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인천=김동윤 기자]
언제 이렇게 듬직하게 성장했나 싶다. SSG 랜더스 좌완 한두솔(27)이 시리즈 전체를 내줄 수 있는 절체절명의 대위기에서 팀을 구해냈다.
SSG는 10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펼쳐진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홈 경기(총 1만 6151명)에서 두산 베어스에 11-9로 승리했다.
SSG에 있어 이번 인천 두산 3연전은 더위만큼이나 무척 고됐다. 결과도 결과지만, 경기를 내주는 흐름이 너무 안 좋았다. 9일 첫 경기에서는 한 이닝 9득점을 하고도 졌다. 한 점 두 점 내주더니 필승조를 내고도 8회 3점, 9회 2점을 허용하며 11-13으로 패했다. 10일 경기는 토종 에이스 김광현을 내고도 이기지 못했다. 김광현이 5이닝 4실점으로 꿋꿋하게 버티며 최승용이 2⅓이닝 4실점 한 두산에 선발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김광현이 내려간 이후 불펜 투수들이 매 이닝 실점하며 6-10으로 졌다.
이미 시리즈는 내줬으나, 11일 경기에선 반드시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다. 13일부터는 1승 9패로 상대 전적 절대 열세인 NC 다이노스와 창원 3연전이 예고됐고, 안 좋은 흐름을 안고 내려갈 순 없었다.
초반 흐름은 지난 2경기처럼 좋았다. 상대 선발 투수 곽빈을 2이닝 6실점을 끌어내렸고 오원석은 5이닝 5실점으로 버티면서 SSG의 9-5 리드를 이끌었다. 하지만 곧 위기가 찾아왔다. 6회 등판한 장지훈이 2사 1루에서 두산 상위 타선을 상대로 연속 볼넷을 내주면서 2사 만루 위기에 놓인 것. 더욱이 타석에는 KBO 10경기 만에 18타점을 올리고 장타율 0.950을 기록한 공포의 외인 제러드 영(29)이었다. 제러드는 앞선 타석에서도 좌월 솔로포와 좌중간 안타로 절정의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SSG 더그아웃은 분주해졌다.
SSG는 제러드가 좌타자임을 감안해 좌완 한두솔을 마운드에 올렸다. 한두솔은 초구부터 씩씩하게 시속 146㎞의 빠른 공을 바깥쪽에 꽂아 넣었다. 이후 두 개의 공은 살짝 바깥쪽으로 벗어났고 다시 한번 비슷한 위치에 떨어트린 시속 143㎞ 직구는 제러드가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승자는 한두솔이었다. 한두솔은 5구째를 직구가 아닌 시속 129㎞ 슬라이더를 선택했고 직구 타이밍을 노리던 제러드의 타구는 높이 뜬 뒤 3루수 최정의 글러브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평균자책점 5.40(11일 경기 전 기준)의 평범한 좌완 불펜이 팀을 위기에서 구해낸 순간이었다. 최종 아웃을 확인한 한두솔은 SSG 더그아웃을 향해 포효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지난 2경기에서 한 번 흐름을 내준 뒤에는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 SSG였기에 이 아웃 카운트는 무척이나 소중했다. 이후 SSG는 6회 말 2점을 더 달아나며 확실하게 쐐기를 박았다. 경기 후 SSG 이숭용 감독도 "투수 쪽에서는 (한)두솔이가 6회 만루 위기를 잘 극복해준 부분이 큰 힘이 됐다. (조)병현이는 힘든 상황에서 승리를 지켰다. 자신감이 더 생겼을 것"이라고 콕 집어 칭찬했다.
경기 후 만난 한두솔은 "나는 무조건 막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들어갔다. 하필 내 상대가 요즘 뜨거운 제러드니까 (마음에서부터) 지고 들어가면 승부에서도 질 것 같아 무조건 막겠다는 마음이었다"고 당시 심정을 떠올렸다. 이어 "어떻게 보면 감독님도 내가 막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올리셨을 테니까 무조건 막고 싶었다. 그리고 막는 순간 '아, 오늘 내 역할을 잘했구나' 싶었다. 내 역할을 100% 해냈다는 게 제일 좋았다. 감독님이 믿고 내보내 주신 것에 보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미소 지었다.
올 시즌 전만 해도 2사 만루 위기 중심 타자를 상대로 한두솔이 등판한다는 건 SSG 팬들에게 쉽게 떠올리기 힘든 상상이었다. 한두솔은 올 시즌 전까지 프로 6시즌 동안 1군 경기는 고작 9경기 등판에 불과한 투수였다. 사실상 풀타임 초짜나 다름없었다.
