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프로야구 LG 트윈스는 왜 이 선수를 ‘전력 외’ 취급했던 것일까. 2차드래프트를 통해 라이벌 팀으로 둥지를 옮긴 포수 김기연이 이적을 터닝포인트로 삼고 데뷔 후 9년 만에 잠재력을 터트리고 있다.
김기연은 지난 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시즌 13차전에 교체 출전해 결정적 한방을 때려내며 팀의 대역전승을 이끌었다.
김기연은 11-11로 맞선 8회말 포수 대수비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리고 바뀐 투수 김택연과 함께 길레르모 에레디아-한유섬-이지영 순의 SSG 중심타선을 13구 삼자범퇴 처리했다.
두산은 9회초 1사 후 정수빈이 내야안타와 2루 도루, 강승호가 자동고의4구, 제러드 영이 내야안타로 만루 밥상을 차렸다. 타석에 김기연이 등장했고, 바뀐 투수 장지훈의 초구 122km 체인지업을 제대로 받아쳐 좌측으로 향하는 2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승부를 결정짓는 결승타를 신고한 순간이었다.
김기연은 9회말 다시 김택연과 함께 호흡을 이뤄 무사 1루에서 김성현을 삼진, 오태곤을 내야땅볼, 하재훈을 삼진으로 잡고 13-11 승리를 확정지었다. 단 2이닝 만에 공수에서 이른바 미친 존재감을 뽐낸 김기연이었다.
김기연은 지난해 11월 개최된 KBO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로 두산 지명을 받았다. 드래프트 시점 기준 장승현, 안승한, 박유연, 윤준호 등 수많은 백업 포수 자원을 보유한 두산이었지만 LG에 1라운드 양도금 4억 원을 지불하고 포수를 영입하며 전문가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수년간 지속된 고질적 백업 포수 고민에도 김기연 지명은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진흥고 출신의 김기연은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 2차 4라운드 34순위 지명을 받은 뒤 수년째 2군 생활을 전전했다. 입단 후 LG에서 무려 8년을 보냈지만, 통산 1군 기록이 42경기 타율 1할4푼 3타점이 전부였고, 팀이 29년 만에 우승한 지난해에도 알을 깨지 못하고 28경기 타율 1할1푼8리 2타점으로 부진했다. 39세 베테랑 허도환에게도 밀렸던 선수였다.
이승엽 감독은 2024시즌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양의지의 뒤를 받칠 제2의 포수로 장승현을 낙점했다. 그러나 장승현이 9경기 타율 2할을 남기고 4월 중순 2군으로 내려갔고, 김기연이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기연은 일발 장타력과 안정적인 투수 리드를 앞세워 2개월 만에 두산 백업 포수 고민을 종결시켰다. 올 시즌 67경기 타율 3할1푼1리 4홈런 28타점 26득점 OPS .800 맹타를 휘두르는 중이며, 득점권타율도 3할6리로 높은 편이다. 만년 백업 선수가 체력 소모가 극심한 포수 마스크를 쓰면서 3할 타자로 우뚝 선 모습이다. 김기연의 8월 월간 타율은 5할5푼6리(18타수 10안타), 최근 10경기 타율은 5할4푼5리(33타수 18안타)에 달한다.
특히 올해의 경우 양의지의 부상이 잦은 상황에서 김기연이 있어 전력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두산이다. 두산의 정규시즌 4위 질주에는 김기연의 지분이 제법 있다. 이승엽 감독은 “이번 시즌 김기연이 주전 포수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의 좋은 활약을 해주고 있다”라고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어느덧 144경기 중에 112경기를 소화한 두산. 현재까지 두산의 오프시즌 4억 원 투자는 ‘신의 한 수’라는 평가를 받아도 될 듯하다. 김기연이 그야말로 대반전 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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