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서울월드컵경기장, 고성환 기자] "내일은 민혁이의 무대를 만들어줘야 할 것 같아요."
'괴물 고3' 양민혁(18, 강원FC)의 토트넘 홋스퍼 쇼케이스를 위해 형들이 나선다. '팀 K리그 주장' 주민규(34, 울산 HD)와 이승우(26, 전북 현대)가 나란히 양민혁을 위한 하루를 다짐했다.
팀 K리그는 3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토트넘 홋스퍼와 2024 쿠팡플레이 시리즈 1경기를 치른다.
2년 만에 다시 방한한 토트넘이다. 토트넘은 지난 2022년에도 손흥민과 함께 방한해 팀 K리그, 세비야와 친선경기를 진행했다. 이번에는 팀 K리그에 이어 김민재가 뛰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과 맞붙는다.
토트넘은 손흥민 효과에 힘입어 국민 클럽으로 자리 잡았다. 쿠팡플레이 시리즈도 3년 연속 매진을 달성하며 뜨거운 인기를 자랑했다. 토트넘과 팀 K리그의 경기를 직접 보기 위해 6만 명이 넘는 팬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울 예정이다.
이번 경기는 양민혁이 토트넘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는 불과 사흘 전 토트넘에 공식 입단했다.
토트넘은 지난 28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양민혁이 강원FC에서 토트넘으로 합류한다. 우리는 K리그1 강원FC 소속인 그의 입단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음을 알리게 돼 기쁘다. 지난 4월 만 18세가 된 양민혁은 2030년까지 계약에 동의했으며 2025년 1월에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양민혁은 이적 발표를 눈앞에 두고 손흥민과 잠깐 만나기도 했다. 그는 쿠팡플레이 스포츠와 인터뷰를 통해 메디컬 테스트 자리에서 손흥민과 얘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는 "방금 (손흥민을) 만나고 내려왔다. 잘 챙겨주시겠다고 말씀하셨다. '잘하고 있다. 다치지 말고 와서 보자'라고 말씀해 주셨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양민혁이 여러 빅클럽의 제안을 '단칼에' 뿌리치고 토트넘을 고른 데는 손흥민의 존재감이 컸다. 그는 "해외 팀으로 이적할 때는 적응 문제가 있는데, 손흥민이 있기에 같은 한국인으로서 적응하기 더 쉬울 거라고 판단했다. 손흥민은 대한민국 캡틴이기 때문에 (이적 결정에) 좋은 영향을 끼쳤다"라며 "아직까지 실감나지 않는다. 정말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양민혁은 토트넘 입단 후 처음으로 상대하는 팀이 바로 토트넘이다. 그는 "나도 되게 신기하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올스타 매치고 이벤트 매치인 만큼 재밌게 잘 해보겠다"라며 "많은 팬분들께서 뽑아주셔서 팀 K리그로 참가하게 됐다. 많은 분들이 보러 와주시는 만큼 재밌는 경기, 좋은 경기하겠다. 많이 떨린다"라며 출사표를 던졌다.
박태하 감독도 양민혁 선발 출격을 선언했다. 그는 30일 기자회견에서 "일단 대부분의 선수들이 45분 정도 뛸 것이다. 몇 명만 조금 적게 시간을 받을 것이다. 국내 선수로 먼저 구성해서 나설 예정"이라며 "양민혁이 전반전에 충분히 나설 수 있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내보낼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선배 이승우와 주민규도 양민혁 돕기에 진심이다. 이승우는 "내일은 민혁이의 무대를 만들어줘야 할 것 같다. 새로운 동료들과 감독님이 봤을 때 '아 정말 잘하는 선수구나'라고 느낄 수 있게 모두가 서포트해주면서 공을 많이 전달해 줄 것 같다. 민혁이가 더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게 잘 돕겠다"라며 각오를 불태웠다.
주민규 역시 "당연히 민혁이가 잘했으면 좋겠다. 도와줄 생각"이라며 "또 정호연이나 윤도영이 잘하면 좋겠다. 민혁이가 토트넘에 입단하면서 그 선수들도 해외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다른 팀들도 내일 경기를 볼 것이다. 잘해서 좋은 해외파가 되면 좋겠다"라고 동생들을 먼저 생각했다.
이미 양민혁과 댄스 세레머니도 준비한 이승우다. 그는 팀 K리그 세레머니 이야기가 나오자 "우리도 모인 지 얼마 안 됐다. 선수들과 딱히 세레머니 얘기를 하진 않았다"라면서도 "어제 민혁이랑 잠시 얘기하긴 했다. 민혁이에게 골 넣고 춤 추자고 했다. 너무 좋아하더라. 저녁에 불러야겠다"라고 웃었다.
주민규도 "개인적으로는 민혁이가 골 넣고 승우가 같이 세레머니하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라며 양민혁이 토트넘 골망을 흔드는 그림을 그렸다. 그는 "이승우, 정호연, 윤도영, 양민혁이 한 골씩 넣고 손흥민이 3골을 넣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며 내리사랑을 보여주기도 했다.
물론 이승우와 주민규도 공격수인 만큼 공격 포인트를 포기할 생각은 없다. 이승우는 "민규 형과 두 번째인 만큼 호흡이 더 좋을 것 같다. 최대한 골 욕심을 내서 춤 좀 추고 싶다"라며 웃었다. 주민규도 같은 마음이다. 그는 "승우와 합을 맞춰서 함께 공격 포인트를 올리고 싶다"라며 어시스트 4개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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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