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양정웅 기자]

오상욱이 2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후 태극기를 들어 기쁨을 드러내고 있다. /AFPBBNews=뉴스1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한국 펜싱의 자존심' 오상욱(28·대전광역시청)이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오상욱은 2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 결승전에서 파레스 페리자니(튀니지)를 15-1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첫 경기였던 32강전에서 오상욱은 에반 지로(니제르)를 15-8로 꺾으며 좋은 출발을 보였다. 알리 파크다만(이란)과 16강전을 15-10으로 이기고 통과한 오상욱은 8강전에서 파레스 아르파(캐나다)를 15-13으로 힘겹게 꺾고 4강에 올랐다. 준결승에선 루이제 사멜레(이탈리아)를 15-5로 누르고 개인 첫 올림픽 결승행을 확정했다.

오상욱은 1피리어드부터 상대를 압도해 나갔다. 시작과 동시에 2점을 따낸 오상욱은 상대의 공격을 잘 커트해내며 반격에 성공, 8-4 리드를 잡은 채 1피리어드를 끝냈다. 2피리어드에서도 시작과 함께 2점을 획득한 오상욱은 14-8까지 앞서 가며 우승까지 단 1점만을 남겨뒀다.

이후 페르자니가 3점을 내리 따내며 한때 위기도 찾아왔다. 하지만 오상욱은 마지막 회심의 찌르기가 성공하면서 결국 승리를 확정지었다. 그는 원우영 코치를 끌어안고 기쁨을 표시했다.

이전까지 한국 펜싱에서 남자 사브르 개인전 최고 성적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김정환이 딴 동메달이었다. 이미 결승 진출만으로도 역대 최고 성과였지만, 여기에 금메달까지 차지하면서 겹경사를 안았다. 오상욱 개인으로서도 2020 도쿄 올림픽 8강 탈락을 설욕하는 순간이었다.

오상욱이 2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뉴시스와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오상욱은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한국의 첫 금메달인 줄은 끝나고 알았다. 첫 금메달에, 그랜드슬램까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아주 큰 영광을 가져다 준 금메달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상욱이 밝힌 최대 고비는 언제였을까. 그는 아르파와 8강전을 꼽았다. 오상욱은 "그 선수(아르파)가 올라올 거라고는 진짜 생각도 못 했다"며 "데이터가 하나도 없어서 너무 힘들었고, 안 좋은 생각이 계속 들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원우영 코치님이 '널 이길 사람이 없다'며 잡아주셨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원 코치는 결승전에서도 오상욱을 안정시켜줬다. 막판 금메달을 코앞에 두고 연이어 추격을 허용할 당시를 떠올린 오상욱은 "진짜 온몸에 땀이 엄청 많이 났다. 너무 긴장돼서 그때도 '설마 여기서 잡히겠냐'하는 안 좋은 생각들도 많이 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때 코치님이 뒤에서 계속 '너는 할 수 있다'고 얘기해 준 것이 가장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오상욱은 여러 고비가 있었다. 2월에는 손목 부상을 당해 컨디션 회복에 어려움을 겪었고, 도쿄 올림픽 단체전 우승을 함께한 김정환(40)과 김준호(30)가 빠진 것도 아픔이었다. 부상에 대해서는 "격렬하게 훈련하면서 트라우마를 이겨냈다"고 했고, 친한 선배들과 이별을 언급하며 "내가 아니더라도 한국 선수 중 누군가는 금메달을 땄을 것이고, 그건 형들의 덕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제 오상욱은 단체전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만약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차지한다면 올림픽 2관왕이 된다. 그는 "쉬고 싶은 마음이 큰데, 단체전 금메달까지 딴 뒤 편히 쉬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오상욱이 2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포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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