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이후광 기자] 평균자책점 7점대 외국인투수에 계약 연장을 제안할 정도로 국내 자원이 없다. 1차적으로 부상 회복이 더딘 브랜든 와델이 야속하지만, 브랜든의 재활이 예상보다 길어졌을 때 그 대안이 시라카와 케이쇼 뿐이라는 현실이 참으로 씁쓸하게 다가온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은 지난 13일 잠실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브랜든의 재활 프로그램 중단이라는 비보를 전하며 조만간 시와카와와 계약 연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4시즌에 앞서 총액 113만 달러(약 15억 원)에 두산과 재계약한 브랜든은 6월 2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왼쪽 어깨 견갑하근이 부분 손상되며 14경기 7승 4패 평균자책점 3.12를 남기고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검진 당시 최소 6주간 재활이 불가피하다는 소견이 나왔고, 두산은 곧바로 SSG 랜더스에서 KBO리그 적응을 마친 시라카와와 총액 400만 엔(3400만 원)에 단기 외국인선수 계약을 체결했다.
SSG 시절과 달리 시라카와는 이른바 ‘관중 울렁증’에 시달리며 매 경기 2군급 5선발과 진배없는 투구를 반복했다. 두산 이적 후 5경기에 선발 등판했는데 1승 2패 평균자책점 7.25(22⅓이닝 18자책)의 극심한 난조에 시달렸다. 제구력이 강점으로 꼽혔지만, 22⅓이닝 동안 볼넷을 무려 21개나 헌납했다. 5경기 동안 퀄리티스타트는 ‘제로’다.
시간이 흘러 시라카와의 계약 만료가 어느덧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브랜든은 복귀는 오리무중이다. 지난 3일 잠실구장에서 41일 만에 불펜피칭을 진행했을 때만 해도 복귀 전망이 밝았지만, 빌드업 과정에서 다시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모든 플랜이 중단됐다. 13일 만난 이 감독은 “브랜든이 이번 주까지 공을 던지기 힘들 거 같다. 강수로 치면 소강 상태다. 현재로서 복귀 시점을 알 수가 없다”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시라카와와 브랜든의 바통 터치가 불가능해지면서 두산은 장고 끝 시라카와와의 계약 연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5경기 평균자책점이 무려 7점대에 달하지만, 기존 국내 5선발급 자원보다 시라카와가 낫다는 씁쓸한 판단을 내렸다. 만일 최준호가 있었다면 상황이 조금 달라질 수도 있었겠지만, 최준호는 일주일 전 수비 도중 발목 인대가 부분 파열되면서 최소 8주 재활을 진행 중이다.
이 감독은 “국내선수가 누가 있습니까”라고 쓴웃음을 지으며 “시라카와가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 낫다. 로테이션을 계속 돌아주는 게 크다. 지난주 LG 상대로 6점을 줬지만, 피칭 내용과 공의 구위는 좋았다.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팀 운영에 있어 투수는 1명이라도 더 있는 게 이득이다. 구단이 이번주 내로 시라카와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까 싶다”라고 바라봤다.
관건은 시라카와의 의사다. 일본프로야구 진출이 꿈인 시라카와가 드래프트 준비를 위해 고국 복귀의 뜻을 내비친다면 두산은 당장 다음 주부터 시라카와보다 기량이 떨어지는 국내 선수로 선발 한 자리를 채워야한다. 리그 막바지 치열한 순위싸움에서 선발야구 붕괴에 따른 1패는 1패 그 이상의 충격으로 다가오기에 두산은 시라카와 잔류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 감독은 “시라카와의 일본 복귀를 조금 더 늦출 수만 있다면 우리가 당연히 데리고 경기를 치르는 게 도움이 된다”라며 시라카와가 두산에 조금 더 남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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