커리어도 다사다난했다. 그는 광주수창초-진흥중-광주제일고 졸업 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일본 사회인 야구에 진출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성과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3년 뒤 KBO 신인드래프트에 다시 참가했으나, 또 한 번 지명을 받지 못하고 결국 2018년 KT 위즈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그해 KT에서 방출된 한두솔은 군 문제부터 해결했고 제대 후 2021년 입단 테스트를 통해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입단했다. SSG에서도 1군에 중용되지 못했고 2년간 9경기 6⅓이닝 소화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는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좌완 필승조로 거듭나고 있다. 홀로 40이닝을 돌파했고 팀 내 불펜 중 3번째로 많은 경기와 4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65⅔이닝의 노경은, 54⅔이닝의 조병현에 가려진 언성 히어로 불펜이라 할 만하다. 노경은과 조병현의 빈자리는 이로운, 문승원, 서진용 등 다른 우완 투수가 종종 메워줬으나, 좌완 투수는 그조차 없었다. 2주 전에는 일주일 동안 무려 5경기에 나와 6이닝 1실점으로 팀 허리를 지탱하기도 했다.
힘들 법도 하지만, "다른 선수들은 몰라도 전 괜찮아요"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선수가 한두솔이다. 그는 "투수들끼리 다들 서로 힘내자고 한다. (노)경은 선배님은 (힘들어도) 항상 루틴 같은 거 매일 잘 지키라고 격려해주시고 코치님들도 물어보는 대로 다 알려주신다"며 "스트렝스 파트랑 컨디셔닝 파트에서 정말 잘해주신다. 우리가 100% 잘 던질 수 있게 해주신다. 우리 팀은 안 물어봐도 알려주고 물어보면 더 자세히 알려주는 그런 분위기가 정말 좋다. 최고 장점"이라고 힘줘 말했다.
11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한두솔은 54경기 1승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5.24, 46⅓이닝 52탈삼진으로 자신의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남들에게는 평범한 성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오랜 도전 끝에 1군 무대를 밟은 그에게는 하나하나가 특별하다.
한두솔은 "1군에 이렇게 오래 있는 게 올해가 처음이다. 2군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1군은 정말 치열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만큼 승리가 간절하고 더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며 "남은 시즌도 개인적인 목표는 따로 없고 그냥 최대한 팀에 보탬만 되고 싶다. 어떤 상황이든 그거에 맞게 던지는 게 내 역할이고 딱 그것만 생각하고 마운드에 올라간다. 팀이 이기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인천=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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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솔. /사진=SSG 랜더스 제공 |
SSG 한두솔이 11일 인천 두산전을 승리로 이끌고 미소 짓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
SSG는 10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펼쳐진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홈 경기(총 1만 6151명)에서 두산 베어스에 11-9로 승리했다.
SSG에 있어 이번 인천 두산 3연전은 더위만큼이나 무척 고됐다. 결과도 결과지만, 경기를 내주는 흐름이 너무 안 좋았다. 9일 첫 경기에서는 한 이닝 9득점을 하고도 졌다. 한 점 두 점 내주더니 필승조를 내고도 8회 3점, 9회 2점을 허용하며 11-13으로 패했다. 10일 경기는 토종 에이스 김광현을 내고도 이기지 못했다. 김광현이 5이닝 4실점으로 꿋꿋하게 버티며 최승용이 2⅓이닝 4실점 한 두산에 선발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김광현이 내려간 이후 불펜 투수들이 매 이닝 실점하며 6-10으로 졌다.
이미 시리즈는 내줬으나, 11일 경기에선 반드시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다. 13일부터는 1승 9패로 상대 전적 절대 열세인 NC 다이노스와 창원 3연전이 예고됐고, 안 좋은 흐름을 안고 내려갈 순 없었다.
초반 흐름은 지난 2경기처럼 좋았다. 상대 선발 투수 곽빈을 2이닝 6실점을 끌어내렸고 오원석은 5이닝 5실점으로 버티면서 SSG의 9-5 리드를 이끌었다. 하지만 곧 위기가 찾아왔다. 6회 등판한 장지훈이 2사 1루에서 두산 상위 타선을 상대로 연속 볼넷을 내주면서 2사 만루 위기에 놓인 것. 더욱이 타석에는 KBO 10경기 만에 18타점을 올리고 장타율 0.950을 기록한 공포의 외인 제러드 영(29)이었다. 제러드는 앞선 타석에서도 좌월 솔로포와 좌중간 안타로 절정의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SSG 더그아웃은 분주해졌다.
