4주 동안 깁스하고 움직이지 않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뼈가 그대로 붙은 게 아니라 벌어진 모양으로 붙었다. 아직 통증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통증을 감수해야 할 정도로 절박했기 때문이었다. 이가영은 "첫 우승 이후 뜻대로 잘 풀리지 않았고 내 생각에 성적이 좋았다고 생각지 않았다. 그랬기에 항상 목표는 우승이었다"며 "내 생각엔 아쉬움 플레이가 많았다. 그래서 더 잘했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도 현장을 찾은 두 살 터울 친오빠의 존재가 큰 힘이 됐다. 이가영은 "오늘은 8번 홀쯤에 왔더라. 보고는 힘이 났다"며 "오빠와 어릴 때는 많이 싸웠는데 크면서 사이가 많이 좋아졌다. 돈독하게 지내는데 힘들 때마다 오빠의 조언이 와 닿았고 그로 인해 힘이 나고 자신감도 찾았다. 어제도 선두권에 있을 때 '미녀골퍼 이가영, 네가 최고다' 이런 식으로 응원을 많이 해주고 '안 될 수도 있지, 어떻게 다 잘 되냐' 등의 말을 많이 해준다. 항상 최고라고 힘을 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우승 상금 2억 1600만원을 손에 넣은 이가영은 시즌 누적 3억 3575만 7664원으로 상금 랭킹에서 22계단 뛰어올라 12위로 도약했다. 대상 포인트에서도 80점을 보태 140점으로 15계단 뛰어오른 14위에 안착했다.
이제 이가영의 목표는 더 높은 곳을 향한다. 이가영은 "1승을 더 추가하는 게 목표였다. 하반기에 아직 대회 많이 남아 있으니 2승을 더 해내고 싶다"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인천=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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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이 7일 KLPGA 투어 롯데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사진=KLPGT 제공 |
누구도 우승을 의심치 않았으나 주춤하는 사이 쟁쟁한 경쟁자들의 5명의 추격을 받았다. 선두를 잃고서야 정신을 차렸고 간절히 기회를 되찾아왔다. 그리고 결국 정상에 우뚝섰다.
이가영은 7일 인천시 서구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 오픈(총상금 12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하나로 한 타를 줄이며 1언더파 71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윤이나(21·하이트진로), 최예림(25·대보건설)이 동률을 이뤄 돌입한 연장 승부에 돌입했고 홀로 버디를 낚아 통산 2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2018년 투어에 입회한 이가영은 2022년 10월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며 도약했지만 지난해 우승 없이 준우승만 두 차례를 기록했다. 올 시즌 15번의 대회에서는 톱 10 3차례에 만족해야 했다.
아이언샷을 날리고 타구를 바라보는 이가영. /사진=KLPGT 제공 |
전날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좋은 성적으로 우승 경쟁을 하게 돼서 좋다. 중압감이 들 때 그것을 이겨내려고 하기보단 그대로 받아드리고 플레이하려고 한다"고 말했던 이가영이지만 3타 차 여유가 독이 된 것일까. 전반 내내 홀 근처에 붙는 샷이 하나 없었다. 안정적으로 11홀 연속 파를 지켰지만 경쟁자들의 추격이 거셌다.
유현조(삼천리)가 가장 먼저 빠르게 치고 올라섰고 최예림과 윤이나까지 이가영을 압박했다. 16번 홀(파4) 2m 이내 파 퍼트를 놓치며 선두 자리를 내줬지만 정신을 차렸다. 17번 홀(파3)에서 6m 퍼트를 떨어뜨려 다시 최예림과 함께 공동 선두로 도약했고 마지막 홀 버디를 잡아낸 윤이나와 함께 연장 승부에 돌입했다.
앞서 티샷을 한 윤이나와 최예림이 우드 티샷을 했지만 이가영은 드라이버를 택했다. 약간 더 앞쪽으로 공을 보내 놓은 이가영은 경쟁자들의 세컨드샷을 지켜봤다. 둘 모두 버디 퍼트가 가능한 거리에 공을 올려놔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상황. 이가영은 1.2m 버디 퍼트 기회를 만들었고 부담감 탓인지 두 선수의 퍼팅이 빗나간 상황에서 침착히 챔피언 퍼트를 성공시켜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위기의 순간 강해졌다. 우승 세리머니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린 이가영은 우승 기자회견에서 "올 시즌 성적 좋지 않아 힘들었는데 오빠도 오고 가족들 많이 와서 지나간 순간들 떠올라 울컥했다"며 "참고 기다리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스코어를 보니까 긴장감이 몰려들어서 잘 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쫄지 말자, 이번에도 안 되면 더 잘할 수 없다'고 생각했더니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승을 확정지은 이가영(가운데)이 동료들에게 물 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KLPGT 제공 |
16번 홀 보기 후에서야 스코어카드를 확인했다. "전반 홀을 칠 때는 스코어를 전혀 몰랐고 내 플레이만 하자고 생각했다. 16번 홀에서 보기하고 17번 홀에 올라갈 때 확인을 했다. 2등이 된 걸 바로 확인했다"며 "'두 홀 밖에 기회가 없다, 내가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연장에선 긴장이 안됐다. 내가 기회를 잡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번 대회에서 이가영이 더 화제가 된 건 그동안 부상을 감춘 채 대회 출전을 이어왔다는 게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어느 때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가영은 "두산 매치플레이 때 떨어지는 물건을 잡으려고 하다가 손가락에 부딪혀서 부었는데 병원에 가보니 골절이 됐다고, 깁스를 4주 정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스윙이 되다보니까 '해야겠다, 아프더라도 치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후 이가영은 오른쪽 약지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나머지 9개 손가락으로 스윙을 하기도 했고 이후 상태가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통증을 안고 뛰었다.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 4주 동안 깁스하고 움직이지 않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뼈가 그대로 붙은 게 아니라 벌어진 모양으로 붙었다. 아직 통증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가영이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KLPGT 제공 |
이날도 현장을 찾은 두 살 터울 친오빠의 존재가 큰 힘이 됐다. 이가영은 "오늘은 8번 홀쯤에 왔더라. 보고는 힘이 났다"며 "오빠와 어릴 때는 많이 싸웠는데 크면서 사이가 많이 좋아졌다. 돈독하게 지내는데 힘들 때마다 오빠의 조언이 와 닿았고 그로 인해 힘이 나고 자신감도 찾았다. 어제도 선두권에 있을 때 '미녀골퍼 이가영, 네가 최고다' 이런 식으로 응원을 많이 해주고 '안 될 수도 있지, 어떻게 다 잘 되냐' 등의 말을 많이 해준다. 항상 최고라고 힘을 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우승 상금 2억 1600만원을 손에 넣은 이가영은 시즌 누적 3억 3575만 7664원으로 상금 랭킹에서 22계단 뛰어올라 12위로 도약했다. 대상 포인트에서도 80점을 보태 140점으로 15계단 뛰어오른 14위에 안착했다.
이제 이가영의 목표는 더 높은 곳을 향한다. 이가영은 "1승을 더 추가하는 게 목표였다. 하반기에 아직 대회 많이 남아 있으니 2승을 더 해내고 싶다"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우승을 차지한 이가영(왼쪽에서 2번째)이 우승 후 가족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LPGT 제공 |
인천=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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