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파리(프랑스), 이인환 기자] "조기 전역 해서 펜싱 열심히 하겠다".
오상욱(대전시청),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대전시청), 도경동(국군체육부대)으로 구성된 남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은 31일(현지시간) 파리 그랑 팔레서 열리는 2024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서 헝가리(세계 랭킹 3위) 상대로 45-41로 마무리하면서 단체전 3연패를 매조지었다.
한국은 2012년 런던, 2021년 열린 2020 도쿄 대회에 이어 올림픽 단체전 3연패라는 금자탑을 달성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종목이 제외됐기 때문에 기록서 제외된다. 아시아 국가가 펜싱 단일 종목 단체전서 3연패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또한 세계 펜싱 역사를 봐도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3연패가 나온 것은 1928년 암스테르담 대회부터 1960년 로마 대회까지 7연패를 달성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연수로만 따지면 헝가리 이후 무려 64년만에 3연패를 달성한 팀으로 한국은 세계 펜싱사에 이름을 남겼다.
3연패 과정에서 대표팀 맏형 구본길은 모두 참가했다. 특히 이번이 라스트 댄스인 구본길은 마지막도 영광스럽게 은퇴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에이스 오상욱은 도쿄에 이어 단체전 두 번째 금메달과 개인 2관왕의 영광을 차지했다. 아시아 선수가 올림픽서 2관왕을 차지한 것도 처음이다.
세계 랭킹 1위답게 한국은 16강부터 쾌속의 진격을 이어갔다. 한국은 16강에서 캐나다 상대로 45-33으로 넉넉한 압승을 거뒀다. 맏형 구본길이 잠시 흔들렸으나 박성원과 오상욱이 부지런하게 점수를 벌리면서 손쉽게 승리했다. 4강전 개최국 프랑스 상대로도 45-39로 승리한 한국은 결승서 헝가리와 격돌했다.
특히 경계해야될 것은 프랑스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이었다. 4강전 경기도 프랑스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이 이어졌다. 한국은 경기 초반 구본길-오상욱-박상원이 고르게 활약하면서 20-9까지 점수를 벌리면서 사실상 경기를 매조지었다. 여기에 5,6라운드도 경기를 추가하면서 30-14까지 점수차를 벌렸다.
결승전은 팽팽했다. 헝가리의 저력이 매서웠다. 특히 에이스 오상욱이 예상보다 흔들리면서 다소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단 한국은 7라운드 교체 투입된 도경동이 대형 사고를 쳤다. 헝가리 대표팀의 막내 크리스티안 라브 상대로 무려 내리 0-5로 점수 차이를 벌렸다.
여기에 마지막 라운드에서 실라지와 오상욱의 정면 승부가 펼쳐졌다. 실라지가 맹공을 펼치면서 점수 차이를 추격하는 상황. 밀리고 있었지만 오상욱도 침착하게 버티면서 점수 차이를 유지했다. 결국 오상욱은 45-41로 경기를 매조지으면서 자신의 2관왕과 한국의 3연패를 매조지었다.
특급 교체 카드로 활약한 도경동은 "나도 올림픽 메달이 꿈이었다. 운동 선수로 최종 목표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꿈을 이뤄서 다행이다"라면서 "개인적인 기쁨보다는 펜싱의 역사를 쓰는 3연패를 할 수 있어서 너무나도 다행이다. 거기다 (오)상욱이 형이 2관왕을 해서 다행이다. 우린 '오상욱의 시대에 살고 있다"라고 미소를 보였다.
사실 팽팽하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은 것은 7라운드에 교체로 들어와서 마무리한 도경동의 역할이 컸다. 그는 "동료들이 내가 들어갈 때 믿어주는 모습을 보여줬고 나한테 믿음을 줬기 때문에 질 자신이 없었다. 내가 이기고 올테니 기다리라고 했는데 이겨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4강전이 끝날 때까지 출전이 없었던 도경동은 프랑스전 이후 인터뷰에서 '몸이 근질근질하다'라고 출전에 대한 소망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사실 프랑스전 직후 선배들을 만났는데 나보고 얼른 나오라고 하더라. 나와서 너 실력을 보여달라고 했는데 그 말을 시행시켜서 다행이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원래 도경동은 8라운드 투입 예정이었으나 7라운드 들어가서 내리 5점을 따며 승리의 1등 공신이 됐다. 도경동은 "현장서 작전이 결정됐다. 원래 (박)상원이 대신 투입이었는데 몸이 너무 좋아보여서 7라운드에 들어가게 됐다. 나도 그 선수 상대로는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미소를 보였다.
국군체육부대 소속인 도경동의 전역일은 10월 16일. 이번 금메달로 인해 2개월 가량 조기 전역할 수 있게 됐다. 그는 '두 달 남았는데 마저 할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정색과 동시에 "나와서 펜싱을 더 열심히 하겠다"라고 재치 있는 답변을 내놨다.
도경동은 "남자 사브르는 한국이 최강이다. 우리는 어느 세계의 팀한테도 밀리지 않는다. 그냥 편하게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다"라면서 "우리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팀웍이 좋다. 선 후배가 아니라 형, 동생 사이라 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 우리가 소통을 많이 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mcadoo@osen.co.kr
/mcadoo@osen.co.kr
[사진] 파리(프랑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