제러드 영.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SSG는 제러드가 좌타자임을 감안해 좌완 한두솔을 마운드에 올렸다. 한두솔은 초구부터 씩씩하게 시속 146㎞의 빠른 공을 바깥쪽에 꽂아 넣었다. 이후 두 개의 공은 살짝 바깥쪽으로 벗어났고 다시 한번 비슷한 위치에 떨어트린 시속 143㎞ 직구는 제러드가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승자는 한두솔이었다. 한두솔은 5구째를 직구가 아닌 시속 129㎞ 슬라이더를 선택했고 직구 타이밍을 노리던 제러드의 타구는 높이 뜬 뒤 3루수 최정의 글러브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평균자책점 5.40(11일 경기 전 기준)의 평범한 좌완 불펜이 팀을 위기에서 구해낸 순간이었다. 최종 아웃을 확인한 한두솔은 SSG 더그아웃을 향해 포효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지난 2경기에서 한 번 흐름을 내준 뒤에는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 SSG였기에 이 아웃 카운트는 무척이나 소중했다. 이후 SSG는 6회 말 2점을 더 달아나며 확실하게 쐐기를 박았다. 경기 후 SSG 이숭용 감독도 "투수 쪽에서는 (한)두솔이가 6회 만루 위기를 잘 극복해준 부분이 큰 힘이 됐다. (조)병현이는 힘든 상황에서 승리를 지켰다. 자신감이 더 생겼을 것"이라고 콕 집어 칭찬했다.
경기 후 만난 한두솔은 "나는 무조건 막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들어갔다. 하필 내 상대가 요즘 뜨거운 제러드니까 (마음에서부터) 지고 들어가면 승부에서도 질 것 같아 무조건 막겠다는 마음이었다"고 당시 심정을 떠올렸다. 이어 "어떻게 보면 감독님도 내가 막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올리셨을 테니까 무조건 막고 싶었다. 그리고 막는 순간 '아, 오늘 내 역할을 잘했구나' 싶었다. 내 역할을 100% 해냈다는 게 제일 좋았다. 감독님이 믿고 내보내 주신 것에 보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미소 지었다.
한두솔. /사진=SSG 랜더스 제공 |
올 시즌 전만 해도 2사 만루 위기 중심 타자를 상대로 한두솔이 등판한다는 건 SSG 팬들에게 쉽게 떠올리기 힘든 상상이었다. 한두솔은 올 시즌 전까지 프로 6시즌 동안 1군 경기는 고작 9경기 등판에 불과한 투수였다. 사실상 풀타임 초짜나 다름없었다.
커리어도 다사다난했다. 그는 광주수창초-진흥중-광주제일고 졸업 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일본 사회인 야구에 진출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성과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3년 뒤 KBO 신인드래프트에 다시 참가했으나, 또 한 번 지명을 받지 못하고 결국 2018년 KT 위즈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그해 KT에서 방출된 한두솔은 군 문제부터 해결했고 제대 후 2021년 입단 테스트를 통해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입단했다. SSG에서도 1군에 중용되지 못했고 2년간 9경기 6⅓이닝 소화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는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좌완 필승조로 거듭나고 있다. 홀로 40이닝을 돌파했고 팀 내 불펜 중 3번째로 많은 경기와 4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65⅔이닝의 노경은, 54⅔이닝의 조병현에 가려진 언성 히어로 불펜이라 할 만하다. 노경은과 조병현의 빈자리는 이로운, 문승원, 서진용 등 다른 우완 투수가 종종 메워줬으나, 좌완 투수는 그조차 없었다. 2주 전에는 일주일 동안 무려 5경기에 나와 6이닝 1실점으로 팀 허리를 지탱하기도 했다.
힘들 법도 하지만, "다른 선수들은 몰라도 전 괜찮아요"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선수가 한두솔이다. 그는 "투수들끼리 다들 서로 힘내자고 한다. (노)경은 선배님은 (힘들어도) 항상 루틴 같은 거 매일 잘 지키라고 격려해주시고 코치님들도 물어보는 대로 다 알려주신다"며 "스트렝스 파트랑 컨디셔닝 파트에서 정말 잘해주신다. 우리가 100% 잘 던질 수 있게 해주신다. 우리 팀은 안 물어봐도 알려주고 물어보면 더 자세히 알려주는 그런 분위기가 정말 좋다. 최고 장점"이라고 힘줘 말했다.
11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한두솔은 54경기 1승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5.24, 46⅓이닝 52탈삼진으로 자신의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남들에게는 평범한 성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오랜 도전 끝에 1군 무대를 밟은 그에게는 하나하나가 특별하다.
한두솔은 "1군에 이렇게 오래 있는 게 올해가 처음이다. 2군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1군은 정말 치열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만큼 승리가 간절하고 더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며 "남은 시즌도 개인적인 목표는 따로 없고 그냥 최대한 팀에 보탬만 되고 싶다. 어떤 상황이든 그거에 맞게 던지는 게 내 역할이고 딱 그것만 생각하고 마운드에 올라간다. 팀이 이기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인천=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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