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제2의 이종범’이라는 수식어는 결코 과장된 게 아니었다. 데뷔 3년 차에 프로야구 최고 타자로 폭풍 성장했다. KIA 타이거즈 내야수 김도영(21)이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한여름 밤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김도영은 지난 3일 대전 한화전에서 5타수 3안타 3타점 활약으로 KIA의 7-3 승리와 4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추격과 역전, 그리고 쐐기까지 모두 김도영의 방망이에서 이뤄졌다.
1회초 첫 타석에서 한화 우완 선발 라이언 와이스에게 4구째 바깥쪽 낮은 직구에 루킹 삼진을 당했지만 3회초 2사 2루에서 와이스의 몸쪽 슬라이더 잡아당겨 좌측에 떨어지는 1타점 2루타로 연결했다. KIA의 첫 득점, 1-3으로 따라붙는 추격 신호탄이었다.
5회초 박찬호의 우중간 2루타와 최원준의 좌전 적시타로 2-3 턱밑 추격한 5회초 1사 2루에선 홈런을 쳤다. 와이스의 5구째 바깥쪽 높게 들어온 시속 153km 직구를 밀어쳐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들어냈다. 쭉쭉 뻗어나간 타구는 우측 폴 안으로 들어왔다. 비거리 110m, 역전 투런포. 이날 경기 승부를 가른 결승포로 시즌 29호 홈런이었다.
7회초 1사 1,2루 찬스에선 김서현의 몸쪽 낮은 시속 156km 직구에 루킹 삼진을 당했지만 9회초 1사에서 김규연의 4구째 몸쪽 포크볼을 잡아당겨 좌익선상 2루타로 장식했다. 안타 3개 모두 장타. 박정우의 우월 3루타 때 홈을 밟으면서 7-4로 스코어를 더 벌리는 쐐기 득점까지 올렸다.
경기 후 김도영은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홈런은 생각 안 했다. 상황에 집중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앞으로도 30-30 홈런 기록은 생각하지 않고 팀이 필요로 할 때 살아나가는 데 신경쓰겠다”며 “팀이 필요로 하는 홈런을 쳐서 다행이다. 그 점이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우타자가 라인드라이브로 우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은 KBO리그에서 쉽게 보기 힘들다. 올해 김도영은 우측으로 밀어쳐 넘긴 홈런이 5개나 된다. “맞을 때 약간 밀리는 느낌도 들었지만 넘어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타구를 끝까지 지켜봤던 것 같다”는 김도영은 “안 좋을 때 홈런이 밀려서 나온다. (우측 홈런이) 좋은 건 아닌데 진짜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파이어볼러’ 문동주(한화)를 밀어내고 2022년 KIA 1차 지명을 받은 김도영은 고교 시절부터 ‘5툴 유격수’로 제2의 이종범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만큼 대단한 잠재력을 가졌지만 너무 과한 평가라는 일부 의견도 없지 않았다. 전성기 이종범을 보고 겪은 이들에겐 제2의 이종범이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수식어였다.
하지만 김도영은 1~2년 차에 부상 악재 속에서 조금씩 성장 과정을 밟더니 3년 차에 잠재력을 대폭발했다. 3일까지 올 시즌 103경기 타율 3할5푼1리(404타수 142안타) 29홈런 82타점 103득점 44볼넷 81삼진 30도루 출루율 .416 장타율 .651 OPS 1.067. 안타·득점·장타율·OPS 1위, 홈런 2위, 타율 3위, 타점·출루율 5위에 오르며 MVP 후보 1순위가 됐다.
전성기 이종범처럼 존재만으로도 투수들에겐 지옥 같은 타자가 됐다. 지난 2일 KIA전 5회초 2사 1,2루 위기에서 김도영을 3구 삼진 처리한 한화 투수 김기중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치는 타자 중 한 명이다. 투수 입장에서는 매우 던지기 힘들다. 진짜 던질 데가 없다”며 “(채)은성 선배님이 ‘최고 타자 삼진 잡은 거면 진짜 잘한 거다’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말할 정도로 존재감이 대단하다.
2003년 10월2일 태어난 김도영은 만으로 아직 20살이다. 지금까지 2경기만 빼고 102경기(100선발)를 뛰며 3루수로 840⅔이닝을 수비해 지칠 법도 하지만 한여름도 쉬지 않고 달린다. 그는 “최근에 갑자기 더워지다 보니 몸이 약간 둔해진 것도 있는 것 같은데 그럴 때마다 ‘힘들다, 힘들다’ 하면 진짜 힘들어진다. 야구장 나올 때도 계속 최고의 컨디션이란 생각으로 나온다”며 체력 관리에 대해 “햇볕을 최대한 덜 보고,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 잘 먹는 것 외에 딱히 하는 건 없다”고 말했다.
이제 대망의 최연소 30홈런-30도루 기록도 임박했다. 도루는 이미 30개를 채웠고, 홈런 하나만 남았다. 지금까지 KBO리그에서 30-30은 총 6명의 선수가 모두 8차례 달성했다. 박재홍이 유일하게 3차례 30-30 가입에 성공했는데 1996년 현대 시절 30홈런 36도루로 리그 최초이자 최연소(22세11개월27일) 기록을 갖고 있다. 빠르면 4일 대전 한화전에서 김도영이 28년 만에 경신할 수 있다. 천하의 이종범도 1997년 해태 시절 30홈런 64도루로 커리어 유일 30-30 시즌을 보냈는데 당시 나이 27세였다. 김도영은 이종범보다 무려 6살 어린 나이에 30-30을 목전에 두고 있다. 제2의 이종범 수식어마저 떼고 제1의 김도영으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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