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울산, 조형래 기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손호영에게 올 시즌은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되어가고 있다. 2024년 8월 3일은 더더욱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손호영은 3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 5번 3루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2홈런) 4타점 맹타를 휘두르면서 팀의 8-3 완승을 이끌었다.
이날 손호영은 1회 2사 1,2루 기회에서 첫 타석에 들어섰다. 1볼에서 LG 선발 최원태의 2구째 130km 체인지업을 걷어올려 좌월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다. 시즌 10호포. 손호영의 데뷔 첫 두자릿수 홈런이었다.
이후 경기는 접전 양상으로 펼쳐졌고 4-3으로 앞선 8회말 4번째 타석을 맞이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LG 좌완 임준형의 초구 146km 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월 솔로포를 터뜨렸다. 11번째 홈런까지 나왔고 생애 첫 멀티 홈런 경기까지 완성했다.
이날 손호영에게는 기념구가 2개나 생긴 셈이다. 잊을 수 없는 날이지만 손호영은 생각보다 덤덤했다. 그래도 그는 경기 후 “‘나도 두 자릿수 홈런을 치고, 멀티 홈런을 칠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던 일이라서 더 특별했던 것 같다”라고 되돌아봤다.
1회 첫 번째 홈런이 나오고는 “경기에 더 집중하려는 생각만 했다. 경기가 너무 많이 남았으니까 기분을 너무 티내지 말자고 생각했고 끝까지 집중하자는 마음이 컸다”라고 했다.
지난달 31일 인천 SSG전에서 9번째 홈런을 쳤기에 10번째 홈런도 당연히 의식하고 있었다고. 그는 “두 자릿수 홈런을 의식하고 있었고 또 기뻤다. 하지만 속으로만 기뻐했고 경기가 끝난 게 아니니까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다”라고 되돌아봤다.
이어 두 번째 홈런에 대해서는 “1점을 더 내야 하는 상황에서 홈런이 나와서 더 기뻤다. 그리고 멀티 홈런을 쳤다는 것 때문에 많이 기뻤다”라고 웃었다.지난 3월 31일은 손호영의 야구 인생과 운명이 완전히 바뀐 날이다. 2020년 입단한 LG를 떠나서 롯데로 유니폼을 갈아입었기 때문. 롯데는 공격력 강화를 위해 손호영을 필요로 했다. 150km가 넘는 빠른공을 던지는 젊은 사이드암 우강훈(22)을 포기하면서 손호영을 데려왔다.
롯데도 절박했고 LG에서 기회를 잡지 못했던 손호영에게도 다시 오지 않을 기회였다. 그리고 손호영 야구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올 시즌 손호영의 성적은 58경기 타율 3할1푼8리(214타수 68안타) 11홈런 48타점 OPS .931의 성적. 모든 기록이 커리어 하이다.
물론 손호영은 올해 햄스트링 부상으로 두 차례나 전열을 이탈했다. 여전히 부상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는 상황. 이렇게 많은 경기를 뛰는 것 자체가 처음이기에 좌충우돌 하면서 몸 관리 노하우를 배우고 있다. 그는 “검색도 많이 해보고 트레이너 코치님들에게 질문도 많이 한다. 지금 트레이닝파트에서 정말 너무 잘해주신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귀찬다 싶을 정도로 너무 잘해주신다. 그래서 올 시즌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근육이 마르면 안된다고 해서 물을 많이 마시려고 하고 또 스트레칭을 너무 과하게 해도 안좋다고 서 적당하게 한다”라면서 “지금 다치면서 몸 관리에 대해서 배우고 있다. 그래도 처음 왔을 때보다는 몸도 사려가면서 뛰고 있다”라고 멋쩍게 웃었다.
자신을 데려오고 또 기회까지 주고있는 김태형 감독에 대한 고마움도 빼놓을 수 없다. 인생역전의 발판을 결국 김태형 감독이 만든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 그는 “경기를 많이 나가는 게 중요하더라. 그 전에는 못 나갈 수 있다는 걱정을 했는데 이제는 오늘 못해도 내일이 있으니까 잊을 수 있게 된다”라면서 “항상 감독님께 감사한 것 같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손호영은 트레이드 직후 100경기는 뛰어보고 싶다는 목표를 말한 바 있다. 손호영은 이제 58경기를 뛰었고 팀은 정확히 44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남은 경기를 모두 소화하면 100경기 출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무더위도 잊고 간절하게 뛰려고 하고 더 뛰고 싶다. 손호영은 “이게 얼마나 좋은 기회인데 지금 덥다고 힘들다고 할 때가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하면서 “아직 자부심을 느낄 정도로 많이 뛰지 않았다. 더 많이 뛰고 싶다. 올해도 완전 풀타임 시즌은 아니지만 풀타임을 뛰어보면 뭘 더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도 100경기를 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