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두산 이유찬. /사진=뉴스1

지난해 감독의 신뢰를 받고 많은 기회를 잡았으나 결국 주전 유격수 자리는 꿰차지 못했다. 올 시즌 제한적인 기회 속에 결국 외야수로 변신을 했고 이 결정은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신의 한 수'가 되고 있다.

이유찬은 올 시즌 77경기에 나서 타율 0.309, 3홈런 17타점 30득점 13도루, 출루율 0.384, 장타율 0.414, OPS(출루율+장타율) 0.798로 활약 중이다.

특히나 8월 들어선 타율 0.556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선발로 나선 5경기 중 4경기에서 멀티히트를 작성하며 무더운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다.

커다란 변곡점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외야수로 변신이다. 2017년 2차 5라운드로 두산에 지명된 이듬해 1군에서 데뷔해 프로 6시즌을 치렀지만 대부분 내야수로 뛰었다. 2022년 좌익수로 1경기(2이닝)에 나선 적이 있었으나 본격적으로 외야수로 출전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유찬이 외야 수비를 소화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재미 삼아 외야 수비 연습을 하기도 한 게 큰 도움이 됐다. 지난 시즌 유격수 고민에 빠졌던 이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이유찬에게 많은 기회를 줬는데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이유찬을 비롯한 유격수 후보군에게 거침없는 쓴소리를 했다. 올 시즌엔 초반부터 박준영을 주전 유격수로 못 박았는데 불의의 부상으로 이유찬에게도 기회가 왔다. 그는 박준영의 부상 여파로 2루수로 31경기(109⅔이닝), 3루수로 16경기(103이닝), 유격수로 14경기(71이닝)을 소화했다. 그럼에도 이 감독은 다시 한 번 '20대 유격수'들을 겨냥했다.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에 대한 답답함이었다.

그러나 외국인 타자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외야 자리에 공백이 생겼고 이 감독은 지난달 23일 이유찬을 프로 데뷔 첫 외야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새로운 시도는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1번 타자 중책까지 맡은 이유찬은 개인 첫 리드오프 홈런을 날리며 이승엽 감독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14경기에서 타율 0.380(50타수 19안타) 2홈런 10타점 9득점 4도루, 출루율 0.429, 장타율 0.580, OPS 1.009로 완전히 달라졌다.

외야수 변신과 함께 타석에서도 확 달라진 면모를 보인 이유찬은 8월 들어 더 뜨겁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지난 3일 키움전에선 엔마누엘 헤이수스를 상대로 역대 98번째 그라운드 홈런까지 작렬했다. 공교롭게도 외야수 변신과 함께 첫 홈런을 뽑아냈던 데 이어 다시 한 번 리그 최고 투수에게 홈런을 빼앗아냈다.

타격하는 이유찬.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이유찬은 최근 잠실구장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타격감이 좋다, 안 좋다고 결과로 얘기하기보다는 타격감이 안 좋다고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서면 위축될 수밖에 없고 자신감이 떨어질 수 있다"며 "안타가 나오든 아니든 매번 첫 타석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기분으로 타석에 서는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외야수 변신에 대해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다만 이로 인해 더 많은 기회를 얻고 있다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는 "외야수로 나가든 내야수로 나가든 경기를 많이 나가는 게 중요하다. 포지션에 대해선 중시하지 않는다. 외야에 나가면 외야에 맞게, 내야로 나가면 내야에 맞게 한다는 생각"이라고 덤덤히 말했다.

많은 도움을 주는 이들이 있다. KBO를 대표하는 최고의 외야수 정수빈이 있고 경쟁자이면서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조수행도 있다. 이유찬은 "아무래도 생소한 자리이기 때문에 (정)수빈이 형이나 (조)수행이 형, (김)재환이 형께도 많이 물어보고 있다"며 "특히 코너 외야수로도 많이 나가는 수행이 형에게 수비 위치나 공을 따라가는 방법 등에 대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외야수로 변신하면서 한 단계 성장했다는 데엔 본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공격력을 위해 제가 나간다고 생각하고 경기에 나서면 아무래도 더 공격적으로, 자신 있게 타석에 서게 된다. 그런 생각들이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유찬이 스타뉴스와 인터뷰 이후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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