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상대 선수는 지켜보지 않았다."
양민혁(18, 강원FC)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였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홋스퍼 감독은 누구보다 진심이었다.
토트넘은 지난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1경기에서 팀 K리그에 4-3으로 승리했다. 손흥민이 멀티골을 터트리며 맹활약했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주인공은 바로 양민혁이었다. 그는 지난달 28일 토트넘에 공식 입단했다. 고3 신분인 양민혁은 올 시즌 데뷔하자마자 K리그1에서 8골 4도움을 기록하며 재능을 뽐냈고, 토트넘과 6년 계약을 맺으며 프리미어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공교롭게도 양민혁이 토트넘 입단 후 처음으로 상대하는 팀은 바로 토트넘이었다. 그는 팀 K리그 왼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하며 토트넘 팬들에게 첫선을 보였다.
양민혁은 토트넘 수비를 상대로도 주눅 들지 않고 실력을 보여줬다. 비록 공격 포인트를 올리진 못했지만, 저돌적인 드리블 돌파와 슈팅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모두의 주목을 받은 양민혁은 전반 45분을 소화한 뒤 교체됐다.
하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만큼은 양민혁에게 별로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양민혁의 활약을 어떻게 봤냐는 질문에 "오늘 중요한 건 우리 경기력이었다. 상대 선수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고, 지켜보지 않았다. 우리가 어떻게 경기를 하는가에 집중했다"라며 선을 그었다. 지금 토트넘 선수들 플레이만 생각했다는 뜻.
물론 덕담도 잊지 않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양민혁은 분명히 K리그에서 전반기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후반기에도 활약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현소속팀(강원)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기용 계획은 양민혁이 합류한 뒤에 이야기해도 된다.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토트넘으로 오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이날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욕설까지 섞어가며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장면은 영국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스포츠 바이블'은 "팀 K리그와 경기에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격노했다. 토트넘 선수들을 질책하는 모습이 포착됐다"라고 전했다.
토트넘은 전반 25분까지 득점하지 못했고, 팀 K리그의 역습에 위기를 맞기도 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답답한 경기가 이어지자 전반 25분 쿨링브레이크에서 선수들을 모아놓고 호통쳤다. 그는 "XX 하나 말할 게 있다(I've got one fxxxing thing to say). 앞으로 나가서 균열을 만들어야 한다"라며 "맨투맨으로 싸워라"라고 화를 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꾸지람은 효과를 봤다. 토트넘은 전반 28분 데얀 쿨루셉스키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포문을 열었고, 뒤이어 나온 손흥민의 멀티골에 힘입어 전반을 3-0으로 마무리했다. 토트넘은 후반 들어 유스 선수들을 대거 교체 투입하며 휘청이기도 했지만, 후반 21분 나온 윌 랭크셔의 결승골로 승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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